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건 의협 용어실무위원장

의대생이라면 적어도 1권쯤은 가지고 있을 의학용어집(대한의사협회). 인터넷을 통한 전자사전이 주요 단어찾기 방법으로 자리잡은 지금, 의학용어집 최신판(제4집) 업그레이드 작업이 한창이다.

의협 용어실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건 인하의대 성형외과 교수를 만나보았다.

황교수는 내년까지는 신·구용어가 함께 사용되지만 2004년부터는 의사국시와 전문의 고시까지도 최신판에 실린 새 용어로 치르게 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통사고로 왼쪽 눈이 찢어져 응급실에 온 6세 남자환자가 있다."

이를 "6세된 남아가 Out Car TA를 당해 face의 left side에 laceration을 입어 ER을 visit했다"라고 하는 경우가 아직도 적지 않다고 했다.

"영어도 아니고 우리말도 아닌 이 기록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나라 사람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이러한 마구잡이식 영어수용이 계속된다면 결국 한글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또한, 그는 의학용어를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우리말 표현으로 사용하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로 된 전문용어, 일본식 표현, 한자어 등의 사용은 환자들에게 소외감과 불안감을 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환자가 원하면 의무기록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더 이상 폐쇄적인 방식은 수용되기가 힘든 것이죠."

그는 언론이 정확한 의학용어 표현사용과 한글식 용어를 널리 사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하며 의사 자신들에 대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타 전공분야의 의학용어는 바꾸어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자신의 전공분야의 용어를 바꾸는 데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는 어려운 한자식 의학용어를 한국어로 바꾸어 달라는 경찰관들의 요청에 따라 올해까지 부검·병의학 용어 수정 작업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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