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근무하던 이상훈(31)씨는 2010년 10월 계절독감 예방주사를 맞은 뒤 밤에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낮에는 졸음이 쏟아져 대화 중에 잠드는 등 일상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됐다.

병원에서도 처음에는 불면증상을 동반한 우울증 등 정신적인 증상이라고 진단했으나 이 씨는 그가 겪은 증상이 예방접종과 관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국내외 자료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졸음이 쏟아졌던 이유는 기면증이었고 병원과 로펌을 수 차례 드나든 끝에 2011년 7월 기면증 진단을 받고, 예방접종 부작용과 연관됐다는 점도 인정받았다.

이 씨의 사연은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10일 종로 엠스퀘어에서 개최한 제7회 ‘환자Shouting카페’에서 소개됐다. 이 행사는 환자들이 억울함이나 불만을 호소하면 법조계와 의료계 자문단이 솔루션을 제시하는 자리다.

기면증은 참을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거나 갑작스럽게 쓰러지는 증상이다. 이 씨는 제때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금새 잠들거나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중증 기면증 환자다.

기면증 진단 후 예방접종과 인과관계 증명은 그의 몫이었다. 예방접종과 기면증의 연관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의료기관이 없어 스스로 전문가를 찾아 다니며 증상에 대해 설명해야 했다.

결국 그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장애인연금3급을 판정을 받았지만 보상은 그가 사용한 병원비 70%를 지원받은 것이 전부였다. 이후 보건복지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고, 각종 방송에 출연했으나 달라진 게 없었다. 예방접종 부작용으로 기면증이 발생한 사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상 규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우성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먼저 △예방접종에 사용된 백신을 제작한 회사의 제조물에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모든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예방접종 할 것을 지시했다면 회사에 자유의지를 침해한 불법행위를 지시로 소송할 수 있으며 △회사의 지시에 따르다 일어난 사고로 업무 중 장애를 입었다고 판단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문가를 통해 예방접종과 기면증의 인과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시 북부병원 권용진 원장은 환자가 스스로 나서 인과관계증명과 보상신청을 해야 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예방접종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위한 검증과정을 마련하고 분쟁조정위원회처럼 환자와 기관 양측을 조율하는 절차와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예방접종으로 인한 장애에 대한 보상이 너무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예방접종은 전염병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인 장치로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며 같은 증상의 환자라도 전문가의 진단 하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장애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알려지지 않은 예방접종 부작용 사례가 많고 특히 어린이들이 기면증에 취약하다” 자신의 사례뿐 아니라 비슷한 경우의 다른 환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예방접종으로 인한 기면증은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환자에 따라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이 될 수 있다”며 “예방접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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