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노출되면 목적 달라질수도” vs 실현가능한 정책 마련 기여 가능

공단과 심평원이 국가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연구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도 모두 '철통보안'을 유지하고 있어 알권리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기초자료 수집, 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장성 강화 우선순위 책정, 시범사업 계획 수립 등 매년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연구용역 모집을 위한 입찰공고만 있을 뿐 최종 결론은 내부 임원이나 복지부 관계자들끼리 '돌려보기식'에 그치는 수준이다.

실제 지난 2월말 최종 결과가 나온 '포괄수가(DRG) 환산지수 모형 연구 보고서' 역시 윗선에서 돌려보는 데 그쳤다.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니다. 단지 정부 정책이 포괄수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그 근거들을 수집, 제언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포괄수가 환자수에 따른 생산성 변화 △수가조정에 따른 급여비 영향 △진료패턴 변화 △신의료기술 보상 등 의료계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원가조사를 위한 패널제도 △비급여 항목별 표준화 △적정성 평가 효과 분석 △상대가치 총점관리 모형 △고가영상검사 관리방안 등 시점상 최종 결과나 중간 보고가 나와야 하는 연구들이 산적해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조용하기만 하다.

그나마 연구용역은 공고문을 통해 주제와 시행일정, 연구 목적 등이라도 알 수 있지만, 내부 연구소에서 자체 진행하는 연구는 주제조차도 파악하기 어렵다.

이같은 비공개 방침에 대해 심평원 내부에서도 시각차가 크다.

한 관계자는 "중간이든 최종 결과든 일단 흘러나오면 시끄러워진다"고 말했다.

정책적 검토가 이뤄지기 전에 밝혀지게 되면, 자칫 여론몰이로 이어져 목적과는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정부에 제언하는 단계에 머무는 자잘한 기초 연구까지 발표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론도 만만찮다.

소비자 중심이라는 메가트렌드에 반하는 '시대역행적 사고'라는 비판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 돈으로 운영, 연구하는 데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오히려 공개할 경우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얻는 등 보다 실현가능한 정책을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논란이 생길 우려에서 공개하지 않는 연구라면, 비효율적이고 가치에 반하는 사안이므로 아예 시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상황은 공단도 마찬가지다.

최근 논란이 된 공공제약사와 관련된 연구용역의 경우 이미 지난 4월에 최종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결과를 두고 내부에서 반발이 일고 있어 공개를 꺼리고 있다. 이외에도 공단에서 수많은 연구 용역, 자체 연구가 진행됐지만, 첫 시작의 알리는 요란한 공고에 비해 결과 발표는 조용하기만 하다.

문제는 연구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두 기관에서 '중복'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 지난 3월 일주일을 간격으로 두고 '빅데이터'라는 같은 주제로 세미나·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한 바 있고, 최근 약제비 절감 관리 방안을 위한 연구도 따로 진행해 논란을 샀다.

A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가장 보수적이라는 의료계도 최근 시민단체나 소비자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면서 "시대에 역행하는 보건의료 관련 공공기관에 제지를 걸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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