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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형', 예방·관리가 필요하다는 단서

심혈관질환은 명실상부한 '제1위의 사인'이다. 허혈성 심질환은 다양하게 분류되는 심질환들 중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상동맥질환으로 통용되는 허혈성 심질환은 발병양상에 따라 안정형·불안정 협심증으로 나타나거나, 급성 심근경색으로 나타난다.

불안정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은 높은 치사율을 보이기 때문에 허혈성 심질환 치료전략에서 주요하게 다뤄진다. 하지만 불안정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 예방, 나아가서 사망률 감소라는 측면에서는 안정형 허혈성 심질환(SIHD) 환자에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SIHD는 운동을 하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고, 휴식 후에 사라지기 때문에 간과되기 쉽지만, 불안정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 심부전으로 발전할 수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즉 '안정형'이라는 단어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 및 예방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 전략으로 효과가 없을 경우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내과학회(ACP),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학회재단(ACCF), 미국흉부외과협회(AATS), 미국 흉부외과학회(STS), 미국심혈관예방간호학회(PCNA) 등이 SIHD에 대한 컨센서스(consensus) 가이드라인을 약 10년만에 업데이트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IHD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리 전략을 조명해 본다.


불안정형 협심증 저위험군도 적용 강조
- SIHD 환자ㅤ의심환자ㅤ흉통 발생한 환자 대상 권고사항 제시

ACP·AHA·ACCF·AATS·STS·PCNA 유관학회
SIHD 진단·관리 가이드라인 발표

미국내과학회(ACP), 미국심장협회(AHA), 미국심장학회재단(ACCF), 미국흉부외과협회(AATS), 미국흉부외과학회(STS), 미국심혈관예방간호학회(PCNA) 등 유관학회들은 지난해 안정형 허혈성 심질환(SIHD) 진단·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SIHD 환자, 의심 환자, 흉통이 발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새롭게 SIHD로 진단된 환자들에게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불안정형 협심증 저위험군도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관리하도록 했다. 저위험군은 70세 이상의 고령, 20분 미만의 통증 지속, 급격한 증가가 없는 통증, 정상 또는 변화없는 심전도, 정상의 심장마커 수치를 보이는 환자로 정의했다.

한편 급성 심근경색으로 발전했을 경우에는 ACCF· AHA의 ST분절상승 심근경색 가이드라인으로 관리하고, 불안정형 협심증 환자들은 ACCF·AHA 불안정형 협심증·비ST분절상승 심근경색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치료하도록 했다.

심근경색·사망 예방 약물치료

SIHD 환자의 약물치료 권고사항은 심근경색·사망 예방과 증상 완화로 분류돼 있다. 심근경색과 사망 예방에 사용되는 약물에는 항혈소판제, 베타 차단제,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 시스템(RAAS) 억제제 등을 권고됐다.
항혈소판제 전략에서는 아스피린이 1차 약물이다. 적정용량은 1일 1회 75~162mg으로 금기사항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Class Ⅰ, Level A). 관련된 연구에서 75mg 미만 용량은 효과가 떨어졌고, 325mg은 권고 용량과 비슷한 출혈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점이 근거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아스피린이 메타분석 연구에서 중증 혈관성 사건 위험도 33%, 불안정형 협심증 위험도 46%, 관상동맥 조영술 위험도를 53% 감소시켰다는 결과를 보였다고 부연했다.

클로피도그렐은 아스피린에 금기사항이 있는 환자에게 대체로 투여할 수 있다(Class Ⅰ, Level B). 아스피린의 금기사항에는 천식, 비염, 비용종 환자들이나 비스테로이드성항염증제(NSAID)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가 포함된다. 또 SIHD 고위험군에서 아스피린 75~162mg과 클로피도그렐 75mg 병용전략이 효과적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언급했다(Class Ⅱb, Level B).

디피리다몰은 SIHD 환자의 항혈소판 치료전략에 포함되지 않았다(Class Ⅲ, Level B). 디피리다몰, 티클로피딘 등 항혈소판제는 SIHD 환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와파린을 비롯한 항혈전제들도 SIHD 환자의 정맥혈전색전증 재발 또는 만성 심방세동에 대한 예방효과를 보여주는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베타 차단제는 심근경색이나 ACS 후 정상적인 좌심실 기능을 보이는 환자들에게 3년 동안 처방한다(Class Ⅰ, Level B). 또 심근경색 병력이나 심부전이 있는 SIHD 환자 중 좌심실 기능부전(좌심실박출량 40% 이하)이 있을 경우에는 금기사항이 없는 한 반드시 베타 차단제를 투여하고(Class Ⅰ, Level A), 관상동맥을 비롯한 혈관성 질환이 있을 경우에는 장기적인 치료전략으로 고려할 수 있다(Class Ⅱb, Level C).

석씨네이트, 카르베딜롤, 비소프로롤 등 베타 차단제 간 효과차이는 거의 없고, 용량은 허혈사건 발행 후 휴식 심박수 분당 55~60회, 운동 심박수 75%를 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또 베타 차단제와 칼슘채널 차단제 병용요법은 운동시간, 심혈관 예후를 개선시켜 주지만, 서맥, 방실전도 차단, 과도한 피로감이 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RAAS 억제제에서는 ACE 억제제를 먼저 사용하도록 했다. 금기사항이 없는 한 고혈압, 당뇨병, 좌심실 기능부전(좌심실박출량 40% 이하), 만성신질환이 있는 SIHD 환자들에게는 ACE 억제제를 권고했다. ARB 제제는 ACE 억제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들에게 투여한다(Class Ⅰ, Level A). ACE 억제제에 대한 주요 근거로는 HOPE, EUROPA 연구 등을 꼽았다.

ACE 억제제의 선택에서는 약물들의 구조, 대사, 조직분포 등이 다르지만 관련된 근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역별 제조사, 비용, 환자들의 내인성에 따라 선택하도록 했다.

한편 가이드라인에서는 인플루엔자가 SIHD 환자들의 사망률과 입원률을 높일 수 있다며, 매년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할 것을 당부했다(Class Ⅰ, Level B).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같은 내용을 권고하고 있다.

임세형 기자


1차 전략으로 항혈소판제 권고
- 아스피린ㅤ클로피도그렐, 중증 혈관성 사건 위험도 낮아져

SIHD 가이드라인에서는 심근경색 및 사망 예방에 대한 1차 전략으로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을 활용한 항혈소판제 전략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SAPAT, CAPRIE, CHARISMA 연구 등이 제시되고 있다.

아스피린 관련 메타분석 연구
아스피린에 대한 대표적인 근거는 2002년 BMJ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다. 287개 연구를 분석한 이 연구에서는 급성 혈관질환이나 혈관질환 병력이 있는 고위험군 13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항혈소판 전략의 효과, 항혈소판 전략 간의 차이를 평가했다. 1차 종료점은 중증 혈관성 사건으로 비치명적 심근경색, 비치명적 뇌졸중, 혈관성 사망으로 설정했다.

연구에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항혈소판 치료가 중증 혈관성 사건 위험도를 25% 감소시켜준 것으로 나타났다. 비치명적 심근경색은 3분의 1이 감소했고, 비치명적 뇌졸중은 4분의 1, 혈관성 사망은 6분의 1이 감소했다.

절대 위험도는 2년의 치료기간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심근경색 병력 환자에서는 1000명 당 36건이 감소했고,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는 1000명 당 38건, 뇌졸중 또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 병력자에서는 1000명 당 36건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급성 뇌졸중 환자에서는 3주 동안의 치료로 1000명 당 9건의 사건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이외 말초동맥질환, 심방세동, 안정형 협심증 등 고위험군 환자에서도 1000명 당 22건 감소라는 결과를 보였다.

항혈소판제로는 아스피린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었고, 75~150mg은 325mg과 동등한 효과를 보였다. 1일 75mg 이하 용량에 대한 효과는 명확하지 않았다.

또 아스피린을 기준으로 클로피도그렐, 티클로피딘의 효과를 비교했을 때 각각 10%, 12%의 중증 혈관성 사건 위험도를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피리다몰과 아스피린을 병용했을 때는 아스피린 단독요법 대비 추가적인 효과는 없었다.

연구팀은 “75~150mg의 아스피린이 장기간 전략에서는 효과적이었지만, 급성 환자의 경우에는 150mg 이상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SAPAT 연구
SAPAT(The Swedish Angina Pectoris Aspirin Trial) 연구는 심근경색과 불안정형 협심증에 대한 예방전략에서 아스피린의 효과 및 안전성의 근거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상군은 증상 관리를 위해 베타 차단제인 소타롤을 복용하고 있는 2035명으로, 아스피린 1일 75mg군과 위약군으로 무작위 이중맹검 분류했다. 평균 치료기간은 50개월이었다.

연구결과 아스피린군은 심근경색, 사망 등 1차 종료점이 34% 감소했고, 혈관성 사건, 혈관성 사망,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뇌졸중 등 2차 종료점도 22~32% 감소했다. 유해 반응으로 치료를 중단한 환자수는 아스피린군 109명, 위약군 100명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주요 유해반응은 주요출혈, 출혈성 뇌졸중이었다.

연구팀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 소타롤과 아스피린 병용전략이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혈관사건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정리했다.

CAPRIE 하위분석 연구
CAPRIE 연구는 무작위 맹검 다기관 연구로 클로피도그렐 1일 1회 75mg 전략과 아스피린 1일 1회 325mg을 비교했다. 평가항목은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혈관성 사망에 대한 위험도 감소효과와 안전성이었다.

이 연구에서는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유증상 말초동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을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 환자군으로 구분하고 이들에 대한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했다. 총 1만9185명을 대상으로 했고, 각 군에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군이 6300명씩 포함돼 있었다.

ITT(intention-to-treat)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혈관성 사망이 발생한 비율은 클로피도그렐군 5.32%, 아스피린군 5.83%였다.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클로피도그렐군의 위험도가 8.7%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피도그렐군과 아스피린군 간 중증 발진, 설사, 상부위장관 장애, 두개내출혈, 위장관출혈, 호중구 백혈구 감소 등 유해반응 발생율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에 연구진은 죽상동맥경화성 혈관질환군에서 아스피린보다 클로피도그렐이 허혈성 뇌졸중, 심근경색, 혈관성 사망 위험도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고 정리했다.

CHARISMA 하위분석 연구
CHARISMA 하위분석 연구에서는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유증상 말초동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이중항혈소판요법의 혜택을 평가했다.
이중항혈소판요법은 급성관상동맥증후군과 관상동맥 스텐트 대상 환자에서는 효과를 보였지만, CHARISMA 연구에서는 안정형 협심증 환자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전반적인 혜택을 보이지 못했다. 이번 하위분석 연구에서의 대상 환자군은 9478명으로 평균 추적관찰 기간은 27.6개월이었다.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군과 아스피린 단독군 간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 병용군 7.3%, 단독군 8.8%로 병용군에서 위험도가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혈 사건으로 인한 입원율에서도 병용군 11.4%, 단독군 13.2%로 위험도가 14% 감소했다. 안전성에서는 양 군 모두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 출혈은 각각 1.7% 대 1.5%, 중등도 출혈은 2% 대 1.3%였다.

임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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