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는 2011년 음주와 건강에 대한 글로벌 현황 보고서에서 188개 회원국 중 한국이 13번째로 알코올을 많이 섭취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이상 성인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연간 14.8ℓ로 전세계 평균인 6.13ℓ를 크게 웃돌았다. 알코올 사용장애 1년 유병률은 남성 13.10%, 여성 0.41%였고, 2005년 인구 10만명 당 간경변증에 의한 연령 표준 사망률은 남성 33.1%, 여성 6.9%였다.

음주는 질병과 신체장애를 발생시키는 위험 요인 중 3번째로 꼽히며, 음주로 인한 사망은 1인당 알코올 소비량과 비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음주는 모든 사망 원인의 4%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중 25%는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간질환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 14개 국가 자료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그 양이 1ℓ 늘때마다 남성에서는 14%, 여성에서는 8%씩 간경변증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학회는 “알코올 간질환(ALD)은 바이러스 간질환에 이어 만성 간질환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며, 알코올 관련 사망자 수도 연간 10만명 당 9.6명으로 높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는 음주와 주취에 관대하고 알코올 간질환은 개인적 문제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어 그 중요성이 실제보다 저평가되고 있으며 항바이러스 치료제 등장 이후 상대적으로 ALD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저조했다”고 지적했다.

아직은 다른 간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식도가 낮고, 임상 경과도 양호해 덜 주목 받고 있지만 비알코올 지방간질환(NAFLD)도 바이러스성 간질환이나 알코올 간질환 못지 않게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비만 대사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NAFLD 유병률은 16~33%로 높아졌고, 일부에서는 비알코올 지방간염(NASH)이나 간경변증, 간암 같은 만성 간질환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지방간질환 진료에 대한 근거나 치료법이 많지 않다.

이에 대한간학회는 ALD와 NAFLD에 대한 진료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김창민 이사장(국립암센터 간암센터)은 “두 질환은 지금 당장은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미래에는 매우 중요한 토픽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은 미래를 미리 준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두 질환은 학회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단초가 되는 질환”이라며 “가이드라인 제정을 계기로 진료하는 의료진뿐 아니라 학회에서 이들 질환을 없애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ALD와 NAFLD에 대한 최적의 치료 전략과 앞으로의 치료 타깃을 알아본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