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태생리 과도기…지금이 가장 취약한 때

■ 한국인 당뇨병 관리 위기이자 기회

병태생리 과도기…지금이 가장 취약한 때
공격 루트 다변화에 유병률 급증
인슐린 분비부족 패턴에 인슐린 저항성까지 겹쳐

“환자는 넘쳐나는데,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병태생리가 혼재하는 과도기적 단계로 가장 불안정하고 취약할 시기다.”

작금의 한국인 당뇨병 현황을 이렇게 요약해볼 수 있겠다. 당뇨병 유병률은 급증하는데 혈당 조절률은 여전히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베타세포 기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인슐린 저항성의 공격까지 받으면서 우리나라 당뇨병 또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들은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겪고 있다.

당뇨병 대란
대한당뇨병학회(이사장 차봉연, 가톨릭의대)가 발표한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2’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10.1%)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1971년의 1.5%와 비교하면 40년간 당뇨병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진단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공복 및 식후혈당에 당화혈색소(A1C 6.5% 이상)가 더해질 경우 환자수는 더 증가한다. 공복혈당장애(IFG)를 나타내는 당뇨병 전단계 환자들도 20%에 달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회는 이를 근거로 향후 40년간 당뇨병 환자수가 2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며, 다가올 대란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①

저조한 혈당 조절률…치료전략도 문제
이에 반해 당뇨병 치료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같은 자료에서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률(A1C 6.5% 미만)은 29.5%로 목표치 달성률이 극히 낮다. A1C 7.0% 미만을 기준으로 해도 50.6%에 그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적절한 치료전략이 구사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유병자가 아닌 치료받고 있는 환자의 혈당 조절률을 따로 보면 28%(A1C 6.5% 미만)와 48%(A1C 7% 미만)로 더 떨어진다.

혈당만 보고 치료…이젠 옛말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인 당뇨병의 유병특성 또는 병태생리가 변화해 가면서 치료가 더욱 복잡다단(複雜多端)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만, 인슐린 저항성, 인슐린 분비부족, 고혈압, 지질이상, 대사증후군 등이 당뇨병과 직·간접적으로 결부되면서 진료현장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의술(醫術)의 적용이 요구되고 있다. 이제 혈당수치만 보고 치료전략을 짜서는 혈당조절과 합병증 예방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 만큼, 당뇨병은 다양하고 가공할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인슐린 분비부족 & 인슐린 저항성
변화의 핵심 중 하나는 서양인에 비해 떨어지는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당뇨병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던 우리나라 환자들에서 최근 비만과 인슐린 기능장애가 새롭고 주된 인자로 병태생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인슐린 분비부족 패턴과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인슐린 저항성을 비롯해 비비만형과 비만형 당뇨병이 뒤엉켜 있다.②

가뜩이나 인슐린 분비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인슐린 저항성의 공격까지 받다보니 베타세포 기능부전에 의한 당뇨병 위험에 더욱 더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쪽이 선택된 안정된 상태가 아닌 불안정한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에 위험인자들의 공격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③

대사증후군 복병
심혈관질환 위험인자로 간주되는 대사이상(대사증후군)이 흔히 동반되는 것도 최근 발견되는 한국인 당뇨병의 특징이다. 가천대길병원 고광곤·분당서울대병원 임 수 교수팀이 Diabetes Care 2011;34:1323-1328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1998년 24.9%, 2001년 29.2%, 2005년 30.4%, 2007년 31.3%로 일관되게 유의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75%가 대사증후군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복부비만·고혈당·지질이상·고혈압 등이 복합적으로 동시에 발현되는 대사증후군은 당뇨병 환자에 동반될 경우 심혈관사건 위험을 배가시키는 만큼 더 깊은 주의가 요구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혈당만 바라보고 공략해서는 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줄이기가 힘들다.

하지만 ‘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12’ 데이터를 보면 당뇨병 환자의 혈당조절에 이어 동반되는 심혈관 위험인자의 관리 역시 지지부진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 조절률(130/80 mmHg 미만)은 37%로 저조하며, 항고혈압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는 50% 대에 그친다. 지질조절 실태는 더욱 심각한 상황. 전체 당뇨병 환자 중 LDC-C 100mg/dL 미만을 달성한 경우는 40%, 중성지방 150mg/dL 미만은 50%, HDL-C 40~50mg/dL 이상은 40% 대였다. 3가지 지질인자를 모두 성공적으로 조절한 경우는 10%에 그쳐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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