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수긍하지만, 반영은 못해”...협상 난조 예상


내년도 수가를 놓고 건강보험공단과 의약5단체간에 '숫자 싸움'이 시작됐다.

1차 협상에서 의약단체들은 협상테이블에 채 앉기도 전에 하나같이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고 성토했으며, 공단은 끄덕이는듯 했지만 “수가에 반영할 수 없다”는 완고한 입장을 보였다.

21~22일 대한의사협회 등 의약5단체가 협상을 위해 문턱이 닳도록 공단을 찾았다. 협상을 앞두고는 '서로 잘 해 보자'는 의미의 악수를 청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1시간이 흐르기도 전에 협상장을 빠져나오는 공급자단체의 모습은 언제 그랬냐는듯 불편한 기운이 감돌았다.

특히 의협과 병협은 취재조차 거부, 공단과의 힘겨루기가 쉽지 않음을 시사했다.

5월로 협상이 앞당겨지면서 국고지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이란 기대와 건보 재정이 사상최대 흑자를 맞이해 훈풍을 예고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우선 의협 협상단은 1차 협상 자체를 '단순한 상견례 자리'에 불과했다고 격하했다. 임수흠 단장(부회장)이 “수치가 나와야 협상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는 등 어떤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됐는지 촉각을 곤두 세우게 했다. 협상단 모두 처음 치룬 협상이 녹록지 않았는지 대화를 마치자마자 어두운 기색을 띈 채 황급히 공단을 빠져나갔다.

공단에서도 1차 협상 중 의협과의 소통이 가장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일차의료 활성화를 위해서 높은 인상폭을 줘야 하는 점은 수긍했으나, 현재룡 보험급여실장은 “행위량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쉽게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더불어 공단 자료를 근거로 의료계가 객관적으로 어려운 것이 아니며, 이전과 비슷한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 실장은 “소위 양극화 현상”이라며 “옆에 병원이 잘 버니 상대적으로 더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정 흑자에 기여한 부분도 없이 무작정 수가를 인상해줄 순 없다"고 못박았다.

병협에서는 협상 당일 오전에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을 보도자료로 뿌리기도 했다.

나춘균 보험위원장은 “협상 내내 한 말은 '병원이 모두 어렵다'는 말 뿐이었다”고 현장을 단칼에 정리했다. 이어 “공단에서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점을 지적했지만, 객관적인 상황에 대한 보고였다고 반박하니 이해했다”고 전했다.

병협 자료에 따르면 총 80개 의료기관은 8조8118억원을 벌고 8조8321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번 돈보다 쓴 게 더 많다”면서 “경기침체로 의료이용 증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적정 수가까지 보전되지 않으면 병원의 도산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지난해부터 건보 보장성 항목이 눈에 띄게 증가한 치과협회도 어렵다는 아우성에 동참했다. 이유인즉슨 “급여항목이 증대되면 환자들의 방문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이용률은 비급여 때와 마찬가지”라는 것.

실제 75세 이상 어르신 완전틀니의 경우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사용될 것으로 추계됐으나, 빈도수가 낮아 10분의 1인 300억원을 쓰는 데 그쳤다. 또 올해 하반기에 시작되는 20세 이상 스케일링 보험적용은 연령범위가 넓은 반면, 기간이 1년으로 설정됨에 따라 별다른 수익 증가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새 집행부로 꾸려진 한의사협회는 “단체들 중 가장 어렵다”면서 “반드시 합리적인 선에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동네약국은 당연히 어렵고, 문전약국도 점프하는 임대료 탓에 경영난에 빠졌다”면서 현실적인 수가 인상률을 요청했다.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2차전에서는 전반적인 인상폭이 제시되는 등 본격적인 숫자게임에 들어간다. 협상 마지막날인 31일까지 단체와 공단이 각축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어떤 결말이 나올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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