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치료기술 발전에 국가·사회적 관심도 최고조

공격 루트별 약제 갖춰…환자별 선택치료 가능

“당뇨병은 변한 것이 없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식과 기술환경은 달라졌다.” 연세의대 차봉수 교수(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는 이 같은 말과 함께 “(한국인들이 당뇨병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의학과 사회환경의 발전을 고려해 볼 때 지금이 당뇨병을 콘트롤할 수 있는 적기일 수도 있다”고 피력하고 있다.④

현대의학은 당뇨병이 한 일을 알고 있다
당뇨병이 갈수록 강해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역으로 그 만큼 우리가 당뇨병에 대해 많이 알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의학은 기초·임상연구를 통해 당뇨병의 발생기전, 병태생리, 유병특성 등 A부터 Z까지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다.

아직 더 많은 비밀들이 파헤쳐져야 할 과제로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몰랐던 당뇨병의 생물학적 공격루트와 환자의 특성에 따른 병태생리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당뇨병을 비롯한 만성질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최고조에 이름에 따라 당뇨병을 더 알기 위한, 그리고 극복하기 위한 범국가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다양한 공격 막을 수비진도 갖춰
당뇨병은 흔히 성동격서(聲東擊西) 식으로 우리의 몸을 공격한다고도 볼 수 있다.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분비결함, 고혈압, 지질이상, 대사증후군 등 다양한 공격루트를 통해 허를 찌른다. 혈당수치만 바라보고 있다가는 제대로 된 수비력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벽이 허물릴 수도 있다.

현대의학은 이제 당뇨병의 공격루트를 미리 잡아내고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을 갖추고 있다.⑤ 과거 메트포르민(포도당 생성·흡수↓, 인슐린 기능↑)⑥이나 설포닐우레아(인슐린 분비↑), 인슐린 정도로 약제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면 이제는 TZD(인슐린 민감도↑), 알파글루코시다제 억제제(탄수화물 소화·흡수 지연), 인크레틴 요법(GLP-1 유사체 & DPP-4 억제제 인슐린 분비 ↑, 글루카곤 분비↓)⑦, 기저 인슐린⑧ 등이 무기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임상특성(중증도, 연령, 체중, 저혈당증 위험, 인슐린 분비능, 인슐린 저항성 , 심혈관 위험인자 등)에 적합한 약제를 골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피지기로 맞춤전략 수행
이렇듯 위험인자와 공력루트가 다양하게 혼재돼 있다 보니 더 이상 어느 한 쪽에 치우친 하나의 전략만을 고집하기도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진료현장에서 심혈관 위험인자는 물론 인슐린 분비능과 인슐린 저항성을 측정해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의학적으로만 보면, 이제 당뇨병과 환자를 알고 임상특성에 맞춘 약물전략이 준비돼 있는 만큼 맞춤치료의 수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아주의대 김대중 교수(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이와 관련해 “당뇨병 치료에는 ABC 룰을 적용해야 한다. 고혈당 소견이 관찰되면 A1C(당화혈색소)만 보지 말고 Blood Pressure(혈압)와 Cholesterol(지질)까지 조사해 다른 질환을 동반했는지, 대사증후군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이나 분비능 쪽도 확인해 환자의 임상특성을 파악해 놓고, 이를 공략하는데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고 강조하고 있다. 막강한 화력을 갖춘 당뇨병, 이제 한가지 구질만 고집하지 말고 쉽게 맞춰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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