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김대중 아주의대 교수/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우리나라만큼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나라가 있을까? 1970년대나 80년대만 해도 당뇨병 환자가 거의 없었다. 60년대는 보릿고개가 있었고, 그 이전에는 전쟁도 있었다. 겨우 겨우 입에 풀칠을 한다는 표현도 있었다. 80년대까지도 쇠고기는 명절에 한두 번 가족들이 다 모일 때 국을 끓여 먹고는 했다.

80년대 말부터 급격한 경제성장이 오고, 90년대가 되면 먹을 것이 너무 많아지게 된다. 2000년이 넘어서면서부터는 먹을 걱정보다는 오히려 비만을 더 걱정하는 사회가 됐다. 70년대 병원에 당뇨병 환자가 입원하게 되면 의사들이 모여서 같이 봤다고 한다. 지금은 병원에 입원하는 당뇨병 환자는 흔하디 흔하고, 동네에도 한 집 걸러 환자가 있을 정도다. 2010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성인의 10.1%가 당뇨병을 가지고 있으며, 약 320만명에 해당한다. 당뇨병 전단계(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높은 상태)에 해당하는 성인은 무려 620만명(약 20%)이나 된다.

흔히 한국인 당뇨병은 비비만형이라고 알고 있다. 90년대 자료를 보면 비만형 당뇨병은 불과 20% 수준이었다. 당시 당뇨병 환자의 평균 체질량지수가 21.9kg/㎡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못 먹고 못 살던 시절의 당뇨병이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1형(인슐린 의존형), 2형(비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외에도 영양실조형 당뇨병이 10~20%나 있었고, 2형당뇨병도 대부분이 마른 당뇨병이었다. 이런 당뇨병은 주로 인슐린 저항성보다는 인슐린 분비능의 결함 때문에 생긴다. 그래서 한국인 당뇨병은 비비만형이고, 인슐린 분비능이 문제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최근 당뇨병 환자의 체질량지수는 25.2kg/㎡로 절반이 비만형 당뇨병이며, 과체중을 포함하면 75%에 해당한다. 체질량지수 30.0kg/㎡ 이상으로 고도비만을 보이는 환자도 8%나 된다. 대사증후군을 동반한 당뇨병은 80%로 증가했다. 전체 환자의 70.6%가 인슐린 저항성을 가지고 있으며, 인슐린 분비능의 결함이 46% 정도 있어 인슐린 저항성의 문제가 더 우세한 당뇨병으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인 당뇨병은 연령대에 따라 그 특성이 큰 변화를 보이고, 특히 식사습관도 많이 다른 점을 고려할 때 당뇨병 환자를 관리함에 있어 대사증후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의 동반 여부도 확인해야 하지만, 가능하면 인슐린 저항성과 분비능도 평가해 치료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개별화해야 한다.

비만형 당뇨병 일색의 서구와는 치료방법이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인슐린 저항성이 심한 환자에서는 설폰요소제나 인슐린을 사용할 때 혈당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양이 필요한데, 그럼 혈당이야 조절되겠지만 비만을 조장하고 혈관에는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우는 좀 더 철저하게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반대로 인슐린 저항성이 적고 주로 분비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설폰요소제나 인슐린을 사용해야 하겠지만 저혈당의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설폰요소제보다는 저혈당 위험이 적은 DPP-4 억제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하며, 인슐린을 사용할 때는 용량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식사나 운동요법도 규칙적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과거와 같은 비비만형 당뇨병도 있고, 서구화된 비만형 당뇨병도 혼재돼 존재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병태생리적 기전에 맞게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맞춤형 치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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