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딩폭 제시않고 재정절감 확실한 부대조건 요구



건강보험공단과 의약5단체와의 수가협상에서 공단 재정위원회가 새로운 '수퍼 갑'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정 절감이 확실한 부대조건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력한 주문만 있을 뿐 공급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내년도 '밴딩폭(수가인상폭)'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재정소위)는 23일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 30분 가량의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이처럼 밴딩폭을 조율하는 자리를 두 차례나 가졌음에도 관련 정보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공급자들의 심기를 불편케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위원들은 하나같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기로 (회의장)안에서 합의를 봤다"면서 어떠한 질의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공급자단체에서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밴딩폭은 물론, 심지어 이날 회의장 분위기나 향후 재정소위 일정 등 사소한 부분까지도 말을 아꼈다.

재정위 자체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운영 중이지만, 최근의 모습은 그간 보여온 행태보다 더욱 치밀한 모양새다.

이같은 재정위 행보는 지난 16일 재정위-공급자단체 간담회에서도 역력했다. 공급자단체의 밴딩폭 공개 요구에 대해 위원들은 "화투 칠 때 패를 보여주느냐"고 반문하며, 절대 입을 열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자신들의 입장은 철저하게 고수하면서도, 공급자들에게는 '재정 절감이 확실한 부대조건만 수용하겠다'고 주문해 의약5개 협상팀을 당황케했다.

대한의사협회 임수흠 협상단장은 "밴딩폭도 모르는데 부대조건을 어떻게 설정하겠느냐"면서 "인상폭 알권리도, 부대 재량권도 모두 재정위만 갖고 있는 실정"이라며 협상의 불합리성을 꼬집었다.

마찬가지로 1, 2차 협상을 마치면서 나오는 다른 협상단들도 이러한 재정위의 수퍼 갑 행세에 혀를 찼다. 약사회 박영달 보험위원장 역시 "수치 얘기가 아예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공단 협상단도 공급자 단체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한만호 수가급여부장은 "재정소위에 참가해 공급자단체의 의견을 전달하는 것 외에는 업저버(observer) 형태로 듣기만 할 뿐 요구는 어렵다"며 쩔쩔 맸다.

한편 다음번 재정소위는 27일로 알려진 가운데, 내주 3차 협상을 앞둔 공급자단체들이 원하는 밴딩폭이 나올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