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정에서는 당장 선량에 관심있다 하더라도 영상의학과에서 관여하기 어렵다. CT, MRI 방에서 상주하고, 판독실에서 찍어 주는 검사 위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사 전단계에서 관여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검사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환자에 얼마나 선량을 주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토대로 병원 전체에 교육을 해야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 제1회 춘계종합심포지엄 ‘영상의학 검사에서 방사선 피폭을 줄이는 방법’ 세션에서는 선량을 줄이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영상의학회에서 지난 2007년 처음으로 방사선안전관리 위원을 뽑으려고 했을 때만 해도 마땅한 사람도, 자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행히 6년이 지난 지금 전세계적으로 핫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참여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 부산에서 9시부터 시작한 세션에서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심지어 서서듣는 이들도 많았다.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활 교수는 “지난해 보험청구가 된 CT검사가 500만건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환자들이 방사선 피폭을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검사 자체가 이득이 많다고 넘어가기에는 지나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을 전제로 선량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검사 자체가 적정하게 시행되는지 알아야 한다. 검사에 대한 득과 실을 생각해 환자에 검사 오더를 쉽게 내는 것을 막고 정당성 유무를 따져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도 일본 원전사고 이후 전국민이 mSv단위에 대해 알게 된 만큼, 무조건적인 검사 거부보다 적정선량에 대한 환자-의사 간 컨센서스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 교수는 “영상의학 검사를 오더, 시행하면서 검사의 피폭량과 영향을 아는 것은 약을 처방하면서 약의 적정용량과 부작용을 알아야 하는 것과 같다”며 “그만큼 경각심을 갖고 알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국영상의학회인 ACR에서도 선량관리 방법을 추천하고 있고, 호주의 식약처도 영상의학과 의사에 대한 방사선사 교육, 검사 선별 등을 강조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일회적이고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즉, 평소 실행력에 녹아들어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아예 미국은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영상장비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선량에 대한 리포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덩달아 저선량 장비 출품을 너도나도 알리고 더욱 선량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심지어 7월 1일자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당국이 요구하면, 의료기관이 CT검사에서의 선량을 제출해야 하는 법이 생겼다.

환자들에 대한 설명도 중요한 요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조은석 교수는 “원전사고 이후에 X-ray, CT 검사 피폭이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이 많다.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을 잘 설명해서 안심시키는 것이 바로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해야할 일”이라며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방사선이 정말 DNA 세포를 파괴해 암을 발생하게 할 확률이 높은걸까? 원전 근처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타지역 대비 80%에 불과했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봤을 때는 쉽게 결론내리기 어렵다.

조 교수는 “CT의 평균 선량값인 10mSv 가량을 놓고 1000만명 이상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암 발생 위험은 존재한다”며 “대신 고속으로 운전해서 교통사고가 날 확률만큼 굉장히 낮고, 운전을 하더라도 위험이 있을 때 이득이 더 많다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임산부에서는 3주에서 8주 사이 초기 임신에서 기형이 생길 수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원폭생존자 2800명 중 임산부를 대상으로 역학조사한 결과, 최소 100mSv 이상 방사선을 쪼였을 때 기형이 나타났다. 즉, CT 1~2회 검사로 직접적인 기형 발생을 단정할 수는 없고, 검사를 했다고 해서 낙태수술을 받는 것도 권장되지 않는다.

대신 소아에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같은 검사더라도 선량이 4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된 만큼, 병원마다 소아에서는 CT검사에서 선량 최적화가 필요하다.

조 교수는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선량 정보가 아직 부족한 만큼, 계속 공부를 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더욱 관심갖고 환자들도 안심할 수 있도록 설명하면서 의사-환자 간의 적정선량 컨센서스를 형성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식약처 '환자선량권고량' 참고하면 도움

환자선량권고량인 DRL(Diagnostic Reference Level)을 참고로 선량을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가이드라인에서 많은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황재연 교수는 “DRL은 병원들의 조사선량을 바탕으로 기준을 설정한 것이다. 대신 상업적인 목적이나 법적인 도구로 사용되지 않고, 3년~5년 사이로 새로운 조사를 통해 재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영국은 75개의 의료기관이 DRL 조사에 참여해 55%의 선량이 감소했다는 발표가 있다.

황 교수는 “DRL은 병원들의 참여 이후 환산지수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의 1/4는 선량관리가 부족한 것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대신 만약 DRL보다 해당 병원 선량이 높게 나타나면, 이미지 품질에 대해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처럼 선량은 DRL을 통해 시스템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선량 프로토콜을 관리하고 방사선사 등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환자 선량과 임상적인 유용성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도경현 교수도 “전체 CT, 인터벤션 등 선량 총량이 증가하고 있다. 검사는 환자의 이익이 더 커야 하고, 선량관리에 최적화돼야 한다. 선량 한도는 없지만, 검사를 하려고 정했으면 가능한한 낮은 피폭을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에 가급적 DRL 기준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검사기법에 따라, 병원에 따라, 장비별로 차이가 많이 나는 만큼,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우선적으로 선량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식약처와 영상의학회가 공동 작업한 ‘CT 검사에서의 선량 최적화’ 등 각종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시간 선량 관리 시스템 도입 필요


아예 선량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각종 시스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은 캘리포니아에 이어 텍사스도 선량 관리 시스템 의무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 장비에 의존하는 선량 시스템은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렵고 수개월 지나서야 확인가능하다. 또한 특정 검사의 전체값에 대해서만 알기 때문에 장비별, 환자별로는 파악이 어렵다.

세브란스병원 이영한 교수는 “만약 선량관리 시스템이 하나의 표준으로 제시된다면 국가 차원으로 관리할 수 있다”며 “각종 시스템을 통해 선량을 어떻게 전달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선량관리 시스템은 크게 5가지 정도가 눈에 띄고 있다. 우선 미국영상의학회 ACR에서는 특정 병원이 가입하면 해당 병원에 평균적인 선량에 대한 참고치인 'ACR 리포트'를 준다.

삼성서울병원, 차움 등에서의 사용을 기반으로 GE헬스케어에서 상품화한 '도즈트랙'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시험 구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CT부터 핵의학 장비까지 총 61개의 장비를 엮을 수 있다”며 “EMR과의 연동을 통해 임상의사에 최근 1~2년간의 선량 정보를 주도록 하고 있다. 환자별로, 검사별로의 선량도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도즈트랙은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이 설치 중이고, 하반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에도 설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CT에서의 선량정보를 모아주는 ‘RADIANCE' 프로그램이나, 바이엘에서 개발한 ‘Certagra’에서도 선량관리에서 평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가 과제로 진행한 한국형 선량시스템인 ‘K-Dose’도 시범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오픈소스로 개발된 만큼, 이번 시범사업에 참여하면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구축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개별 병원에서 나아가 국가 차원으로 선량에 대한 정보를 관리하면, 환자들이 평생동안검사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선량 정보를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다”며 “병원들이 선량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평소 선량 관리에 신경써야 하며,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훨씬 수월할 것”으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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