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3억4700만명 중 90%가 제2형 당뇨병…소아·청소년에서도 늘어

한국인 당뇨병 현황

전세계적으로 3억4700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인구를 70억명이라고 했을 때 5%에 해당한다. 2004년에만 340만명이 높은 공복 혈당으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0년에도 유사하게 관찰됐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당뇨병이 2030년까지 7대 주요 사망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당뇨병 환자 중 90% 가량이 제2형 당뇨병으로 대개 과체중과 운동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 WHO는 제2형당뇨병의 증상은 제1형과 유사하지만 종종 덜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어 발생 후 수년이 지난 뒤에 진단되거나 이미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이전까지는 당뇨병이 성인에서만 나타난 반면 최근 소아·청소년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당뇨병은 질병이 경과됨에 따라 전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WHO는 당뇨병은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키며, 당뇨병 환자 중 절반 가량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혈류 감소와 신경 손상이 동반됐을 때 심하면 족부 절단까지 이를 수 있고, 당뇨병성 망막증은 장기간 손상을 누적시켜 실명의 주요 원인이 된다. 전반적인 사망 위험도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적어도 2배 이상 높다.

이에 WHO에서는 질병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예방과 적절한 관리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특히 당뇨병은 다른 질환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혈액 검사로 쉽게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희망적이다. 따라서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과 더불어 합병증 예방 및 조기 발견,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40년 후 당뇨병 환자 600만 명 시대 온다
국내 유병률 두배로…교육·생활 수준 높을수록 증가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40년 뒤에는 그 수가 약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와 당뇨병학연구재단, 질병관리본부, 국제당뇨병학회가 공동으로 발표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자료표’에서는 현재 30세 이상 성인 중 320만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50년에는 2010년 기준 183% 증가한 600만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은 7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2배 가량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폭발적이다. 반면 2000년대 들어 조사된 자료에서는 증가폭이 훨씬 줄어들었고 이에 안정적인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1990년대 초반에 실시된 조사에서 30~64세 당뇨병 유병률은 7.2%였고, 이를 다시 20~79세 당뇨병 유병률로 추정한 결과 6.4%로 예상됐다. 2000년 초반 실시된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비록 검사 대상 수와 분석방법에 차이가 있어 이전 자료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20세 이상 성인 당뇨병 유병률은 7%대, 30세 이상은 9%대로 소폭 상승한 양상을 보였다. 그리고 최근 조사에서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남자 11.3%, 여자 9.0%로 둘을 합해 10.1%였다.

인구 고령화도 유병률 증가 요인
그럼에도 최근에는 유행병처럼 퍼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건강보험자료를 분석했을 때 신규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고령화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대한당뇨병학회가 전체 환자 수의 10%에 가까운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추정, 그 상태가 지속됐을 때 2010년 환자 규모가 35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 지금 그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공복혈당장애를 가진 환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이 현재 당뇨병 환자거나 잠재적 환자다. 이에 일부에서는 현 상태가 지속됐을 때 지금 비슷한 수준을 보이는 미국 유병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려의대 최동섭 교수(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팀이 국민건강조사 추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유병률은 특히 여성에서 교육 정도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8~2005년 사이 대졸 이상 교육을 받은 여성에서 당뇨병 유병률이 현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미만 교육을 받은 여성의 대졸 이상 여성에 대한 나이를 보정한 당뇨병 위험비는 1998년 1.93에서 2005년 4.92로 증가했다.

이에 최동섭 교수는 “우리나라 당뇨병 패턴이 차츰 선진국형으로 진화해 교육 정도가 높고 소위 잘사는 사람들의 병에서 이제는 교육 정도가 낮고 못사는 사람들의 병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연령 높아질수록 급증
당뇨병 유병률은 대개 연령이 높아질수록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30~44세 성인 유병률은 3.5%, 45~64세 11.9%지만, 65세 이상이 되면 22.7%나 된다. 그러나 성인병으로 알려졌던 제2형 당뇨병이 소아·청소년에서도 발생되면서 젊은 층에서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2011년 현재 소아 및 청소년 당뇨병 환자 수는 인구 10만명 당 57.5명으로, 0~9세 소아 대비 청소년 유병률은 약 6배 높다. 연령별 유병률은 0~9세가 인구 10만명 당 19.4명, 10~14세 74.9명, 15~17세 118.7명이다.
미국에서도 당뇨병은 소아·청소년의 가장 흔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꼽히며, 40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가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소아·청소년에서는 제2형 당뇨병 증상이 경증이거나 없기 때문에 진단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질병관리예방센터(CDC)는 안정적인 유병률 추산을 위해 대규모 인구기반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10년간 주요 사망원인 5위권
단지 특정 질병의 유병률이 증가한다해서 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질환에서 다양한 합병증이 유발돼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명에 위협이 되며,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비용이 사회에 큰 부담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뇨병이 이 경우에 속한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21.5명으로 지난 10년간 주요 사망원인 5위권 안에 머무르고 있다. 1979년 4명, 1990년 11.8명보다 배로 증가한 수치다. 동시에 OECD 평균도 크게 웃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보건의료 통계분석에서 인구 10만명 당 사망원인별 사망자수 100명을 OECD 평균으로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 당뇨병 사망자수는 184.2명으로 2배에 가까웠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당뇨병이 심혈관질환과 안질환, 신경 절단, 신부전 발생은 물론 사망 위험도 높인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은 말기 신부전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동반돼 있고, 실명과 비외상성 하지절단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급성 뇌졸중 발생을 일반 인구에 비해 5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당뇨병 진단 후 10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의 환자에서 이상지질혈증과 고혈압이 동반되고 미세혈관합병증도 발생한다. 2006년 13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를 방문한 5652명을 대상으로 합병증 유병률을 분석한 연구에서 신경병증이 44.6%로 가장 많았고 망막병증 38.3%, 미세알부민뇨 30.4%, 관상동맥질환 8.7%, 뇌혈관질환 6.7%, 말초혈관질환 3.0%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스란히 질병부담으로 넘어간다. 국내 조사에서 당뇨병의 질병부담은 인구 10만명 당 990DALY로 암 1525DALY와 심혈관계 1492DALY 다음으로 높았다. 손상을 제외한 개별 질병의 질병부담을 측정했을 땐 당뇨병이 970DALY로 가장 높았다. 2003년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20~79세 성인 당뇨병 환자의 건강보험 총 진료비는 이미 전체 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19.2%나 차지했고, 1인당 총 진료비는 연간 220만원이었다.

10명 중 3명은 병 인지 못해
그러나 ‘2012 한국인 당뇨병 자료표’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73.4%로 10명 중 3명은 본인이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특히 30~44세 젊은 연령층에서는 당뇨병임을 모르고 있는 경우가 45.6%로 절반에 가깝다. 당뇨병 진단을 받았음에도 치료를 전혀 받고 있지 않은 환자 비율은 14.1%이며, 당뇨병이 있는지 모르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환자 중 37.9%가 치료를 받지 않는 셈이 된다.

혈당조절 목표 도달률도 매우 낮다. 전체 환자 중 국내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당화혈색소(A1C) 6.5% 미만에 도달한 환자는 29.5%이며, 미국당뇨병학회 기준인 7% 미만을 적용하더라도 50.6%만이 혈당조절 양호상태를 보인다. 평균 A1C는 7.4%다. 또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 중 국내 지침에 따라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130/80mmHg 미만에 도달한 환자도 37%에 불과하다.

또 당뇨병 환자 중 74.7%가 과체중이거나 비만하고, 복부비만율은 남성 41.0%, 여성 56.3%나 돼 전반적인 생활습관 교정 및 체중감량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뇨병 ‘위기’가 ‘재앙’으로 번지지 않도록 유병률을 줄이기 위한 전국민적인 예방 노력 뿐 아니라 이환된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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