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당뇨병학회(ADA)와 유럽당뇨병학회(EASD)는 2012년 제2형 당뇨병 관리 공동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획일화된 치료전략에서 환자별 맞춤치료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치료 알고리듬을 정리한 이전 판과는 달리 약물별 특성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흐름은 ADA와 EASD가 각각의 가이드라인에서 반영하고 있지만, 6년만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에서 양 학회가 합의된 권고사항(consensus guideline)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1C 목표 수치, 환자 특성따라 변경 가능 강조

A1C 타깃, 7% 이하 권고
당뇨병 치료에서 당화혈색소(A1C) 감소는 우선 전략이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도 A1C 타깃을 먼저 언급했다.
A1C 타깃은 2011년에 ADA가 발표한 Standards of Medical Care in Diabetes에서 제시한 내용과 동일하게 환자 대부분에게 미세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7% 이하로 권고했다. 평균 혈장혈당은 150~160mg/dL로, 공복혈당은 130mg/dL 미만, 식후혈당은 180mg/dL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했다. 단 환자간 특성을 고려해 타깃 수치를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유병기간이 짧고, 기대수명이 길며 심각한 심혈관질환이 없는 환자의 경우 저혈당증이나 다른 유해반응의 위험도를 고려해 A1C 타깃을 6~6.5%로 낮출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중증 저혈당혈증 병력이 있고, 기대수명이 짧으며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타깃을 7.5~8%로 느슨하게 잡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 환자군은 공격적인 자기 관리교육, 반복적인 상담, 효과적인 혈당저하제 용량의 증강 등을 통해서도 타깃에 도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타깃 수치 달성을 위한 공격적인 혈당 조절 전략이 모든 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에 △환자의 치료 자세 및 기대치료효과 △저혈당증 및 다른 유해사건과 연관된 잠재적 가능성 △유병기간 △기대수명 △동반질환의 중요도 △혈관합병증의 여부 △관련 자원 및 서포트 시스템 등의 요소도 A1C 타깃 설정시 함께 고려하도록 했다.

생활습관 개선 1차 전략 강조
치료전략의 선봉은 생활습관 개선이 맡았다. 생활요법의 핵심은 식생활 개선과 운동량 증가다. 식습관에서는 기본적으로 고식이섬유, 저지방, 생선음식들을 권장하고 있지만, 환자에 맞춰서 별도로 구성하도록 했다. 운동은 에어로빅, 근육저항운동, 유연성 운동 등을 1주 150분 이상 시행할 것을 권장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직접적인 효과로 체중관리를 꼽았다.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체중감소, 추가적인 약물 또는 수술적 개입은 혈당관리뿐만 아니라 심혈관 위험요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연구에서는 5~10%의 체중 감소는 혈당조절에 유의미한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환자에게 체중감소 목표를 제시해주고 이를 유지하도록 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진단 시 A1C가 7.5% 미만인 환자들은 생활습관개선의 효과가 큰 환자군으로 꼽았다. 이에 메트포르민 등 약물치료를 시행하기 전 3~6개월 정도 생활습관 개선 전략을 시행하지만, 중증의 고혈당증 환자나 생활습관 개선이 효과가 없는 환자들에게는 바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도록 했다.

1차는 메트포르민…추가전략은 약물·환자별 특성 고려해 결정
약물 치료는 혈당의 안정적인 유지와 급성 증상의 예방, 당뇨병성 합병증의 예방 및 지연을 위해 환자별 상황에 맞춰 약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가이드라인 위원회 부위원장인 Sue Kirkman 박사는 “일반적으로 약물 간 효과비교 연구가 없고, 특정 환자군을 대상으로 제한된 전략들의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환자 개개인의 상태, 요구, 내인성,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어떤 만성질환에서도 같지만, 제2형당뇨병에서는 치료의 선택과 전략 결정에 불확실한 점이 더 많다”며 약물들을 선택할 때 부작용과 환자들의 필요성, 약물 반응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가이드라인에서는 메트포르민을 1차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보통 중간 체중의 환자에게 장기간 사용할 수 있고, 저혈당혈증 위험도를 높이지 않는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위장관 부작용이 있다는 점과, 젖산 혈증 위험도가 있는 환자에서는 드물지만 합병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하며 투여 시 주의할 것을 강조했다. 심혈관 혜택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임상적 근거가 그렇게 충실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2차 치료제에 대해서는 우선 순위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설포닐우레아는 혈당 관리에는 효과적이지만 체중증가와 저혈당증 위험도가 있다. 설포닐우레아보다 더 빠르게 작용하는 메글리티나이드나 글리나이드 계열 약물들은 저혈당증 위험도는 낮지만, 투여빈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티아졸리딘디온 계열 약물(TZD)은 저혈당증 위험도는 높이지 않고,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우레아보다 지속성이 높다. 로시글리타존의 경우 심근경색 위험도 증가로 인해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피오글리타존은 거대혈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심혈관사건에 대한 혜택도 보인 바 있다. 단 최근에는 방광암 위험도에 대한 우려가 제시됐다. TZD의 알려진 부작용은 체중, 골절 위험도 증가, 체액저류 등이 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들 치료전략의 장점은 저혈당혈증 위험도 없이 혈당강하 효과를 보인다는 점을 강조했다.

GLP-1 유사체는 주사제로 췌장의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해 위장의 공백시간을 지연시키고 식욕을 감소시켜준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중간 정도의 체중감소 효과를 보이지만, 투여 초기 구역질, 오심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최근에는 췌장염에 관련된 문제들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인크레틴 기반 치료전략인 DPP-4 억제제는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분비를 조절하는 활동성 GLP-1과 GIP의 순환체계를 강화시켜 준다.

한편 최종 약물치료 전략인 인슐린에 대해서는 “체중증가나 저혈당혈증 위험도 없이 혈당 프로파일을 정상화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정리했다.

단일요법부터 3제요법까지
가이드라인은 비인슐린계열 약물 중 혈당강하 효과가 메트포르민, 설포닐우레아, TZD, GLP-1 유사체에서 A1C 1~1.5% 감소로 효과가 높은 편이고, 메글리티나이드, DPP-4 억제제, 알파글루코시다아제 억제제 등은 A1C 0.5~1% 감소로 낮은 편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약물들은 임상시험에서 기저 A1C가 높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효과를 평가했기 때문에 혈당강하 효과가 더 클 수 있고, 또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에서는 약물 간 혈당강하 효과의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즉 제2형 당뇨병 치료에서는 다양한 약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Kirkman 박사는 “환자상태와 추가적인 혜택 그리고 비용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는 알고리듬 대신 당뇨병의 진행양태에 맞춘 단일요법, 병용요법, 3제요법, 인슐린 전략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가이드라인 위원회는 “이는 알고리듬과 달리 처방지시적인 성향이 덜하다”고 부연했다.

1차 단일요법 전략에서는 금기사항이 없는 이상 메트포르민을 투여하도록 했다. 환자에 대한 순응도도 좋고 비용대비 효과도 좋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 위장관 부작용을 고려해 저용량으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증량해서 투여할 것을 당부했다.

메트포르민을 투여할 수 없을 경우 설포닐우레아/글리나이드, 피오글리타존, DPP-4 억제제 등 다른 경구용 약물들을 선택할 수 있고, 체중감소가 필요할 경우에는 주사제인 GLP-1 유사체도 고려할 수 있다. A1C 9% 이상인 환자들은 단일요법으로 정상 수준의 혈당수치 도달이 어렵기 때문에 비인슐린 제제 병용요법이나 인슐린 치료를 시행한다. 특히 A1C 10~12% 이상으로 급증할 경우 바로 인슐린 치료를 시행하도록 했다.

병용투여 전략은 단일약물 전략을 3개월동안 시행했음에도 타깃 A1C 수치에 도달하지 못했을 경우 시행하도록 했다. 추가 약물은 1차 투여약물 외 경구용 약물, GLP-1 유사체, 인슐린 중에서 선택적으로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단계에서도 A1C 수치가 특히 높을 경우에는 인슐린을 사용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평균적으로 추가 투여약물은 A1C 수치를 1%까지 낮춰준다고 명시하며, 추가약물 투여에도 A1C가 감소하지 않을 경우 약물투여를 중단하고 다른 기전의 약물로 대체해야 한다. 병용요법으로도 효과가 없을 경우 3제요법을 시행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비인슐린성 약물의 3제요법이 혜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약물을 추가할수록 잠재적인 부작용, 약물 간 상호작용 위험도, 비용적인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아직까지 메트포르민과 최적의 효과를 보여주는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시험은 없는 상황이다. 고려해야할 부작용으로는 체중증가를 꼽았다. 체중증가와 인슐린 저항성 마커 또는 심혈관 위험도 악화 간 연관성에 대해 통일된 근거들은 없지만, 체중증가는 치료과정에서 불필요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저혈당혈증, 위장관 부작용, 체액저류, 골절 위험도 등 부작용은 환자예후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마지막 단계는 인슐린이다. 3제요법까지 가이드라인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인슐린보다 높은 효과를 보여주는 전략은 아직 없다. 하지만 효과가 좋은만큼 저혈당혈증 위험도도 높아 저용량부터 투여를 시작한다. 가장 편리한 전략으로는 기저 인슐린을 꼽았다. 환자에게 전체 혈당 프로파일과 투여 시기를 명확하게 알려주면 관리가 비교적 쉽다는 것이다. 또 대다수의 환자들은 주사제 치료를 시작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낀다. 이에 가이드라인에서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과 교육을 통해 환자의 거부감을 극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는 인슐린과 경구용 약물을 병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메트포르민은 기저 인슐린과 함께 투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연구에서는 메트포르민+기저 인슐린 병용전략이 체중을 크게 늘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인슐린 분비 촉진제와의 병용은 추가적인 A1C 감소효과나 저혈당혈증, 체중증가 예방효과는 없었다. 특히 TZD는 부종 예방과 과도한 체중증가를 피하기 위해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인크레틴 기반 약물과의 병용은 혈당조절에 혜택이 있었지만 비용적인 측면이 장애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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