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개 의료기관, 2만2233명 참가 설문조사 결과

보건의료종사자들은 하루 평균 9.3시간, 일주일 평균 46.9시간 동안 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절반 이상이 직장을 옮기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3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88개 기관 2만2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올해 3월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전체 임노동자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이 41.8시간인 것에 비해 병원 근로자들(46.9)은 다소 긴 편에 속한다.

직종별로는 요양간병사 55.9시간, 간호사 48.2시간, 조리배식 47.4시간 순으로 근로시간이 길었으며, 52시간 이상 장시간 비율도 16.1%를 차지했다.

현재 주5일 근무임에도 장시간 일하는 이유로는 병원 인력부족으로 인한 잔업(인수인계시간 : 34분), 개별 노동시간(조기출근 및 퇴근시간 : 83분) 증가 등을 꼽았다.

또한 잦은 병원 행사 및 운영(컨퍼런스, 의료기관평가인증제 준비)과 교육 및 회의(월 평균 4시간) 등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긴 노동으로 인해 병원 노동자들의 직장생활 만족도에 대해서도 '불만족(45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장생활 중 '노동시간'에 대해 가장 불만족스러움을 표시했으며(35.9점), 다음으로 임금수준(36.4점), 인사노무(37.4점), 복지후생(39.2점), 산업안전(45.1점) 순으로 응답했다.

병원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9.4년이었고, 1년 평균 개인 연차는 17.7일, 사용 연차는 11.8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힌 응답자가 62.4%를 기록했다.

근로기준법상 연차 사용이 허가제가 아닌 사전 통보제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연차휴일이 사업장에서 강제지정(11.5%)되거나 반강제지정(45.4%)되는 비율이 절반을 넘고 있는 것이다.

직장에 대한 불만족함이 쌓이고 쌓여 이들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려하고 있었다.

조사대상 중 53%가 이직을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업무량 증가, 승진 동기유발 악화, 근로조건 및 처우 미흡 등이 원인이라고 답했다.

노조 측은 “보건의료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체력 악화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을 초래하게 된다”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OECD 기준 절반 가량밖에 미치지 못하는 인력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조에서는 2013년 산별중앙교섭의 주요한 의제로 ▲교대근무제도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 ▲시간외근무 현황 조사와 개선대책 마련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장시간노동 발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건의료인력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노·사·전문가 공동포럼을 통해 일-가정 양립과 보건의료산업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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