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소수업체가 EMR을 갖고 EHR 기술을 확보했다고 마케팅하는 실정이다. 그만큼 국제표준에 대한 대비가 미흡하지만, 끓는 물에 서서히 삶아지는 개구리처럼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국제표준에 기반한 오픈 EHR 플랫폼을 개발하게 된 이유다.”

26일 열린 해외의료포럼에서 누스코 백창우 대표는 국제표준 구현의 어려운 점을 지적하고, 올해 2월 개발 완료한 국제표준 EHR 플랫폼을 소개했다.

EHR이란, 모든 병원의 EMR을 네트워크로 통합해 공유하는 첨단의료정보화 기술을 말한다. 병원마다 개별 관리되고 있는 환자의 진료 관련자료를 통일해 호환성을 향상시키고, 표준화를 통해 중복투자와 낭비를 줄이면서도 진료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성이 제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료정보 시스템 간 개별 표준 사용으로 상호 운용성이 결여돼 있어 표준 자체가 어렵다. 덩달아 각종 IT기기, 의료기기 등과의 연결도 어렵다. 병원간, 기업간 협력이 어려우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낼 수 없다. 의료수출이 떠오르고 있지만, 세계 경쟁력을 갖추는데도 한계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분명 EHR은 포기할 수 없는 이슈다. 백 대표는 “EHR 구축은 의료 질을 향상시키면서 비용이 절감되고, 정책적으로도 사회적 통계, 실시간 모니터링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며 “대규모 연구, 임상시험, IT와 연계한 새로운 가치창출을 위한 융합산업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미 미국, 영국, 호주, 네덜란드, 덴마크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 포르투갈, 카자흐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개도국에서도 확산되는 추세다. 심지어 같은 아시아권의 중국과 일본도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인센티브로 인해 EHR 도입률이 2011년말 55% 대비 2012년 70%로 껑충 올라섰다. 2~3년 내에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제표준 구축이 어려운 이유는 개별 병원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일단 규정 자체가 너무 방대하다는데 있다. 미국의 HL7 표준 규정은 무려 3만 페이지가 넘고, 유럽 ISO 13606, open EHR 등도 1200페이지 이상에 달한다. 더욱이 의료와 IT 양쪽을 다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의 시스템 모듈을 국제표준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기존 의료정보시스템이 국제 표준을 따르고 있지 않는 것도 어려움이다. 기존 EMR에 국제 표준을 강요하기도 어렵고, 혹 구현한다 하더라도 확고한 상호운용성마저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의료 용어도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되어 있지 않은 첩첩산중의 현실을 안고 있다.

이에 누스코는 이런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고, 기술적으로 국제표준을 준수하는 플랫폼을 올해 2월 개발했다. 복잡한 국제 표준을 미리 구현하고, 국제표준 이해없이 API 호출만으로 원하는 시스템을 쉽게 개발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의 ISO, HL7 등의 표준을 준수하고 유럽에서는 ISO, CEN13606의 국제표준을 지켰다. 여기에 국내 표준인 CCM 표준도 지원하게 된다.

백 대표는 “구조는 안정적이고 검증된 유럽 방식을 따르고, 메시지는 미국과 유럽을 동시에 지원하면서 유럽의 장점과 미국의 장점을 동시에 가진다”며 “EMR은 물론 PACS, CRM, DW, OCS, 홈페이지, 보안, 협력병원 정보 교류 등 모든 관련한 시스템을 포함하고, 소비자 대상의 PHR, 건강검진 SW 등까지 모두 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표준을 동시에 지원하는 유일한 EHR 플랫폼의 첫 사례라 평했다. 플랫폼을 구현하면 기술과 임상의 완전한 분리가 가능하며, 플랫폼 거널과 비즈니스 로직도 분리할 수 있다. 확장성과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내세웠다. 백 대표는 “응용프로그램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저작도구 (IDE)를 제공한다”며 “이미 검증된 국제표준 모델을 통해 개발 기간을 최소화하고, 국제표준에 대해 알지 못해도 표준을 구현하도록 하는 것이 플랫폼의 목표”라고 부연했다.

현재 바로 사용가능할 정도로 개발이 완료됐다. 붙여넣기만 하면 국제표준을 준수하는 의료정보시스템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즉, 개발자는 국제표준에 대해 모르더라도 준수하게 만들 수 있다.

백 대표는 “플랫폼을 이용하면 국제표준을 준수한 각종 시스템이 완성돼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며, 의료IT 산업 생태계 자체를 향상 시킨다. 표준 플랫폼을 개발하고 보급정책이 따른다면, 앞으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 국내 시장은 너무 작고, 우리의 무대는 세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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