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환자의 약물치료는 맞춤전략의 정점이다. 혈당조절 목표치가 환자의 임상특성에 따라 유동성을 두는 맞춤형 수치를 허락하듯이, 약물치료 또한 개별 환자의 특성이 세밀히 고려돼야 한다. 올해 발표된 미국임상내분비학회(AACE)의 가이드라인은 “혈당조절 목표치에 있어 환자의 개별 특성이 고려됐듯이 약물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환자와 더불어 각 약제의 특성이 고려돼야 한다”며 약제선택 시 고려해야 할 요인으로 저혈당증 위험, 체중증가 위험, 비용, 신장·간·심장에 미치는 영향, 사용 편의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2012년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의 공동 가이드라인 역시 약물선택에 있어 혈당조절 효과 이외에도 저혈당증 위험, 체중, 주요 부작용, 비용 등을 고려하고 이들 인자와 관련한 약제의 특성에 기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환자의 특성에 맞는 약제의 특성이 선택의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는 메트포르민의 1차선택에 큰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 메트포르민은 우수한 당화혈색소(A1C) 감소효과와 더불어 체중, 저혈당증, 비용 등 다방면에서 여타 약제를 능가하는 이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당뇨병 환자들이 약물 단독요법으로 충분한 혈당조절 효과를 거두지 못하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이루러지는 2차선택 역시 치료전략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가이드라인들이 2차선택 약물로 설포닐우레아, 티아졸리딘디온, GLP-1 유사체, DPP-4 억제제,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 기저 인슐린 등을 권고하고는 있으나 아직 우선 순위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없는 상태. 이런 가운데 GLP-1 유사체,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와 같은 새롭게 등장한 약제들이 주목받고 있어 판세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된다.


이상지질혈증에 스타틴이 있다면, 고혈당에는 메트포르민이 있다. 해당 질환의 치료에 있어 일 대 다수의 약물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주역들이다. 간과 장에서 포도당 생성과 흡수를 차단하는 것에 더해 인슐린 기능을 개선시키는 메트포르민은 동·서양 모두에서 고혈당 약물치료의 핵심으로 간주되고 있다. 최근의 고혈당 약물치료 전략을 논할 때 메트포르민의 1차선택에는 거의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다. 이로 인해 메트포르민의 파트너, 즉 2차선택에 관심이 오히려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구 혈당강하제 선택
왜일까? 미국내과학회(ACP)는 지난해 제2형당뇨병 환자의 경구 약물치료와 관련한 아주 독특한 가이드라인을 하나 발표했다. 어떻게 치료할 것이냐는 방법론보다는 약물요법, 즉 어떤 경구 혈당강하제로 치료할 것이냐는 선택론에 초점이 맞춰진 것부터가 상당히 색다르다.

ACP의 공식저널인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2;1562:218-231’에 게재된 ‘제2형당뇨병의 경구 약물치료에 관한 임상 가이드라인’은 약물요법 가운데서도 메트포르민을 전면에 내세워 그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을 고혈당 약물치료의 1차선택으로 규정하고, 그 근거를 분야별로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있다.

약물치료 권고안
- 권고 1: ACP는 제2형당뇨병으로 진단된 환자에서 식이조절, 운동, 체중감소 등의 생활요법으로도 충분한 고혈당 개선에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 경구 약물요법을 추가하도록 임상의들에게 권고한다(당화혈색소의 목표치는 환자 개개인의 합병증·동반질환·잔여수명·선호도 등에 근거해야 하며,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7% 미만으로의 조절이 타당하다).
- 권고 2: ACP는 대부분의 제2형당뇨병 환자에 대한 약물치료의 시작으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을 처방할 것을 임상의들에게 권고한다.
- 권고 3: ACP는 생활요법과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에도 불구하고 고혈당 조절에 실패했을 경우 2차약물을 추가하도록 임상의들에게 권고한다.
* 이상 권고등급 및 근거수준 strong & high quality

가이드라인은 메트포르민을 1차선택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자체적인 연구분석을 토대로 선택에 대한 근거를 대단히 광범위하게 제시하고 있다. 3개의 권고안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를 메트포르민 선택의 근거, 즉 혈당·체중·지질·임상결과 개선에 있어 두각을 나타낸다는 설명에 할애하고 있다. ACP는 이러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다수의 경구 혈당강하제 연구들에 대한 종합분석을 실시했다.

메트포르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교과서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다만 한 가지, ACP가 제시한 논거들을 공유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안은 이들이 제시하는 근거의 대부분이 백인 중심의 서양인 사회를 대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ACP 가이드라인이 제시한 메트포르민의 1차선택 권고와 그 근거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며, 이를 한국인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가이드라인은 경구 혈당강하제 전략과 관련해 3개의 권고안을 제시했는데, 약물명이 언급된 것은 메트포르민이 유일하다. 2차약물의 추가를 권고하기는 했지만, 메트포르민에 이어 어떤 약물을 더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이드라인은 “대부분의 경우 당화혈색소(A1C), 체중, 지질 등을 감소시키는데 여타 약물과 비교해 메트포르민(단독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며, 이는 병용요법에도 같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사망, 심혈관 원인 사망, 심·뇌혈관질환, 미세혈관질환 등 임상결과의 감소효과는 근거의 수준이 낮은데다 양적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명확한 결론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가이드라인은 연이어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들을 혈당, 체중, 지질 등 각 분야별로 나눠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분야에서 경구 혈당강하제들을 일 대 일 비교한 연구들에 대해 종합분석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한 것이다.

혈당 약물치료의 혈당조절 효과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은 “A1C 조절에 있어 대부분의 약물들이 평균 1%의 감소를 나타내며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4개 저널에 발표된 3개 연구에 대한 종합분석에서는 메트포르민이 DPP-4 억제제와 비교해 A1C를 평균 0.37% 정도 더 감소시킨다”며 메트포르민의 우수한 혈당조절 효과를 부각시켰다.

물론 메트포르민에 설포닐우레아, DPP-4 억제제, 티아졸리딘디온계 등을 더하는 병용요법이 메트포르민 단독에 비해 부가적인 A1C 감소효과를 가져온다. 가이드라인은 또한 “병용요법을 비교한 임상연구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무작위·대조군 임상연구(RCT)에서 메트포르민과 GLP-1 유사체의 조합이 DPP-4 억제제와의 병용보다 우수한 A1C 감소효과를 보였다(근거수준 low quality)”고 부연했다.

체중 체중조절과 관련해 가이드라인은 총 79개의 일 대 일 비교 RCT를 종합분석한 결과를 통해 메트포르민의 효과를 설명했다. 종합분석에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은 티아졸리딘디온계와 비교해 체중을 평균 2.6kg, 설포닐우레아 보다는 2.7kg, DPP-4 억제제에 비해서는 1.4kg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단독과 병용요법의 비교에서 메트포르민 단독요법 적용시의 체중이 메트포르민과 티아졸리딘디온계의 병용보다 2.2kg,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계 병용에 비해서는 2.3kg 더 감소했다는 것이다.

지질 총 74개의 일 대 일 RCT에 대한 종합분석 결과,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은 티아졸리딘디온계 피오글리타존에 비해 LDL 콜레스테롤을 평균 14.21mg/dL, 로시글리타존에 비해서는 12.76mg/dL 만큼 더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포닐우레아(메트포르민과의 평균차이 -10.1mg/dL)나 DPP-4 억제제(-5.9mg/dL)와의 비교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를 나타냈다.

HDL 콜레스테롤 증가를 통한 개선에 있어서는 메트포르민 그룹의 수치가 티아졸리딘디온계 피오글리타존과 비교해 3.2mg/dL 더 낮아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지방과 관련해서는 연구들에 대한 분석마다 메트포르민 효과가 상반되는 모습을 보였다.

부작용 ACP 가이드라인은 “어떤 특정한 약물의 단독 또는 병용요법이 여타 약물과 비교해 심각한 저혈당증을 유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구들에 대한 종합분석을 통해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저혈당증 위험이 메트포르민이나 티아졸리딘디온계 단독보다 높다”며 “메트포르민과 설포닐우레아계를 병용할 경우의 저혈당증 위험이 메트포르민과 티아졸리딘디온계와의 병용과 비교해 6배 정도 높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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