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COPD·심장 등 코호트 연구 지속
 아쉬운 점은 '무관심' '공단과의 중첩' 등...법 개선 필요


지난 2008년부터 척추 관련 수술이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임신 중 위험인자가 태아, 신생아의 성장과정에 어떤 영향을 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분석팀, 일명 빅데이터 전담팀은 이같은 임상적인 질문과 관련된 근거중심의 답을 제공하기 위해 수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 임상표본 코호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신경외과와 산부인과 두 진료과목에서만 코호트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심장 및 폐질환, 내과, 소아청소년과, 의약품 등에서 특정 주제를 잡아 코호트 연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진행 중인 신경외과 코호트연구는 '2008년부터 척추수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처음 손을 대기 시작했다. 과잉적이고 불필요한 수술을 예방하는 방안을 찾을 근거를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당분간은 5년간의 척추수술 패턴과 이용량 등을 지켜볼 예정이지만, 앞으로는 10년 정도의 자료를 더 수집해나갈 계획이고, 여건이 닿는다면 신경외과의 뇌분야의 코호트 연구를 시행할 계획이다.

산부인과에서는 2008년 출산산모 48만명을 대상으로, 2007년부터 임신기간 중 데이터를 역추적하는 동시에 출산 이후 4년간을 지켜보고 있다. 더불어 태아 탄생 후 4년도 함께 추적 연구 중이다.

이같은 연구는 △임신 중 위험인자가 출산 후에도 영향을 주는지 △자식의 성장과정에도 영향을 끼치는지 △부모의 질환력이 자식에게 전달되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비슷한 장기간 연구가 미국에서도 진행 중인데, 기간이 길고 대상이 많으며 맞춤형 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나, 민간보험 자료를 이용하고 있어 많은 비용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김록영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이를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다보니 적은 비용으로 많은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부 학회에서 정부의 사업으로 오해하고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많고 코호트연구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였던 진료과목, 학회 위주로 연구 범위를 더 욱 넓혀 나갈 계획이다.

특히 내년초부터 폐 관련 임상학회들과 손을 잡고 COPD와 관련된 코호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심장학회는 아직 범위를 정하지는 않았으나 고혈압 부분이 연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위원은 "COPD로 질환의 폭을 좁힐 수 있는 것은 연구진들의 관심이 워낙 큰 데다가 환자도 많고, 만성질환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내과, 소아청소년과, 의약품 등 워킹그룹을 결성한 학회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 대상을 선정, 전문적인 분석자료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또다시 공단과 업무중첩 예고, 의료계의 미지근한 반응 등 어려움 존재
돌파구는 활용방안 확대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이러한 코호트 연구는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라는 사업 자체가 정부 3.0의 기조 아래 진행되는 것인데, 정작 선행돼야 할 부처간 칸막이 없애기는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심평원에서는 자료나 사업아이템에 대한 공유와 협조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낭비되는 인력과 자원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 쪽에서는 안전행정부에 빅데이터 사업 활성화를 위한 칸막이 해소 방안을 내는 등 자료 연계와 부처 간 화합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공단에서도 9개년 코호트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만약 비슷한 내용으로 연구 중이라면 '날씨 건강예보'처럼 또다시 업무 중첩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면서 “공단과 합의의 도출점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역시 공단의 자료가 필요하므로 '연계'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공단에서는 지난 3월 이미 환자중심의 코호트자료를 구축한 상태며 현재는 자료 활용 방안을 한창 모색 중이다. 건보공단의 국민건강정보DB 구축 방향 설명에 따르면, '비급여' 자료가 부재한 것을 제외하고는 성별, 연령대, 자격 등을 바탕으로한 대규모 자료가 마련돼 앞으로의 활용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반면 “심평원의 빅데이터는 세부자료가 없고 에피소드, 환자 중심이며, 코호트 연구가 아니다”라며 “표본수 자체가 매우 적어 공단 자료에 비해 양과 질이 떨어진다”고 비판한 바 있다. 공단은 심평원이 코호트연구를 시행하는지 알지 못했고, 심평원은 공단이 이를 비판했던 사실을 서로 몰랐던 것이다.

또한 빅데이터와 관련한 의료계의 뜨듯미지근한 반응, 무관심도 심평원이 이를 연구하는 데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행 법·제도상 활용 범위가 학술에만 국한돼 있는 점도 아쉬워했다.

현재 심평원의 빅데이터는 학술용으로만 작년에 69건, 올해 50건 정도 사용됐다. 법을 개선해서 학술용은 물론 경제성 평가, 기업에서의 활용이 되면 코호트연구자료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3.0 기조는 전면개방"이라며 "제약사 등이 공공의 목적을 두고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자료 제공을 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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