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미국 최고의 어린이병원이 제시하는 '가치 중심 진료(Value based care)' 배우자."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CHOP) Steven M. Altschuler CEO가 최근 연세의대 소아과 100주년 특별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의 모태가 된 이 병원은 1885년 미국 최초의 아동전문병원으로 설립된 이래 전세계 소아 진료를 선도하는 병원으로 미국 '2013 US News & World Report' 소아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특별강연 내용을 토대로 CHOP의 현황과 직면한 과제, 또한 미래 전략 구상 방향을 면밀히 살펴봤다.


최고 병원도 의료개혁으로 위기의식

CHOP는 병상수가 많지 않지만, 평균 8%의 운영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Steven M. Altschuler CEO[사진]가 밝힌 CHOP의 현황은 메인병원을 중심으로 496병상에 연간 2만9000명 입원, 평균 입원일 5.2일, 평균 병상점유율 86%, 외래환자 응급실 8만 8000여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필라델피아 전역에 뻗어있는 네트워크에선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한다. 일반 외래 진료 연 71만 3000명, 특수 케어 클리닉(주 병원 19만 5000명, 네트워크병원 14만3000명) 등이다.

총 운영예산은 20억 달러(약 2조)에 달하며, 운영수익은 그 중 8%인 1억 6000달러 (2600억원)에 이른다. 하루에 벌어들이는 현금은 353달러이며, 총자산은 43억달러(현금과 투자 22억 달러) 등을 보유하고 있다. 어린이병원 중 가장 많은 규모인 1억2565만달러의 NIH(미국국립보건원) 연구지원금을 받는 것도 특징이다.

CHOP케어네트워크를 구체적으로 보면, 메인병원을 중심으로 35개의 일차 의료기관, 9개의 특수 클리닉, 응급센터 등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 표, 기사 하단 지도 참조]

지역 병원에서는 통합진료, 질병 중심센터의 운영, 가정 진료를 포함하고 있으며, 지역 외의 의료 서비스 제공자는 협진 체계 구축, 협동 연구, 원격의료 등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통합 EMR을 운영하고 있으며, 진료정보 교류인 HIE 역시 가능하다. 연구개발이나 임상도 통합된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처럼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CHOP 역시 환경적인 제약이 뒤따르고 있다. 전국민 의료개혁인 오바마케어 실시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병원은 저소득층 의료보장 제도인 메디케이드 확장에 따라 저소득층 진료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그는 "서비스 제공자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며 정치적 압박마저 존재한다. 비용 지불자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면서 저수익 모델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며 "의료제공자 및 의사들이 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고 있으며, 지역 의료시장의 급격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진료와 수익모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가치중심 진료'로의 변화 모색

이에 CHOP는 '가치중심 진료(Value based care)'로의 변화를 내세웠다. 가치를 위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의사와 병원이 통합진료를 하는 모델이다.

주요 내용은 ▲일차·예방의학적 의료서비스를 환자 치료에 포함 ▲모든 환자 치료 결과와 치료 비용 분석 ▲각 환자 치료 과정마다 포괄수가제 적용 ▲시스템을 넘나드는 통합적 진료 시행 ▲지리학적 한계를 넘은 영역 구축 ▲실제 환자에 도움이 되는 기술 도입 등이다.

특히, 특이질환·중증질환 중심의 통합진료 서비스에서는 타지역, 국제환자까지 치료 타깃을 포함하게 된다. 펜실베니아, 뉴저지 등에 위치한 협력 병원이나 입원 환자 병동, 이식병동, 일일 암 유닛, 양성자 치료센터 등을 모두 포함해 다학제적이고 통합진료를 실시한다.

그는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높은 의료진 수준을 유지하고, 모든 의료서비스와 서비스 결과를 표준화하기 위한 절차를 개발할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와 환자 가족을 위해 가장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통합네트워크를 개발해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인 의료전달 서비스를 디자인하고 체계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통합 IT시스템 구축을 병행, 치료 전과정에서의 환자의 데이터와 요구사항을 모아 의료진에게 실시간 피드백을 전달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비용대비 효율 제고...치료 수준 높이는데 주력

비용 대비 효율성 제고에도 큰 비중을 할애하고 있다. 보유하고 있는 CHOP케어네트워크에서의 정확한 전달체계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저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일차진료는 일차의료기관에서 전담하게 하는 대신, 적절한 의료서비스 전달이 표준화되는 과정을 중시했다. 의사결정지원이 가능한 'Epic system' 프로그램을 도입해 각 병원의 1인당 1일 경비의 비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가격 혁신, 원가제정, 자금 흐름 등이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구현되면, 재정 결정 지원과 서비스 지원, 상용화와 표준화까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역 센터에서는 연봉상한제, 일차진료 포괄수가제, 응급 진료 및 응급수술의 포괄수가제, 만성질환 포괄 수가제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CHOP는 효율성 제고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질적 향상을 위한 모델을 중시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질병의 예방과 완치라는 두마리의 토끼를 다 잡을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되는 만큼, 질병이 발현되기 전 어떻게 하면 완치라는 목표를 이행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복잡성과 높은 효율성을 가진 일차적인 예방 치료에 나서야 한다"며 "대신 혼자서는 할 수 없으며, 다양한 의료시스템과 네트워크 개발, 파트너십 구축 등 주변 시장과의 관계 형성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비용과 효율의 상관관계를 중시하지만, 이를 벗어난 것도 CHOP의 역할로 봤다. 예컨대 효율이 낮으면서도 높은 비용이 요구되는 태아수술, 중환자의학, 양성자 치료 등은 메인 병원에서 할 일로 규정했다. 대신 표준화된 치료 외에 부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그는 "CHOP과 같은 어린이병원은 효율성이 낮고 비용이 많이 들지만, 어린이 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을 고유의 역할로 삼아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시장이 탄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변화의 흐름과 시대적인 요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CEO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앞을 내다볼 줄 아는 CEO는 세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현재 상황을 조율하고, 둘째 선택적으로 과거를 잊어버리고, 셋째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