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 2일 국가가 암을 관리하겠다는 암관리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이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암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망원인 1위로 국민건강을 위해 꼭 관리해야할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홀대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각종 통계에 의하면 암은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증가추세이어서 2000년 암 신환이 84,000명이 등록되었고 2001년 암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59,000명에 이른다.

과거 결핵같은 전염병도 다스리기 급급한 시절에서야 암관리는 뒷전이었겠지만 이제 우리나라 경제규모도 세계에서 11위쯤되는 위치인지라 암관리에 대해 국가가 나서는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하겠다.

필자는 1980년초부터 암등록사업에 관여한 것이 인연이 되어 1985년에 세계보건기구(WHO) 아태지역 암관리 워크샵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미 일본과 싱가포르같은 나라는 국가에서 암관리대책을 마련하고 특히 일본은 나카소네 플랜을 만들어 막대한 자금을 암연구와 관리에 쏟아 붓고 있었다.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도 이미 암에 관한 투자와 대책들을 내놓고 있음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암통계가 부실하여 수치심까지 들었었다.

그후 필자는 우리나라 정부의 암관리대책을 숙제로 삼아 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한 기억이 있다. 세계보건기구 관계자들은 우리나라가 충분히 암을 관리할 능력이 있음에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안타까와하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암관리 자문위원회를 대통령직속으로 두고 우선 암등록을 전국 지역으로 확대하며 보건지소에 나가있는 보건요원을 암관리요원으로 지정, 1단계 암 계몽교육과 재택간호 등 암관리를 하도록 하자고 했다.

또 각 도에 시설을 지원하여서 암 병원을 지정하고 암병동을 두어 2단계로 암진단 및 치료를 담당한 다음 최종단계로 암센터와 연구소를 설치, 연계하여 총체적인 암관리를 하는 단계적 암관리를 제안하였다.

시범사업으로 가장 흔한 자궁암 집단 검진계획과 학교교육을 통한 금연운동, 그리고 식생활 개선 등을 실행하도록 건의하였다. 그로부터 어언 17년이 지난 이제야 이러한 체계적인 암관리대책이 성안되었다 하니 감회가 새로워진다.

정부는 복지부 산하에 국가 암관리 위원회를 두고 5대 암 조기검진사업, 암연구, 암등록, 말기암환자 관리 등을 총괄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말기암환자에 대한 통증관리와 호스피스에 대하여 건강보험 혜택의 문호를 넓힌다니 박수를 칠 일이다.

암이 불치의 병이라 할 지라도 말기에 오는 통증관리가 법적 구속력 때문에 제대로 안되어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그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호스피스 사업이야 말로 당연히 지원하여야 할 일인데 그동안 너무 민간병원에만 의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발표대로라면 선진국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을 대책이 나올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다.

예산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전시행정의 일환으로 치부될까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모처럼 복지부가 하는 일 중 잘한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동안 정부가 암에 관해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복지부가 암관리를 위해 국립 암센터를 건립하고 암관리과를 신설하였으며 암 연구에 나름대로 예산의 뒷받침을 해왔다.

조기암 검진도 저소득층 중심으로 해왔던 것은 어려운 여건하에서 굉장한 노력을 해온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이 국민들에게는 피부에 와닿게 실감나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너무 구색 맞추기와 생색내기에 급급한 결과때문이라 여겨진다.

여하튼 이번에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민간과 공동으로 국민 모두가 공감하여 참여하는제대로된 암관리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암에 관한 대책이야말로 국민의 건강에 가장 난적을 다스는 일로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여 교육과 더불어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발 형식적인 구색 맞추기보다는 내실있는 암관리가 체계적으로 시행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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