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간염 국내 환자,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 전체의 C형간염 유병률을 조사한 자료는 없지만, 학계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0.8%에서 최고 2.1% 까지 나타나고 있다. B형간염 유병률이 5~8%라는 점을 고려할 때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눈여겨봐야할 점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는 점과 고령환자에서 위험도가 더 크다는 것이다.

전북의대 김인희 교수팀 연구에서는 C형간염 유병률이 전체 0.59%, 연령·성별·지역을 보정했을 때는 0.78%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9년 국내 29개 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약 29만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세부분석에서는 여성이 0.60%로 남성 0.55%에 비해 더 높았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20대에서 0.26%로 가장 낮았지만, 70대에서는 2.09%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 전남, 경남 지역이 1.34~1.86%로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서울 및 수도권은 0.42~0.77%로 중간 정도, 제주 지역이 0.25%로 낮았다.

대한간학회는 이 연구가 국내에서 가장 대규모로 이루어진 조사로 향후 정책 결정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는 C형간염에 대해 보균자 선별검사를 포함한 적절한 치료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조기진단에 무게
C형간염이 A, B형간염과 구분되는 이유는 사용할 수 있는 백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위험상황 회피와 조기검진에 대한 비중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조기검진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C형간염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최초 감염 후 대부분의 환자들이 증상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WHO는 C형간염이 2주에서 6개월의 잠복기를 거치고, 최초 감염 후 약 80%의 환자들이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급성인 환자들은 6개월 이내에 고열, 피로, 식욕 감소, 구토, 오심, 복부 통증, 검은 소변, 관절 통증 등 증상이 나타난다.

새로운 환자들 중 75~85%는 만성 C형간염, 이들 중 60~70%는 만성 간질환 소견을 보인다. 만성 환자 중 간경변증으로 발전하는 비율은 5~20%,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1~5%로 알려져 있다.

이에 WHO는 조기검진이 개인 환자는 물론 가족단위, 나아가서는 지역사회의 감염예방에 효율적인 수단이 된다고 밝혔다. 일부 국가에서는 감염 위험도가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는 ▲수혈, 장기이식, 혈액제제를 받은 사람 ▲이전 주사기제제(마약류 포함)를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 중인 사람 ▲장기간 혈액투석을 받고 있는 사람 ▲보건의료계 종사자 ▲HIV 환자와 동거하는 사람 ▲간검사 결과 비정상 소견이 있거나 간질환이 있는 사람 ▲C형간염 감염자인 산모에게서 태어난 신생아 등이 해당된다.

이와 함께 WHO는 불필요하거나 안전하지 않은 주사기 사용, 안전하지 않은 혈액제제, 불법 약물 사용, 안전하지 않은 C형간염 환자와의 성관계, 문신, 침술 등을 주의해야할 사항으로 제시했다.

C형간염 유전자형에 따른 치료전략 필요
C형간염 검진은 C형간염 바이러스(HCV) 재조합 면역블롯 검사(RIBA)를 사용한다. 이 검사를 통해 HCV 양성일 경우 C형간염으로 진단한다. 하지만 HCV 검사만으로는 현재 감염자와 자연회복된 환자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HCV RNA도 검사해 양성으로 나타나면 증식성 C형간염으로 볼 수 있다. HCV RNA는 감염 1~2주 후에 나타난다.

C형간염 치료목표 역시 지속적 바이러스 반응을 유지하고 간섬유화의 진행을 억제해 장기적으로 간경변증, 비대상성 간경변증, 간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 C형간염 항바이러스 치료전략은 기본적으로 인터페론과 리바비린 병용이다. 인터페론 알파는 주3회 300만IU를 투여하고, 페그인터페론 알파 2a는 주1회 180ug, 페그인터페론 알파 2b는 주1회 1.5ug/kg을 투여한다. 리바비린은 인터페론 알파와 병용 시 1일 1~1.2g을, 페그인터페론 알파와 투여할 때는 환자 특성에 맞춰서 용량을 조절한다.

이는 C형간염 바이러스가 유전자형(genotype)에 따라 치료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C형간염 유전자 1형일때는 치료기간을 48주로 잡고, 환자 체중이 75kg 이하일 때는 1g, 75kg 이상일 때는 1.2g을 투여한다. 유전자 2·3형일 때는 24주 동안 800mg을 투여한다 .

HCV 유전자형에 따른 치료경과의 차이는 국제 C형간염 트러스트(Hepatitis C Trust)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C형간염 유전자 1형 환자의 45%, 2·3형 환자에서는 80%에서 지속성 바이러스 반응이 나타난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으로 유전자 1형 HCV에 대한 치료반응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치료기간 역시 1형은 48주, 2·3형은 24주로 설정하고 있다.

C형간염 치료제 개발 전망 밝아
그렇지만 C형간염 치료제들의 부작용은 순응도 유지를 위한 해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리바비린은 용혈성 빈혈, 태아기형, 기침, 호흡곤란, 피부발진, 가려움증, 불면증, 오심, 식욕감퇴 등의 부작용이 있다. 페그인터페론은 역시 두통, 피로감, 근육통, 발열, 식욕부진, 오심, 설사, 우울증, 혈소판 감소증, 갑상선 기능장애, 피부발진, 탈모 등의 부작용이 있다.

즉 새로운 약물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에 호응하듯 제약사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2011년 미국식품의약국(FDA), 지난해 영국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에서 승인받은 2가지 제제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약물들은 텔라프리비어(제품명 인시보, 인시벡)와 보세프리비어(제품명 빅트레리스)로 C형간염 유전자 1형 바이러스를 타깃으로 한 프로타아제 억제제다.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들은 대상군의 70%에서 효과를 보였다. 단 페그인터페론과 리바비린과 함께 3제요법으로 사용된다. 치료기간도 48주지만 임상시험에서 많은 수의 환자들이 빠른 반응을 보인만큼 치료기간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외에도 약제의 효능개선과 복용횟수 감소시키는 등 양한 약물들이 개발 중에 있다.


인터페론 안쓰는 HCV 패러다임 예고

2013 EASL과 2013 APASL에서는 만성 C형간염 치료에서 페그인터페론 제제를 쓰지 않는, 이른바 ‘인터페론 프리’ 신약들이 가능성을 보이며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현재 페그인터페론 프리 제제로 개발되고 있는 제품은 소포스부비어(길리어드), 다클라스타비어(BMS), 아수나프레비어(BMS), ABT-450/r+267+333(애보트) 등이다.

이중 길리어드의 소포스부비어는 개발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EASL에서 FISSON, FUSSION, POSITION 연구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인터페론 프리 약제 가능성을 알린데 이어, 올해 APASL에서는 다클라스타비어와의 병용효과를 소개하며 기존 조합에서 반응이 떨어지는 유전자형에 대해서도 강력한 억제효과가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소포스부비어는 치료경험이 없는 유전자 2형 환자에서 12주 바이러스 억제율(SVR12) 97%을 보였고, 3형 환자에서는 56%를 보였다. 또 치료경험이 있는 환자의 16주 바이러스 억제율(SVR16)은 각각 94%와 62%였다. 페그인터페론이 불가능한 환자의 SVR12는 93%와 61% 수준이다.

유전자 3형은 2형보다 항바이러스 억제률이 떨어지는데, 부족한 효과는 다클라스타비어와 병용하면 된다. 최근 APASL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1·2·3형 환자에서 소포스부비어와 다클라스타비어 병용 시 SVR12 100%로 그야말로 완벽한 치료효과를 보였다. 나아가 텔라프레비어와 보세프레비어에 실패한 유전자 1형의 환자들도 100%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소포스부비어와 레디파스비어의 병용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3상임상이 진행중이다.

BMS가 개발 중인 다클라스타비어(60mg, QD), 아수나프레비어(200mg, BID), BMS-991325(75~150mg, BID) 제제도 유력한 인터페론 프리 제제로 주목받고 있다. BMS는 2013 APASL에서 2상임상 결과를 발표했는데, 유전자 1형 환자에 다클라스타비어(60mg, QD), 아수나프레비어(200mg, BID), BMS-991325(75mg, BID) 등 세 가지 약제를 투여하면 SVR12가 100%에 이른다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이 연구를 토대로 3상임상을 진행 중이다.

애보트도 유전자 1b형 환자를 대상으로 ABT-450/r+267(25mg, QD)+333(400mg, BID) 세 가지 약제를 리바비린과 조합한 2상임상 결과를 최근 APASL에서 공개했다. 연구명은 AVIATOR 연구로 이전 치료경험 유무, 기간, 용량에 따라 총 8개 그룹으로 나눠 진행했다. 그 결과 용량과 기간, 환자군에 상관없이 SVR12와 SVR24가 94~1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치료경험이 없는 환자군에서는 리바비린을 투여하지 않아도 100% 반응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조합 가능성도 예고했다.
박상준 기자 sj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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