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간염에 의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보다 조기에 적극적인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이에 따라 보험 급여 기준도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톨릭의대 장정원 교수팀은 13~15일 열린 대한간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B형간염바이러스 관련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 예후를 관찰한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상자 702명 중 415명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고, 연구 시작점에서 치료군의 B형간염 DNA 수치와 잔여간기능 점수(Child-Pugh score)는 비치료군보다 높았다.

그 결과 연구 1년째 생화학 검사에서 치료군은 유의한 개선을 보였고, 모든 이식 없는 생존율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7년 생존율은 치료군이 50.2%, 비치료군 36.5%과 크게 차이났다. 특히 항버이러스 치료에 반응을 보인 군의 5년 생존율은 65.9%로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53.3%), 아예 치료를 받지 않은 군(44.6%)보다 더 높았다.

또 다변량 분석에서 항바이러스 치료, 치료 반응, B형간염 DNA 수치는 다른 간기능 파라미터와 마찬가지로 생존율 예측에 독립적인 인자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간기능의 심각한 저하와 합병증을 보이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는 연구 결과"라고 설명했다.

학회 정숙향 학술이사는 "우리나라 보험 기준은 B형간염 DNA 수치가 2000IU를 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아 삭감되거나 비보험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B형간염 바이러스 혈증 정도와 간기능이 독립적인 예후 인자임을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시급한 인디케이션이 있을 때 항바이러스 치료를 바로 쓸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DNA 수치와 관계없이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바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 B형간염 코드와 간경변증 코드를 비교해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사람을 추렸을 때 보험 적용 시 추후 더 소요되는 비용은 연간 15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 학술이사는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들이 추후 간암으로 발전되거나 간이식을 받음으로써 소요되는 비용을 막는 것이 더 이득"이라면서 "단기적으로는 돈이 많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이브(save)된다"고 강조했다.

변관수 총무이사는 바이러스 수치도 중요하지만 ALT 수치도 보험에서 신경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는 ALT 수치가 정상이든 높든 관계 없이 간경변증 환자를 치료하도록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ALT 수치가 정상이면 무조건 급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면서 "ALT에 관계 없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충기 회장은 "이런 문제는 건강보험이 세부 기준까지 심시하려 들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예를 들어 수치가 80 이상인 사람에게만 보험을 적용한다고 했을 때 의사 입장에서는 79와 80, 81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이런 심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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