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미국 Barack Obama 정부는 '열린 정부'를 내세우며 오픈 데이터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에서 만드는 모든 데이터를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자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 경제' 실현도 공공정보 민간 개방을 기저에 깔고 있다. 문제는 이 엄청난 자료들을 어떻게 가치화, 체계화할 것인가다.

의료계도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전자차트 도입 이후 축적된 자료들을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학문적, 임상적 측면뿐 아니라 의료 경영적 측면에서의 혜택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쳐올 빅데이터 홍수를 앞두고 의료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은 9일 '건강 분야에서 빅데이터 공개와 고급 분석'을 주제로 제1회 국제심포지움을 열고 이에 대한 답을 논의했다. 이날 가톨릭의대 문성기, 윤건호, 권영대 교수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료정보학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美, 빅데이터 통한 비용절감 기대

문성기 초빙교수는 오프닝 강의를 통해 의료정보학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미국 사례를 통해 빅데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기술 발달은 가장 앞서지만 전반적인 국민 건강 수준이 낮고 의료비 부담은 높은 모순을 안고 있다. 헬스케어 시스템 자체도 지나치게 복잡하다"면서 "비용을 줄이면서 환자 아웃컴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지불체계나 의료전달체계 등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의료정보학은 이런 개혁에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많이 모아 분석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현재 가정의학과나 내과 의사 각각이 책임지고 있는 만성질환자의 트랙을 축적, 아웃컴이 개선되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정책 등을 준비 중이다.

문 교수는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 몇해동안 200억 달러를 투입해 병원이나 의사가 전자의무기록(EMR)을 사용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고, 덕분에 의료정보 관련 시장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윤건호 교수는 "의료 분야에서의 빅데이터는 종이 차트에서 시작해 현재의 EMR, EHR로 이어지며 쌓아온 방대한 양의 의료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료 분야에서는 보다 쉽고 정확하게 새로운 패턴과 현상을 발견해냄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면서 "결국 의료 현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은 빅데이터"라고 말했다.

이에 맞춰 미국 정부는 데이터를 연구 커뮤니티에 많이 공개하면 자동적으로 파워풀한 혁신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 앞으로 공개 가능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정책 컨셉을 옮겨가고 있다.

문 교수는 "공개할 수 있는건 모두 다 공개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소프트웨어도 정부의 지원으로 만들어졌다면 온라인 상에 공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공동 작업 환경 먼저 만들어야

빅데이터는 분야가 넓고 자료 자체가 방대한 만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팀 중심의 접근이 필수다.

문 교수는 "헬스 IT는 병원에서 쓰는 여러 데이터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데이터 타입이 복잡하다"면서 "제대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경영 전문가, 컴퓨터 과학자, 사회인류학자 등 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문화는 아직 데이터 공유나 협조 익숙하지 않아 빅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공동 작업(collaboration)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영대 교수는 "각 병원마다 기존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모두 흩어져 있기 때문에 큰 패러다임 속에서 연계하기가 어렵다"면서 "임상, 경영, 기초, 교육,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통해 흩어진 자원을 모으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술적 차원을 넘어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때문에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은 의대 교실간 벽을 허물고 오픈 플랫폼 형태를 취하려고 한다"며 "독립적이고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공통 테마로 묶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미국에 있는 병원도 최근 경쟁으로 인해 정보 공유를 꺼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빅데이터를 다루다 보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는 반드시 생기며,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공유해 그 내용을 연구팀이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톨릭의대 의료정보학교실은 3월 1일 개설, 의료정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 버지니아공과대학교 문성기 교수를 영입하는 등 교수진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향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여러 기관의 의료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환자의 홈 헬스 케어를 실행하기 위한 건강정보 통합 프레임워크 및 건강과리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병원 수준의 접근 방향을 마련하고, 동시에 의료 관련 빅 데이터 통합 분석기술 개발, 질환별 코호트연구 DB 구축, 의료-바이오 정보의 통합 및 고급분석을 통해 각종 의학 연구의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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