섬망은 중환자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섬망을 세번 이상 경험하는 중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6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이를 줄이기 위해 항정신성 약물 할로페리돌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왓포드종합병원 Valerie Page 박사팀이 21일 The Lancet Respiratory Medicin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 할로페리돌의 효과가 위약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섬망이나 의식불명(Coma)증상에 대한 할로펠리돌의 효과 확인을 위해 중환자실(ICU)에 입원한 18세 이상 환자 142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위약대조연구 했다.

대상자들은 할로페리돌 25mg이나 위약군으로 무작위 배정돼 8시간마다 정맥주사를 맞았다. 이 중 대상자가 중환자실에서 퇴원하거나, 한번이라도 2일 연속 섬망과 의식불명 증상이 없고, 시작 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한 경우 약물투여를 중지했다.

섬망은 CAM-ICU로 평가하고 약물 효과는 치료 시작 후 14일동안 섬망과 의식불명이 없는 날 수로 정의했다. 또 연구기간 중 사망한 환자는 섬망이나 의식불명 증상이 보이지 않은 날이 없던 것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약물 투여 후 14일 동안 섬망과 의식불명 증상이 없는 평균 일 수는 할로페리돌군과 위약군이 각각 5일, 6일로 거의 같았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과잉진정과 QTc 간격 연장이었다. 과잉진정은 할로페리돌군 11명, 위약군 6명에서, QTc 간격 연장은 할로페리돌군 7명, 위약군 6명에서 나타났다. 그러나 심각한 부작용을 보인 환자는 없었다.

또 투여 후 28일까지 추적한 결과 할로페리돌은 사망률, 인공호흡기 이용 기간, 병원이나 중환자실에 이용 기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할로페리돌의 위약 대비 섬망 치료 효과는 부족했지만, 진정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나 단기적으로 급성 초조상태에 관리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Page 박사는 "섬망치료를 위해 할로페리돌을 사용하는 환자 수는 증가하지만 근거는 제한적"이라며 "기계 호흡을 필요로 하는 중환자들에서 할로페리돌 처방은 섬망을 감소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의대 Yoanna Skrobik 교수는 "비약물적인 예방대책만이 중환자에서 섬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약물적 개입은 많은 정신장애나 심리장애 환자에서 효과적이지만 섬망 증상으로 인한 보호자들의 디스트레스가 문제"라며 "우리는 누구를 위한 치료를 하고 있는 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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