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가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장내세균(CRE)에 감염된 환자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낸 후 하루만에 CRE는 국민들이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발표를 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너무 안일한 대처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CRE가 국내 13개 병원에서 63명의 환자에게 전파됐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 분해 효소 생성 장내세균(CPE)는 CRE 중에서도 항생제를 직접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졌다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CPE가 최초로 발견된 사람은 인도에서 작업중 부상을 당해 인도 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3일 후 우리나라 병원으로 오게됐고, 역학조사 결과 OXA-232 타입 CPE균이 검출됐다.

이 뉴스가 신문과 방송을 뒤덮으면서 전국은 또 다시 슈퍼박테리아 공포에 빠졌다.

그런데 다음날 질병관리본부는 이번에 이슈가 된 OXA-232 타입 CRE는 새롭게 나타난 신종 슈퍼박테리아가 아니라 기존에 있던 CRE중 새로운 아형(subtype)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질병관리본부 양병국 공공보건정책과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에 발견된 CRE는 공중보건학적으로 문제가 없고 슈퍼박테리아를 다제내성균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RE는 몸에 균이 들어와 장안에 터를 잡고 있다 내보낸 것으로 감염사례는 한명도 없고, 공중보건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몸 속 장내 세균도 수억 마리인데 다른 장내 세균들도 몸 안에서 배출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의 근거다.

정말 괜찮은가?
그런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몇몇 전문가들은 CRE가 아무것도 아닌 문제라면 왜 정부가 같은 기간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의 균주검사는 물론 의무기록조사, 일부 균배출자들의 타병원 전원 사례 추척, 해당병원의 현장 조사 등을 했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건강한 사람들은 CRE에 대해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환자나 면역방어체계가 약해진 사람들은 안실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장내에 있는 정상적으로 있는 세균과 CRE는 다른 것으로 장속에서 상황이 바뀌면 감염 등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제내성균 문제는 오래 전부터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제내성균 6종이란 MRSA(메티실린내성 황색포도알균), VRE(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 VRSA(반코마이신내성 황색포도알균), CRE(카바페넴내상 장내세균), MRPA(다제내성 녹농균), MRAB(다제내성 아시네토박터균)을 말한다.

다제내성균 문제가 터질 때마다 모든 의료기관이 항생제내성균 표본감시체계에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몇 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2011년 1월부터 44개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같은 해 7월에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56개를 포함시켜 총 100개 병원을 의료관련감염병(다제내성균 6종)에 대한 표본감시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표본감시사업을 하는 병원은 대학병원 등 규모가 큰 100개 병원이다. 문제는 이들 병원이 아니라 감염관리 인력이나 체계가 없는 소규모병원들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다제내성균 6종 중 가장 강력한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VRSA는 전수감시대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집단발병 사례나 의료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른 사례는 의무적으로 신고하게끔 하는 전수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류지영 의원도 "VRSA는 전수감시 대상으로 전환해 항생제 내성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항생제 다빈도 사용 진료과목 대한 항생제 사용 표준기준안 마련과 항생제 오남용에 대한 감시체계 구축 등 항생제 내성 확산 방지에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CRE 문제가 터진 후 정부는 앞으로 CRE와 같은 항생제내성균 등에 관련된 것은 모든 의료기관이 보도하도록 하는 전수감시체계로 전환하도록 하는 관련 법령을 개정 하겠다고 밝혔다.

또 병원감염관리지침을 보완하고 의료기관에서의 실행을 강화하고 감염관리실 설치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몇 년째 반복되는 똑같은 해결책에 대해 병원들의 반응은 냉랭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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