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원 한양의대 교수·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Expert Opinion]


만성 간질환에서의 대사 변화
간경변증 환자에서 단백질-칼로리 영양실조의 동반율은 연구자 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나 65~90%로 매우 높으며 말기 간경변 환자에서는 거의 90%에서 영양 결핍을 동반한다. 말기 간질환자에서 영양결핍은 크게 두가지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오심, 구토로 인한 식욕감소와 함께 증가된 에너지 소비가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대사(metabolism)가 항진되어 있는 기전은 유효혈량 감소로 인하여 교감신경계의 활성화가 관찰되며 노르에피네프린 및 에피네프린의 분비가 증가하여 대사적인 측면에서는 대사과다증(hypermetabolism)을 보이게 되어 쉽게 영양결핍 또는 부족 상태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되고 있다.

만성 간질환 환자의 두번째 특징은 에너지 대사 중에서 지방산화가 증가하는데 이는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간의 glycogen 합성 능력의 저하와 당대사 이상에 기인한다. 일반인에 비하여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간내 저장된 glycogen이 적어 10-12시간 동안 금식을 하게 되면 간 내에 저장된 글루코스는 거의 고갈되어 기아 상태와 같은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간경변증 환자는 대체에너지로 지방을 사용하게 되며 지방의 산화가 일반인에 비하여 증가되어 있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 영양상태 평가
간경변증 환자에서 영양상태를 평가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임상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표는 체중의 변화 또는 체질량지수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비교적 간단하고 객관적인 많은 정보를 제공하여 주지만 간경변 환자에서 복수 및 부종 등에 의하여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어 다른 평가지표와 함께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외에 일반적으로 검사실적 방법으로 알부민, pre-albumin, transferrin 및 retinol binding protein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수치들은 임상에서 간단하고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할 수 있는 지표라는 점에서 장점이 있으나 탈수, 수혈 등에 의하여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평가에 주의를 요한다. 보다 객관적인 방법으로 상박근 둘레(arm muscle circumference)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근육의 단백질 저장분(muscle protein reserve)을 평가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 비교적 다른 요인에 영향을 받지 않은 좋은 임상지표이다. 유럽 영양학회는 신체계측과 subjective global assessment(SGA)로 일차적인 평가를 권고하고 있다. SAG는 최근의 체중의 변화, 식사량, 소화기증상, 운동능력, 스트레스 정도 및 간단한 신체 검사의 6개의 항목을 이용하여 3개의 등급으로 나누어 영양상태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알코올성 간질환자에서 영양요법
영양학적 측면에서 영양섭취의 부족이 알코올 간손상의 중요한 원인이 되며 동시에 알코올은 영양소의 흡수와 소화 및 대사에 장애를 일으키고 식사량을 감소시켜 영양불량을 유발시킨다. 또한 알코올은 자체의 독성으로 인하여 소장 통과시간의 증가, 췌장 기능의 이상, 장점막의 투과성 증가로 인한 흡수장애 및 신기능 이상으로 인한 단백질 배출이 증가하면서 다른 원인의 만성 간질환에 비하여 영양상태가 더욱 좋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연구에 의하면 알코올 간질환자에서 비타민 B1의 결핍이 약 45-58%, 비타민 E의 결핍이 86-96%, 혈청 아연의 결핍은 42-83% 정도 감소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선행연구에서 알코올 간질환자에서 영양결핍상태는 사망률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알코올 간염 환자에서 영양치료는 고열량의 식사요법이 추천된다. 특히 분지형아미노산을 섭취하는 것은 심한 알코올 간염 환자에서 간성혼수를 예방할 수 있다. 장마비 또는 폐쇄 등과 같이 특별한 금기가 없는 한 알코올 간질환 환자에서는 경구 영양섭취가 권장되며 하루 에너지 공급량을 35~40kcal/kg/day로 공급하고 단백질 양은 1.2~1.5g/kg/day를 섭취하는 것을 권고한다. 이는 한국 성인의 하루 권고 섭취 에너지량인 2000~2700kcal에 비하여 다소 높은 수치이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영양요법
모든 간경변증 환자는 영양상태에 대한 검사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여러 방법 중 체질량 지수와 SGA를 평가하는 것이 권고되며 가능하다면 handgrip strength 검사를 포함하는 것을 권고한다. 식사는 하루에 4-7회 정도 나누어서 자주 섭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복수 및 부종의 발생 가능성 때문에 저염식(2~5그램/일)을 권고하고 있다. 환자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정맥으로 영양을 보충하는 것 보다는 경구로 섭취하는 것을 권고하며 필요에 따라서 복합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수분의 섭취 제한은 일반적으로 필요하지 않으며 저나트륨혈증(<120mmol/L)이 동반되는 경우에만 시행된다.

가능하다면 환자의 휴식기 에너지 소비를 평가하기 위하여 indirectcalorimetry를 측정하여 환자의 하루 필요 에너지량을 공급하는 것이 좋으나 고가의 장비로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지 못 하고 있다. 만성 간질환 환자에서는 휴식기 에너지 소비가 증가되어 일반적으로 하루 에너지 필요량을 휴식기 에너지 소비의 150-175%까지 필요하다. 영양소의 구성은 저지방 고단백 고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간성뇌증이 동반되지 않았을 경우 총 칼로리는 35-40kcal/kg/day를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정상인의 일일 칼로리 섭취량 2000~2700kcal과 비교하여 다소 높다. 단백질의 경우 1.2~1.5g/kg/day의 단백질 섭취와 총열양의 25% 정도의 지방섭취를 권장한다. 간성뇌증 동반시 하루 열량 1800kcal를 제공한다. 이는 65세 이상 적정 권장 열량 2000kcal와 비슷하다. 단백질은 체중 1kg 당 1일 0.5~0.6g을 제공하며 하루 60g을 넘지 않도록 한다. 공복상태인 야간에 체지방 소모가 늘어나고 포도당의 처리능력에 장애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한번에 많은 양의 식사 보다 여러 번 적은 양으로 식사를 나눠 야간에도 가벼운 식사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과 영양
비알코올 지방간 질환은 비만 및 영양과잉과 연관되어 발생되는 질병으로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것이 치료의 근간이 된다. 그러나 임상에서 환자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를 정확하게 알아내어 이를 지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자는 1000-1200, 남자는 1200-1600kcal를 유지하게 하여 체중감소를 유도하는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임상에서 환자가 몇 칼로리를 먹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무척이나 어려우며 특히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섭취하던 양에서 매일 500-1000kcal를 적게 조정하거나, 환자들에게 세끼의 식사에서 한두끼의 ‘밥’ 양을 반으로 줄일 것을 권한다.

미국과 서양의 경우 햄버거, 피자 등과 같은 기름기 많은 지방질의 섭취가 절대적으로 많은 반면에 우리나라의 경우 서양과 비교하여 지방의 섭취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2008년도 국민건강영양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탄수화물 에너지 섭취 비율은 한국인이 64.5%로 미국인 51.7%에 비해 높았고, 지질의 에너지 섭취비율은 한국인이 20.5%로 미국인 32.9%에 비해 낮았다. 한국인의 경우 서양인과 달리 탄수화물 섭취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이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문화권에서는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곡류의 섭취는 줄었으나 라면, 국수 등의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전체적인 탄수화물의 섭취는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탄수화물은 간에서 중성지방의 형성에 관여하며 혈당을 높여 인슐린 저항성에도 기여를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탄수화물 섭취가 많은 나라에서는 고기 등의 지방 제한 이외에 적극적인 탄수화물 섭취 제한과 지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성 간질환은 영양상태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말기 간질환 환자와 알코올 간질환 환자에서 영양결핍(부족)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영양과잉과 관련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많은 역학 연구에서 지방간은 그 자체로 만성 간질환 및 간경변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지방간은 만성 C형간염 환자의 치료의 반응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지방간 환자에서 적절한 영양치료에 대한 자료는 없으며 현재 일반적인 영양치료에 대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 향후 지방간 질환에서 적절한 영양치료 및 평가 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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