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발생을 막기 위해 예방적으로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고 고백하면서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BRCA1 유전자 변이 보유자다.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는 BRCA2 유전자 변이를 가진 한 남성이 전립선암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사실이 공개됐다. 이는 BRCA 유전자 변이를 이유로 전립선 절제술을 받은 첫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 타임스 일요판인 선데이 타임스는 19일 '졸리의 유전자 결함-이제는 남성도 처음으로 수술받았다'는 제목으로 런던에 거주하는 53세 남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회사원이라고 알려진 이 남성은 기혼자로 자녀를 두고 있었으며, 유방암 또는 전립선암 가족력이 있었다.

런던대 암연구소(ICR)에서 실시한 임상시험에 참여 중 자신이 BRCA2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BRCA1 변이는 전립선암 위험을 8.6배, BRCA2 변이는 3.4배 높인다. 이에 환자는 연구진에게 자신의 전립선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ICR 연구팀은 생체조직 검사에서 비록 미시적인 악성 변화가 관찰됐지만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나 MRI 검사에서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는 문제를 발견할 수 없어 수술을 주저했다. 남성은 런던에 있는 전립선암센터의 Roger Kirby 박사를 찾았고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Kirby 박사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그 환자가 BRCA2 변이 보유자가 아니었다면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자신이 보유자라는 것을 안다는 것은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검이 매달려 있는 것과 같다"고 수술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전립선 절제술을 2000례 이상 집도한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자신도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근치적 전립선제거술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Kirby 박사는 "수술 전 환자의 전립선에는 암성 세포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즉시 제거해야 할 필요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BRCA2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 결정은 확실히(definitely)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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