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꼬마선충"모델 이용으로 기관발생ㆍ세포사멸 기전 규명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은 1000 여개의 세포로만 구성된 단순한 모델 동물이면서 인간유전자 연구의 학문적 기초를 제공하기에 충분한 꼬마선충 모델을 이용하여 기관의 발생과 세포사멸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기능을 밝힌 세 명의 과학자에게 수여하게 되었다.

1. Caenorhabditis elegans는?

올해의 노벨상을 받은 세명의 과학자들은 발생의 기전을 유전학적으로 밝히는 모델로서 Caenorhabditis elegans(시노랍다이티스 엘레간스라고 읽음: 우리나라 학명은 예쁜 꼬마선충)를 이용하였다.

꼬마선충은 1㎜ 크기의 흙 속에서 사는 작은 선충으로 그 생활사가 짧고(25도에서 3.5일밖에 되지 않음) 많은 개체를 낳을 뿐 아니라 염색체의 수도 많지 않아(6쌍) 돌연변이를 찾아내어 유전자를 연구하는데 적격인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물질을 처리한 개체의 손자 세대에서 돌연변이체를 찾는다면 소요시간은 약 7일 밖에 걸리지 않는데다, 한 개체가 약 300마리의 자손을 만들므로 일주일이면 약 90,000 마리에 달하는 자손을 만드는 상태가 되므로, 그 속에서 변이를 찾는 것은 현재 사용 가능한 다세포 모델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연구를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1998년) 게놈 프로젝트 또한 완성되어 유전체의 수준에서의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요컨대, 꼬마선충은 고전적인 유전학적 연구의 재료로서만이 아니라, 포스트게놈의 시대에서도 가장 적합한 모델 동물로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스템이다.


2. 시드니 브레너의 업적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는 꼬마선충 연구분야에서는 "대부"로 통하는 과학자이다.

그는 1960년대까지 세 개의 염기서열이 하나의 아미노산의 정보를 가진다는 이론을 세웠고, 메신저 RNA의 존재를 밝히는 등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업적을 낸 과학자이다.

그는 1963년에 이르러 분자생물학의 미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발생과 신경계의 문제에 있다고 확신하고 이를 위한 적절한 모델을 찾다가 C. elegans를 채택하게 되었고, 10 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얻은 돌연변이를 이용한 유전학적 연구 결과를 1974년 Genetics라는 학술지에 한 편의 논문으로 종합하여 발표하였다.

이 논문은 지금도 꼬마선충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자에게 바이블로 통하는 논문이 될 정도로 자세하고 광범위한 기본연구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후에 많은 과학자들이 브레너의 연구에 동참하게 되고 그 중에 탁월한 업적을 낸 과학자가 호비츠 박사와 설스턴 박사이다.

시드니 브레너 박사의 학문적 열정은 나이와 관계없이 대단하여, 이제는 꼬마선충의 연구를 넘어 최근에는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예는, 인간 유전체 사업이 지지부진하던 시기에 생선의 하나인 복어(Fugu라고 함)의 게놈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실제로 복어의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연구소를 설립하여 다양한 종에서의 게놈 및유전학적 데이터를 종합, 컴퓨터로 모델링하는 작업에 심취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존 설스턴의 업적

설스턴(John Sulston) 박사는 브레너 박사의 연구의 뒤를 이어 엄청난 연구를 해내게 되는데, 그는 꼬마선충이 개체에 관계없이 모든 성체는 959개의 체세포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세포는 각각 일정한 계보를 따라 생성되고 운명을 택하게 된다는 것을 밝히게 된다.

그리하여 하나의 수정난에서부터 성체에 이르는 발생 과정에서 세포분열의 방향과 시간, 그리고 그 세포들의 운명을 관찰함으로써, 수정난에서 성체까지의 세포분열의 계보(cell lineage라고 함)를 완벽하게 확립한 과학자이다.

이 연구에서 그가 이룬 중요한 발견은, 세포분열의 과정에서 "죽기위해 태어나는" 세포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즉, 성체는 959개의 체세포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 발생의 과정에서는 그보다 많은 수의 세포(정확히 131개가 많은)들이 만들어지고 정확하게 131개의 세포는 발생의 중간에 죽는다는 사실이었다.

발생과정에서 세포 사멸은 "프로그램되어 있는" 현상임을 밝힌 것이다.

또한 그는 한 돌연변이를 발견하였는데(이름은 nuc-1임) 이 변이에서는 죽은 세포의 DNA가 분해 되지 않는 형질을 관찰함으로써, 세포사멸과 연관된 유전자를 처음 발견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그는 최근에는 C. elegans와 사람의 게놈 프로젝트의 영국측 대표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4. 로버트 호비츠의 업적

호비츠(Robert Horvitz)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연구를 꼬마선충을 이용하여 수행하여온 대표적인 꼬마선충 연구자이다.

많은 연구들 중에서 노벨상위원회가 주목하게 된 연구는 세포사멸 유전자의 발견에 관한 것이다.

그는 프로그램되어 있는 세포사멸 과정에는 유전자가 당연히 관여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었고,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일어나는 세포사멸이 일어나지 않게 되는 돌연변이체를 찾아내는 연구를 대대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세포사멸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를 대부분 발견하는 업적을 이루게 된다.

이들 유전자들은 꼬마선충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서도 존재하며 유사한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짐으로써 그의 연구는 더욱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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