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교육은 미래 의사를 양성한다는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국민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로 한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의료계는 이같이 정상적인 의대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조됨에도 정부 당국은 너무도 안일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지적해왔다. 의료계 자체적으로 의과대학 인증평가 등을 실시하면서 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왔지만 법적, 제도적 미흡함으로 항상 한계에 부딪쳐왔다. 그 결과가 최근 서남의대 사태로 나타났다. 본지는 두차례에 걸쳐 미래의학교육을 생각하는 코너를 마련한다.

공식 인증기관 없어…의평원이 주기적 시행
그나마 인증 강제성 없어 효과 미흡
임싱실습도 부실 우려…병원 기준도 마련 안돼


지난해와 올해 의학교육과 관련돼 가장 핫한 이슈였고 현재도 진행 중인 서남의대 사태는 의학 교육의 총체적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면 서남의대 사태가 빚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

그 첫번째는 의과대학 평가 인증 시스템의 부재를 들 수 있다. 교육부로부터 인정 받은 기관이 대학의 신청에 따라 대학 운영의 전반과 교육 과정 운영을 평가하거나 인증할 수 있다고 고등교육법 11조 2항에 명시돼 있다. 또 의료법 5조에 2017년부터 평가 인증을 받은 대학출신에게만 국시를 허용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고등 교육 평가 및 인증 기관은 미지정 상태다. 한마디로 인증 평가를 할 수 있는 공식적 기관이 없다는 얘기다. 그나마 의료계가 의대 교육의 바람직한 운영을 위해 1993년 설립한 의학교육평가원이 주기를 정해 인증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이 발생하지 않은 이른바 임의적 행위에 불과해 지적받은 사항을 의무적으로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으로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점이 서남의대 사태를 불러 온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박인숙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평가인증기관을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기관으로만 한정해 놓은 것은 한계이며 이는 의과대학이 타 전문과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음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 의원은 특히 "의학 교육에 대해 교육부의 전문성이 결여돼 의학계의 공감을 얻기 어려우므로 의과대학의 평가 인증 시스템은 하위법령으로만 둘 것이 아니라 모법에 명시, 학생들이 제대로 된 교육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번째는 의대 실습 교육의 부실이다. 이는 서남의대 사태로 인해 가장 크게 부각된 사항이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의 임상실습 및 실습 위탁교육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질적 수준이 안정된 교육 병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대학운영규정 제4조에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부속시설로 부속병원을 직접 갖추도록 돼 있으며 부속병원이 없을 때는 교육에 지장이 없도록 해당 기준에 충족하는 병원에 위탁해 실습을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의과대학은 대학부속병원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나 일부는 사회복지법인 및 재단법인 병원, 협력병원에서 실습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병원은 생존을 위해 환자진료에 치중하게 돼 의대생 실습 교육에는 소홀한 편이란 지적이 많다. 더욱이 위탁 실습인 경우에는 이같은 상황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수련 병원 취소 등으로 이어질 경우 부속 병원이 없는 의대의 심각성은 더 크다.

임상실습 병원의 충족 기준 및 이에 대한 평가 등에 대한 규정 미흡으로 초래된 것이다. 이 역시 의학교육의 특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대학은 교육부가, 병원은 복지부가 각각 관리하는 이원적 관리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한 마디로 서남의대 사태는 수련병원이라 하더라도 의대생 교육병원이 될 만한 자격이 있는지 등 지정 기준이 없어 발생된 것이라는 말이다.

박귀화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질적 수준이 인정되는 임상실습병원의 확보가 중요한데 의대생들을 위한 임상실습 교육 병원의 기준이 법령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와 교육부 이원화된 관리체계로 전공의 수련병원으로만 관리되고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고 밝혔다.

김영창 의평원 전문역량 평가 단장 역시 "위탁 교육 기관의 자격은 인턴 수련병원으로 의대생들의 적정한 임상실습 교육을 위해 갖춰야 할 세부적인 조건들이 부재하다"고 했다. 의대생들의 임상실습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임상실습병원의 중요성을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서남의대 사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보고 미래의 올바른 의사 양성을 위한 고민을 해야 제2의 서남의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