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현철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 환자의 항혈전치료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는 혈전(血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항혈소판요법이 주 전략으로 적용되는 가운데 신약들의 등장에 대한 임상현장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다.

연구나 가이드라인 상에서 신약들이 새로운 선택으로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티카그렐러는 PLATO 연구를 통해, 프라수그렐은 TRITON-TIMI 38 연구에서 클로피도그렐 대비 유의한 심혈관사건 감소효과를 보고했다.

가이드라인 상에서도 신규 약제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미국 가이드라인은 ACS 환자의 항혈소판요법에 클로피도그렐과 티카그렐러, 프라수그렐 모두를 새롭게 권고했다. 유럽은 아스피린에 더해지는 P2Y12 수용체 억제제의 선택으로 클로피도그렐에 앞서 티카그렐러와 프라수그렐을 권고하는 등 변화를 선보였다.

이러한 변화가 임상현장으로까지 이어질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진료현장은 새로운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성균관의대 권현철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로부터 ACS 환자에서 항혈전치료의 임상적용에 대해 들어봤다.

ACS 환자에서 항혈전치료의 역할은?
ACS의 발생에는 기본적으로 혈전이 관여한다. 많은 경우 동맥경화반이 파열돼 혈전이 생기고, 이로 인해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근경색증에 이른다. 심한 경우에는 사망률이 30%에 이르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도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불안정형 협심증으로 나타난다. 혈전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거나 사전에 막아야 한다.

항혈전치료, 어떤 선택이 가능한가?
항혈전치료는 대표적으로 3가지 전략의 적용이 가능하다. 첫째는 섬유소용해제를 통해 혈전 자체를 녹이는 치료로, 긴급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다음은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장기적인 치료인데,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를 사용하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응고인자나 트롬빈 등을 저해하는 항응고제 요법은 상대적으로 혈류가 느린 심방이나 정맥 쪽에, 혈소판 응집(활성화)을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는 빠른 혈류의 동맥 쪽에서 기여도가 더 크다. 따라서 ACS 환자에서 심혈관사건 예방을 위한 항혈전치료 전략으로는 항혈소판제 요법이 보다 중요하다. 일단 발생한 혈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더 나아가 잠재적으로 다른 곳에서 또 생길 수 있는 혈전의 가능성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이드라인이 권고하는 표준요법은 무엇인가?
ACS 환자의 항혈전치료 표준은 아스피린은 평생, 여기에 클로피도그렐을 12개월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P2Y12 수용체를 억제하는 항혈소판제로 클로피도그렐에 이어 티카그렐러과 프라수그렐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되면서 새로운 선택이 가능하다.

임상연구에서는 이들 신약이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해 허혈성 사건(심근경색증, 뇌졸중, 사망률)을 낮추고 출혈은 대등하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이에 기반해 아스피린에 더해지는 P2Y12 수용체 억제제 선택으로 티카그렐러와 프라수그렐 역시 권고되고 있다.

P2Y12 수용체 억제제 신약의 개발 배경은?
클로피도그렐과 아스피린의 취약점 중 하나는 사람마다 작용하는 정도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클로피도그렐은 몸 속에서 작용하기 위해 간에서의 활성화 과정이 필요하다. 약물성분이 활성화돼 P2Y12와 결합하기까지 CYP(cytochrome P-450) 동위효소와 관련된 두 단계의 생체변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대사과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환자, 즉 CYP2C19 간효소 기능이 특별히 감소된 경우에는 약물 활성화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본래의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클로피도그렐 투여 시에 혈소판 활성도가 낮아지는 것이 정석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발생한다. 이러한 항혈전 치료효과의 변동성을 극복할 수 있는 약물이 바로 신규 약제다. 티카그렐러는 약물 자체가 활성화돼 있고 프라수그렐은 한 단계의 간단한 활성화를 거쳐, 이 과정 자체가 필요 없다. 때문에 약물반응이 보다 일정하다(homogeneous)는 것이 이점이다.

약물반응 변동성(variability)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됐나?
신규 P2Y12 수용체 억제제들은 유전자 다형성에 의한 항혈소판 효과 변동성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신약을 쓰면 변동성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약물반응이 하나의 효소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심근경색증과 같은 ACS 환자에서는 일반 환자와 비교해 혈소판이 더 활성화돼 있다. 그 정도에 따라 약물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에피네프린도 혈소판을 활성화시키는 중요한 물질이다. 안정돼 있던 환자가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화가 나면 혈소판 반응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영향을 미치는 여러 인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고는 볼 수 없다.

임상현장에서 신약에 대한 기대치는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나?
티카그렐러와 프라수그렐은 클로피도그렐과 비교해 효과가 강력하다. 하지만 치료기술의 발전, 그리고 클로피도그렐 특허만료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상황은 또 다시 변화를 겪고 있다. 기존 치료를 통해서도 심혈관사건의 빈도를 유의하게 줄일 수 있는 상태에서, 신약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만큼 값어치를 할 수 있느냐를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신약들은 기존 약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약물에 대한 저항성이 있는, 즉 혈소판 활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STEMI(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나 당뇨병 환자에서 주로 기존과 대비되는 차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전자 또는 혈소판 활성도 검사를 통해 저항성이 있는 환자에 쓰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들 환자에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고해 왔다. 저항성, 즉 혈소판 활성도를 낮추는데는 성공했지만 궁극적인 심혈관사건의 감소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임상혜택을 확인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전체적인 심혈관사건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미 클로피도그렐을 쓰고 있던 환자들에서 심혈관사건 빈도가 많이 낮기 때문에, 신약 임상혜택의 상대적인 우수성을 확인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약물스텐트가 1세대에서 2세대로 발전하면서 스텐트혈전증 위험도 크게 줄어 새로운 임상혜택을 검증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ACS 환자에서 항혈전 치료 시 가장 크게 고려돼야 할 점은?
항혈소판 효과가 강력해지면 상대적으로 출혈위험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뇌출혈 위험에 주의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 허혈성 사건은 줄이고 출혈성 사건은 증가시키는 않는 범위에서 신·구 약제를 적절하게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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