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의대 "동통과 신경손상 연구센터"

"21세기 신경과학연구는 그 성과에 따른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 학문적 측면에서 노령화 사회의 복지를 위한 핵심 기반기술입니다. 그러나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기초의과학에 속하는 이 분야의 국내 연구는 투자 규모나 연구성과에서 열세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신경과학연구와 관련 일본은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지정, 지난 97년부터 연간 2백억엔(약 2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은 의회가 지난 90년대를 "뇌의 10년"으로 선언했고, 국립보건원(NIH)에서는 인간두뇌과제(Human brain project)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유럽과 캐나다 등도 90년에 들어서면서 "Decade of Brain"을 선언, 신경과학분야에대한 범 정부차원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일본 등에서 진행중인 신경과학과 동통연구의 현황을 감안, 국내에서도 신경과학연구가 시급하다는 판단하에 몇몇 뜻있는 기초의과학연구자들과 동통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경북의대 해부학교실 조희중 교수.

그는 동통과 신경손상 원인 규명, 동통 억제방법 개발, 신경손상억제와 신경재생 방법 개발 등 광범위한 신경과학연구를 위해 경북의대, 치대 교수들이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동통과 신경손상 연구센터(Pain and Neural Injury Research Center)"의 책임을 맡게 됐다.

조 교수는 이 센터가 2002년 과기부 지정 기초의과학연구센터(MRC)에 선정되면서 향후9년간 61억원의 연구자금 지원을 통해 국내 신경과학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는계획이다.

특히 국내 신경과학분야의 경우 국책사업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지역 연구소나 연구집단이 없는 실정에서 경북대는 의대와 치대 교수 등이 참여하는 뇌연구회가 결성돼 매주 강의와 세미나를 하고 있으며, 매년 6~7회의 외부강사 강연을 통해 신경과학분야의 연구분기위기는 이미 조성돼 있다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말기암 환자나 신경손상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난치성 동통을 진통제만으로 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 뇌신경연구소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 차원의 동통과 신경손상 연구가 진행된다면 연구성과 뿐만아니라 연구에 참여하는 기초의과학자 육성이라는 교육적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동통과 신경손상 연구센터의 중장기적인 목표는 신경과학연구와 함께 동통과 신경손상연구를 위한 국내외 저명연구소와의 공동연구, 그리고 국제세미나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 의대·치대 출신의 기초의과학자 육성, 자연대학·공과대학 등 비의학계열대학과의 지역내 공동연구 수행, 의·치대 공동의 신경연구를 통한 의·치대 기초학교실통합운영 등에 있다.

이러한 목표로 이 센터가 첫번째로 수행할 연구 과제는 "동통과민화, 전달 및 조절과 척수외상의 세포생물학적 기전규명"이다.

올해부터 향후 2년간 수행할 이 과제에는 동통과민화 관련 세포내 신호전달계 및 동통조절 관련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규명, 동통의 중추성 전도기전 규명, 외상성 척추손상의 병리기전 및 동통과의 관련성 규명 등이 포함돼 있다.

즉 1단계 연구에서 동통 유발 및 억제에 관련된 각종 인자를 규명함으로써 동통예방과 억제 방법을 모색하는 학문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센터는 1단계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제약업체와 연계해 부작용이 적고 진통효과가 탁월한 동통치료제 개발을 또 하나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어 2년간의 연구 평가를 통해 수행한 2단계(3~5년차) 연구과제는 "동통관련인자 조절기전규명 및 난치성 중추신경질환의 신경손상기전 규명"이다.

이 연구에서는 동통유발 관련인자규명, 동통의 중추성 조절기전, 신경계 퇴행성 질환,감염 및 간질 등 만성진행성 중추신경계질환의 신경손상기전연구 등이 포함된다.

특히 2단계 연구에서는 해외 연구자들과의 교류를 위한 공동연구와 동 센터 연구자들의 해외 연수프로그램을 마련, 보다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단위 연구와 실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3단계(6~7년차) 연구에서는 본격적인 치료제 개발과 치료법 개발을 목표로 하는 "동통억제, 신경손상억제 및 재생기전의 규명과 치료법 개발"이 주 과제이다.

즉 5년간의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동통억제 방법과 치료제 개발, 신경손상억제와 재생기전 규명 및 신경세포사 억제와 재생을 위한 치료법 개발 등이 주요 목표이다.

"치료제 개발과 동통 완화를 위한 치료법 개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초의과학자들을 양성하는데 있습니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는 조 교수는 신약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번 연구의 가장 큰 목표는 젊은 기초의과학자 육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국책사업을 통한 지방대학 연구소의 활성화와 정책적인 지원이 바탕이 된다면 보다 많은 기초의과학자 육성의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 그는 "동통과 신경손상연구센터"의 경우 의대와 치대 교수들이 참여한다는 점과 해외 연수 프로그램 마련 등교육적 측면에서는 충분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현재 8명의 교수진을 포함 36명으로 구성된 이 센터의 연구자들은 제1세부과제 "동통과민화 및 조절기전 규명:신호전달계 및 신경전달물질과의 관련성(조희중 교수)", 제2세부과제 "악안면 통증의 중추성 전도기전 연구(경북치대 신경해부학 배용철 교수)", 제3세부과제 "외상성 척추손상의 기전: 이차손상과 apoptosis(경북의대 신경병리학 손윤경 교수)"로 나뉘어 1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박재식(경북의대 신경생리학) 교수, 안동국(경북치대 구강생리학) 교수, 김정완(경북치대 분자생물학) 교수, 박성파(경북의대 신경과학) 교수, 황성규(경북의대 신경외과학) 교수 등이 주요 연구진으로 참여중이다.

"만성 동통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과 젊은 기초의과학자들을 육성하는 것 모두가 중요합니다. 필요한 것은 해당 연구자들이 마음 놓고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금, 정책지원 등의 인프라 구축입니다."

국가 차원의 신경과학연구 투자가 절실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 조희중 교수는 국내 기초의과학자의 노벨상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와 육성을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언제일지 모르겠다"며 젊은 기초의학자들에게 그 몫이 돌아갔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환하게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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