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법의 음성적 측면

우리 발성 기관은 음소와 단어들을 만들어내는 능력 뿐만 아니라 목소리의 특성을 변화시키며 특정한 의미와 신호를 내포하고 있는 소리(언어적 발음이 아닌)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 언어학에 따르자면 휘파람을 부는 행위는 감탄의 표현일 수도 있고 비난의 표현일 수도 있다.

또한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서 헛기침을 하는 행위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발성 기관을 통해 나온 소리이기는 하지만 언어적 표현은 아닌데 왜냐하면 이는 단어로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목소리의 특성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Argyle이 "준(準) 언어(몸짓, 손짓, 휘파람, 제스처 따위와 같이 언어에 의하지 않는 소통 수단)"라고 표현했듯이, 이런 표현은 다수의 작가들에 의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 저술된 바 있다.

하지만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소개하는 이번 장에서 이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바로 이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방법 또한 언어적인 신호와도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준(準) 언어는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매우 중요한 구성 요소이다. 우리 각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며 각자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말을 한다. 따라서 똑같은 문장, 똑같은 이야기를 할 지라도 그것을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효과를 갖는 것이다.

또한, 어떤 한 사람은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 자신과 이야기 하는 상대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므로 똑같은 문장이라도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매우 다른 의미가 전달 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차이는 준(準)언어에 달려있다. 이에 대해, 매우 중요한 준(準)언어인 목소리의 특성들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음조는 목소리 높낮이의 정도이다. 높낮이는 습관적이고 영구적인 특성(어떤 사람들은 그 특성에 따라 항상 높은 혹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말하는 사람의 정신 상태에 따라서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분노로 인한 높은 목소리, 절망이나 슬픔으로 인한 낮은 목소리 등).

▲음향은 하나의 소리가 또 하나의 소리와 그 강도와 높낮이에 따라서 서로 구별되는 것이다.

즉, 두 가지의 소리는 각각 다른 곳(예를 들어 기타와 오보에)에서 퍼져 나옴으로써 우리는 어떤 악기에서 어떤 소리가 나왔는지를 그 특성으로써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목소리의 음향은 특히 개인적인 것으로서, 우리는 이를 통해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누군가가 우리 곁에 없을지라도 그의 목소리를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발음과 강세로 우리는 말하는 이의 교양 수준, 사회 계급, 출신 지역 등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사투리의 악센트를 고려해서 우리는 시칠리아인, 토스카나인, 베니스인 등을 구별할 수 잇다.

Ostwald는 분광 사진기를 통해 건강한 사람과 환자들의 다양한 목소리 종류에 대해 조사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확고한 목소리"는 분명하고 위엄이 있다. 이는 건강하고 자신에 차 있으며 외향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날카로운 목소리"는 불평이나 푸념에 차 있고 무기력하거나 유치한 특성이 있다. 이는 신경질적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힘없는 목소리"는 피곤하고 지쳐있으며 실망에 찬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

-"희미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람들은 흔히 말을 별로 하지 않거나 삶에 대해 별로 의욕이 없는 특징을 갖는다. 뇌종양을 앓고 있다거나 전반적으로 신체 기능이 허약한 환자들에게서 나타난다.

또한 Ostwald는 환자들의 목소리가 치료 도중에 혹은 회복기에 이르러서는 보다 분명하고 또렷해 졌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여러 가지 목소리의 특성들과 연관 지어서, 운율적 신호라고도 불리는 억양과 강세에 대해서도 살펴보기로 하자.

이는 말해진 내용의 의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끼치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

▲억양은 목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함으로써 이야기에 특수한 색을 입혀주기도 하고 긍정문과 의문문을 구별하게도 해 준다.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문장을 평범한 억양으로 발음하면 이는 긍정문이 된다. 하지만 같은 문장을 의문문으로 물어 "환자가 약을 복용했습니까?"라고 말한다면 이는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또한 억양으로서 말에 보충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조금 높은 목소리로 "어디 가니?"라고 말하는 것은 평범한 질문이 된다.

그러나 같은 문장을 낮은 억양으로 말한다면 묻는 사람의 의혹에 찬 혹은 적대적인 태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 된다.

▲강세는 한 문장에서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단어를 특별히 강조해서 말함으로써 의미를 변경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바로 그때 도착했다"라는 문장을 말한다고 치자. 만일 당신이 "바로 그때"라는 단어에 강세를 둔다면 바로 의사가 도착한 그 시점을 당신이 별로 맘에 들어 하지 않았음을(그 시점이 비록 적절한 것이었을지라도) 나타내고 싶은 것이다.

반대로 "의사가"라는 말을 강조한다면 이는 의사의 도착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임을 은연중에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힘있는 목소리는 또한 특별한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 "망설이지 않는" 짧은 휴지(休止)로도 표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질문에 곧바로 "예"라고 확신 있게 대답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 "예"라는 대답이 짧은 침묵 후에 나온 것이라면 이"망설이지 않은" 대답은 불확실한 것일 수도 있고 또는 거만함 에서 나오는 "예" 일 수도 있다.

"망설이지 않음"과 동시에 일어나는 근심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모든 요인들은 분명하다.

말을 하는 것과 침묵을 지키는 것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화자가 목소리에 힘을 뺀다는 사실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분명한 몇몇 다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말을 막는 요인들은 그 대부분이 화자와 청자의 의식 외부에 존재한다.

이는 말하거나 듣는 이가 의식적으로 통제하려고 해도 결국 통제가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P. E. Ricci Bitti 와 S. Cortesi).


다른 비언어적 표현법

다른 비언어적 표현에는 웃음, 눈물, 하품, 한숨, 속삭임, 투덜거림 등이 있다.

상담 할 때 환자가 눈물을 흘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다뤄보기로 하자.

눈물은 항상 말하는 이의 강한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이다. 기쁨으로 눈물을 흘릴 수도있겠지만 흔히 눈물은 견딜 수 없는 신체적 고통, 충격, 고통스러운 감정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우는 행위는 세 단계 즉, 충격의 단계, 폭발의 단계, 완화의 단계로 나뉘어 진다.

첫번째 단계에서 당사자는 신체적(인지적 혹은 감정적)인 자극을 받아 자신의 긴장 상태를 자각하게 되고 이를 통제해 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런 노력을 여러 가지 신호로 나타나는 데 이는 보여지기도 한다.

즉 흔들리는 눈동자, 붉어지거나 창백해지는 얼굴빛, 눈을 빠르게 깜빡임, 잦은 침 삼킴, 주저하거나 막히는 말투, 숨을 강하게 내뱉었다가 깊이 들어 마시는 의식적인 행동, 입술을 떨거나 꽉 깨무는 행동 등이다.

두번째 단계에서 당사자는 자신의 감정을 누르지 못하고, 억제하려 했던 감정을 결국은 어쩔 수 없이 나타내 버린다.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인 눈물을 흘린다는 행위로써 당사자는 격했던 감정을 다소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

왜냐하면 감정을 억누르고자 하는 의식적인 노력이 이 비자발적인 행위로 대치되기 때문이다.

세번째 단계는 모든 감정과 억눌렸던 에너지가 고갈됨으로써 시작된다.

눈물이 멎고 당사자는 평상시의 태도로 돌아가서 계속 말을 이어 나간다. 또 웃음에 관련된 표현 중에도 눈물에 대한 표현이 있다.

미친 듯이 웃었던 사람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어".

비언어적인 표현은 이것이 상대적으로 지속적일 때 특히 말하는 이의 개인적인 특성에 대한 정보를 주며 이를 "지시"라고 부른다. Abercrombie는 지시 - 가장 일시적인 것에서 가장 지속적인 것 까지 - 를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개인들 간의 지시(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관련되어)
-화자의 감정적 상태에 대한 지시
-화자의 성격에 관한 지시
-화자가 특정한 그룹에 속해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시

지금까지는 말로 된 표현(문체, 신호 체계의 선택과 그 정도, 발음, 강세, 억양, 목소리 등)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요소들이 얼마나 많은 가에 대해 살펴보았다.

환자가 말하는 것을 주의 깊게 듣는 의사라면 이런 많은 요소들로써 환자의 성격, 교양 수준, 감정 상태 등에 대해서 수많은 중요한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의사의 말을 신중하게 듣는 환자 역시 자신의 감정에 몰두할 수가 있다.

이렇게 서로가 하는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말하는 내용에 관계 없이 의사와 환자간 상담에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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