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캠페인 - ⑥

불모지에서 내분비내과 일군
세종병원 김종화 과장
















세심한 질환 교육 치료 효과 높아져
환자 대상 당뇨병 건강강좌 매주 마련
10년 동안 환자 20배로 늘어… 전국서 내원
원인 질환도 다루는 내분비센터로 키우고파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세종병원은 심장전문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심장, 판막 등 이식수술을 비롯해 CABG, PCI 등 중재술까지 명성이 자자하다. 이와 더불어 내과 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 거점병원으로 충실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중 내분비내과는 당뇨병이나, 갑상선 질환, 골다공증 등의 환자들이 많이 찾는 인기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심장전문병원이지만 내분비내과도 잘 본다는 소문이 나면서 일선 병원에서 다루기 힘든 환자들의 전원도 늘고 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내분비내과를 유명하게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터줏대감 김종화 과장(내분비내과)이다.

그는 1994년 전북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한 후 1년간의 전임의를 거쳐 곧바로 세종병원에 터를 잡았다.

전북 출신의 그를 머나먼 경기도 부천까지 오게끔 이끈 원동력은 평소 간절히 원했던 임상/연구의사의 꿈이 작용했다. 그는 전임의를 마치면서 봉직의보다는 전공을 살려 환자도 보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곳을 찾았었다. 때마침 세종병원이 내분비내과 과장을 모집했고 고민할 틈도 없이 자리를 잡게 됐다.

"당시 세종병원이 어떤 병원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단지 환자를 볼 수 있고, 임상연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세종병원도 역할 강화를 추구할 때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첫 출근을 해서 본 환자가 5명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은 눈앞이 깜깜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마저도 외래가 아닌 타과 협력 진료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환자들과는 오랫동안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오히려 이것이 지금의 내분비내과로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전환점이 됐다.

당시 김 과장은 드물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한 시간 정도를 할애하며 일일이 당뇨병에 대해 설명했다. 주로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는 질환 교육에 집중했다.

당뇨병 환자들의 질환 인식이 낮았던 탓에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좀 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이때부터 건강강좌, 공개강좌, 당뇨병 식단 시식회, 산행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개발해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만들어진 건강강좌는 지금까지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매주 수요일 진행하는 건강강좌는 환자들에게 인기다. 공개강좌는 일 년에 두 번씩 진행하는데 한 번에 최대 100여명이 찾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당뇨병 환자는 음식도 중요한 만큼 이를 알려주기 위한 시식회도 매주 진행하고 있다. 그밖에 춘계와 추계에 두차례씩 진행하는 산행탐방 프로그램도 있다.

"건강강좌는 특히 지역 주민 및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날씨, 주변 여건 등에 따라 방청객이 터무니없게 적을 때도 있는데 한 명이 오더라도 하겠다는 게 저의 철칙입니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은 자연스럽게 환자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진료 시작 한 달 만에 일일방문 외래환자가 10명으로 늘어나더니 3달 후에는 환자가 무려 40~50명으로 증가한 것이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1일 방문환자가 100여명이 넘는다.때문에 내분비내과 전문의도 2명이나 늘었다. 환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 뿌듯한 것은 교육의 효과가 치료효과로 이어질 때다.

"환자들이 좋아합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치료효과를 몸소 느낀다는 것이죠. 일부 환자는 먹는 약으로 치료를 받다가 식사 조절과 운동요법만으로 전환한 환자도 있습니다. 또한 대체로 환자 개개인이 관리를 잘하면서 혈당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불어 외부사람들의 추천으로 찾아올 때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본인들이 만족을 하니까 지인들을 데려온다는 것이다. 그는 "전체 환자의 30% 가량이 장거리 환자들"이라며 제주도, 전라도, 해남지역 환자도 있다는 소개부분에서는 자랑이 부끄러운 듯 수줍게 웃었다.

환자가 늘어나면서 막중한 책임에 부담도 느낀다. 때문에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국내외 관련 학술대회는 물론이거니와 인천, 부천 등 지역 대학병원 등이 마련하는 학술 프로그램에도 꼬박꼬박 참석하며 학식을 쌓고 있다. 지난해에는 교육과 치료효과가 비례한다는 내용의 연구 성과를 초록으로 발표했다.

그에게는 바람이 있다. 세종병원 내분비내과를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한 것으로 진정한 센터개념을 도입하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내분비내과로 내원하면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진단부터 각종 검사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갖춰야 되며 기다리는 동안에는 재미있는 교육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더불어 "심장전문병원이지만 심질환의 원인이 당뇨병인 경우도 있고 다른 원인도 있기 때문에 온전하게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심장 외에 다른 질환을 치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앞으로 할일이 많다는 그는 내분비내과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여념이 없다. 2003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세종병원에 들어와 10년 만에 내분비내과를 정상으로 올려 놓은 그가 앞으로 10년이 지난 시점에는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새삼 궁금해진다.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
사진·고민수 기자 msko@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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