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암 치료를 넘어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암생존자의 건강한 삶을 위한 제안을 주제로 20일 코엑스에서 제41회 암정복포럼이 열렸다. 이날 참석한 패널들은 암 생존자의 건강관리에 대한 총체적이고 전인격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리나라 암 치료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5년 암생존률은 지난 20년 동안 약 20% 상승해 2006~2010년 기준 64%였다. 비교적 완치률이 높은 갑상선암, 유방암, 전립선암의 5년 암생존률은 80%가 넘는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환자의 암 치료여정에 따른 암치료와 관련한 초기 및 후기 합병증, 이차암, 정신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했다.

성균관의대 송윤미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는 "장기생존 환자들은 암 치료 관련 내분비, 순환기, 호흡기의 문제를 겪거나 원발암이 치료돼도 이차암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암생존자 건강관리의 영역을 원발암과 이차암 관리, 예방적 만성질환 관리, 건강증진, 예방접종, 상담진료에까지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방암 생존자가 일반인에 비해 심부전증에 걸릴 확률이 1.95배, 임파부종에 걸린 확률이 18.12배인 반면 대장암 생존자는 일반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68배, 전립선암 생존자가 골다공증에 걸릴 확률이 2.49배"라며 "같은 5년 암생존자라도 암 치료에 관련 건강문제가 암종별로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암종에 맞춘 관리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암은 투병기간이 길고 그 과정이 복잡해 건사와, 진단, 치료, 재발 등 매 시기마다 환자들에게 롤러코스터 같은 심리적 불안을 가져오지만 현재 시스템은 치료 중인 환자들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성균관의대 조주희 교수(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는 "환자들은 의료진의 지시 없이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암 치료를 받는 기간보다 생존자로 넘어가는 단계 (Re-enter Period)에서 더 큰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연세의대 이수현 교수(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는 암생존자 건강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임상 데이터 부족에서 찾았다. 대만이나 네덜란드 등 해외에서는 이차암에 대한 암종별, 시기별 연구가 있으나 국내에는 이런 연구가 미흡해 언제 어떤 검진을 해야 하는지 권고안 마련이 어렵다는 것이다.

환자와 암전문의의 인식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서울의대 신동욱 교수(서울대병원 암건강증진센터)는 "이차암 검진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들의 80%는 이차암 검진에 대한 중요성을 모르거나 현재 병원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암전문의들은 짧은 진료시간 동안 환자들을 교육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거나 의사의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패널들은 우선 암생존자 건강관리를 이슈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의 독자적인 임상 데이터 임상데이터 확보와 권고안 마련 등을 위한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의 지원도 촉구됐다.

순천향의대 이민혁 교수(순천향대병원 외과)는 "암생존자 건강관리는 학술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한국형 암생존자 건강관리 모델 개발 위한 사업단을 꾸려 학술과 연구, 교육, 정책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 참가자들도 참석해 질문을 하거나 지원요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자리가 가득 차 보조의자가 동원되는 풍경도 보였다. 포럼을 주최한 암정복추진기획단에 따르며 이날 행사에는 그간 진행된 암정복 포럼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해 암생존자 건강관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반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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