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낙보청기(소노바그룹) 신동일 대표이사

"차도 다 똑같은 차가 아니죠. 마티즈와 아반떼, 벤츠 등 차종마다 다르잖아요. 보청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청기라고 해서 다 똑같은 보청기가 아님에도 저가형 보청기가 마치 '보청기'라는 일반명사가 되고 있습니다."

전세계 보청기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는 스위스 브랜드인 포낙보청기 신동일 대표[사진]는 일부 저가 보청기로 망가지는 시장을 보면서 참 속상하다. 보청기에 대해 잘 알기도 전에 잘못된 선입견을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보청기 시장은 8만~9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시력과는 달리 청각은 손상이 되더라도 실생활에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보청기를 찾는 수요자들에게는 실제로 보청기에 어떤 기술이 포함돼 있는지, 또 어떤 기능을 하는지 등 정확한 정보를 면밀히 알려야 하지만, 단순히 가격만 제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저가 제품을 사용하고 불만족한 소비자로부터 아예 보청기가 외면되고 있다.

신 대표는 "그저 가격이 비싸면 '거품'이 낀 제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면서 더 이상 보청기 시장이 확대되기 어렵다"며 "다른 보청기들은 기술을 개발하고 품질을 개선하면서 보급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오히려 저가에 치우친 제품은 마케팅에 가려져 정확한 비교를 위한 정보 전달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전세계 어디에도 저가 마케팅을 하는 곳은 없다"고 토로했다.

지금의 보청기는 면밀한 기능과 진동의 증폭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시끄러운 곳에 가면 양쪽의 소리가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스테레오 같은 기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현재 물 속에서 방수가 완벽하게 될 수 있는 보청기까지 나왔다. 심지어 분실보험까지 나오면서 한층 소비자들에 다가서고 있지만, 오히려 가격에 치우치다 보니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다.

이에 신 대표는 적극적인 회사와 제품 소개에 나서고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보청기를 생각하면 그리 친숙하진 않다. 왠지 착용하기 싫고 무겁고 멀어보인다. 따라서 일단 포낙보청기 회사 자체에도 어둡고 우울하고 침침한 것이 아닌, 밝고 긍정적이고 젊은 아이템을 인테리어 콘셉트로 활용했다.

또한 회사 내부 분위기에도 신경썼다. 5년간 대표를 맡으면서 출퇴근 체크를 하지 않고 자율성에 맡겼다. 직원들 간의 상하관계도 개선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보청기에 대한 편한 인식이 회사 내부에서부터 개선되지 않으면,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신 대표는 "기본적인 제품의 장점은 품질과 기능"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직원들은 업무 판단이 빠르고 여유롭고 능동적으로 일하게 하고 있다. 위아래를 막론하고 다같이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도록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들어서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헬스클럽 이용료를 지원하는가 하면, 구글 앱을 활용한 스마트커뮤니케이션 혁신 사례로도 꼽혔다. 회사 만족도를 부여하면서도 직급간 갈등, 구성원 간의 갈등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다.

3개 브랜드 공동 런칭...전세계 벤치마킹 대상

회사의 역사는 2009년 4월 포낙 보청기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후 유니트론 보청기 브랜드도 도입했다. 비슷한 시기에 AB라는 인공와우까지 국내에 소개했다. 3개 브랜드를 가진 '소노바그룹'에서 전세계 최초로 한 브랜드, 한 회사 런칭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오히려 전세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신 대표는 "싱가폴에서 따라 하기 시작했고, 멕시코, 뉴질랜드 등에서도 시도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3개 브랜드 모두 유명한데 왜 각자가 아닌 통합해서 운영하는지 의아하게 바라봤지만, 이젠 스위스 본사에서도 예의주시하면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색깔로 만들어야 한다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차츰 나아가는 단계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포낙이 퀄리티가 굉장히 좋다는 것을 많이 알고, 그만큼 좋은 브랜드라는 것이 시장에 인식돼 있다"며 "여기에 인공와우로 유명한 AB를 포낙에서 인수하고,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보청기의 기술력이 인공와우로 녹아들면서 끊임없이 신제품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소노바그룹 차원으로는 보청기부터 인공와우까지 '청각'과 관련한 모든 제품을 취급하고 있는 셈. 지난 10년 보다 앞으로 5년이 더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6개월마다 신제품을 계속 내고 있으며, 작은 기술이라도 바로바로 적용해서 사용자들의 편리성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 시장만 유독 가격 공세에 가려져 기술력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설 것"이라며 "소리를 못듣게 되면 세상과 멀어지게 되는 만큼, 소리를 통해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자신했다.

그만큼 사용의 확대가 관건이다. 복지가 잘돼있는 유럽은 아예 국가에서 보청기를 사들여 먼저 나눠준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는 대체로 개인의 비용으로 구입하고, 또 그 개인이 착용 사실을 숨기면서 시장이 확대되진 않고 있다.

이에 포낙은 ‘히어더월드’라는 공익재단을 통해 난청인이 사회적으로 힘든 만큼, 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그는 "잘 듣지 못하면 목소리가 커지고 화난 사람처럼 인식하게 된다. 그만큼 사회와 소통이 줄어들고 사회에서 격리된다"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청기를 제대로 쓰면 일상생활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려나가고, 소리를 통한 사회와의 소통을 도울 것"으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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