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25일 코엑스 월드IT쇼 현장 스케치

"창조경제 시대, 의료와 IT를 접목하면 또다른 산업이 탄생, 확대될 수 있다."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3 월드IT쇼'에서는 창조경제 시대를 맞이해 다양한 산업군과 IT융합이 화두다. 2008년 처음 시작한 월드IT쇼는 매년 평균 18개 국가, 500여개 기업이 참가하는 국제적 규모의 IT 전시회로, 올해는 443개 기업이 참가해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다.

전시회에서 의료에서의 직접적인 활용은 대기업 중에서는 SK텔레콤이 유일했고, 일부 산학연 사업단 외엔 크게 눈에 띄진 않았다. 그러나 3D 프린터, 증강현실 등의 다양한 기술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SK텔레콤은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 병원'(Smart Hospital) 솔루션과 '헬스온'(Health-On) 서비스를 선보였다.

'페이션트 가이드'는 병원 예약 내역을 자동으로 확인해 환자의 스마트폰으로 진료 및 검사 일정과 시간, 위치 등을 알려준다. NFC 신용카드를 통한 모바일 결제도 가능하며 블루투스 기반 실내 측위 기술을 활용해 검사·진료·수납 등을 위한 병원 내부 위치를 5m 이내로 정밀하게 안내해 준다.

'베드사이드 스테이션'은 15인치 크기의 스마트기기(태블릿PC)를 통해 입원환자에게 각종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환자가 손목에 착용한 본인 확인용 RFID 인식표로 베드사이드에 로그인하면, 병상 위에서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환자는 개인의 진료·검사 일정, 종류, 방법 등과 복용 중인 약물 종류 및 복용법 등 다양한 진료정보를 조회할 수 있으며, 병실 청소 및 이동·시트 교체·식단 변경 등 병원서비스 신청·의료진 호출·제증명서 신청·의료비 조회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건강관리 서비스를 위한 '헬스온' 서비스도 전시됐다. 서울대병원과의 조인트벤처 '헬스커넥트'를 통해 만든 서비스다. 스마트폰 앱과 손목이나 허리에 착용하는 활동량 측정기를 통해 개인의 건강 상태나 생활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3D 프린터는 이미 치과 임플란트 등에서 이용하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에서 부비동암 수술에 이용했다는 소식이 널리 퍼진 만큼, 의료에서의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한국기술 등이 선보인 3D 프린터는 CAD 파일을 저장해 어떤 형상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조형기의 일종으로, 다양한 색상과 고해상도의 플라스틱 재료까지 제작 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예 별도로 3D 페어를 구성해 3D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3D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한 홀로그래픽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 전시한 디지털 홀로그래픽 콘텐츠 저작도구 기술은 허공에 입체 이미지를 재현하는 기술이다. 빈공간에 홀로그램처럼 입체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ETRI 관계자는 "빈 공간에 정지 화면을 재현하는 기술을 확보해 동영상 기술까지 확보하면 의료를 비롯해 문화, 예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의료에서는 질환이나 수술 진행 예측영상으로 활용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증강현실(AR)은 현실과 가상의 이미지를 중첩해서 보여주면 마치 가상의 현실이 현실 속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기술이다. 지난해 가수 지드래곤과 김태우의 신규 앨범에도 적용돼 인기를 모은 츄파(CHUPAR) 앱은 고정된 이미지를 앱으로 비춰보면,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앱을 다운받은 후 특정 물체를 비추면 연예인이나 가상인물이 마치 현실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주게 하는 것이다. 지난해는 가수 유이와 함께 유니세프 후원행사를 진행, 1000원짜리를 갖다대면 유이가 출연하고, 후원하기 버튼을 누르면 바로 기부에 동참할 수 있게 했다. 병원에서도 안내나 기부 등의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얼굴인식을 통한 보안시스템도 활용 가능하다. 퍼스텍 등이 개발해 상용화한 얼굴인식시스템은 지문인식보안시스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게 했다. 지문인식보안시스템은 지문소멸, 사용자의 세균 감염 우려 등 불편함이 지적돼왔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주요기관, 대기업 연구센터, 공항 등 시설에 공급돼 활용되고 있으며, 출입통제나 환자 식별, 의료진의 응급 이동 등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업체측은 내다봤다.


이밖에 대학에서는 가천대 IT융합 헬스케어기기 연구센터가 개발과제 중인 식이 운동 처방 시스템, 스마트 치매 예비 진단 시스템, 임산부 홈케어 u헬스케어 서비스 개인건강정보 앱 등을 소개했다. 경북대 u헬스케어 융합 네트워크 연구센터는 원격 환자 정보조회 기술, 원격복약관리를 위한 약상자, 실시간 맥박과 혈중 산소 농도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전시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 u라이프케어연구센터는 행위인지 기술, 뇌졸중 및 당뇨환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만성질환자 추천서비스를 위한 추론엔진 등을 선보였다.

의료산업에서 창조경제 실현하려면...

쏟아지는 각종 기술 너머로 의료산업에서의 창조경제 육성 기대 또한 뜨겁다.

지난 10일 보건복지부 진영 장관은 "의료기기를 잘만들어 수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다. 의료기기업계 구성원들이 현장에서 창조경제를 실천하고 있는 주역"이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21일에는 분당서울대병원의 디지털병원 운영 사례가 창조경제 정책 현장으로 선정됨에 따라, 재외공관장 30여명이 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대규모 벤처 지원 정책 발표에 의료IT관련 업체들이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다. 벤처 투자에 마련되는 미래창조펀드는 5000억원 규모로 기획재정부, 미래창조과학부, 금융위원회, 중소기업청이 공동으로 운영해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3년 이내의 초기 벤처·창업기업에 집중 투자하게 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번 정부의 주된 기조인 창조경제는 핵심 성장동력 엔진의 요소인 '연구개발(Research)', '혁신(Innovation)', '창업(Start-up)', '일자리 창출(Employment)' 등 RISE라는 큰 틀에서 흘러갈 예정"이라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방송 등의 융합, 창업과 고용확대를 의제로 국내·외 정부, 민간 전문가들 간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면서 앞으로 창조경제의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의료에선 법과 제도의 걸림돌이 많다. 한 의료IT기업 대표는 "우리나라의 의료는 대체로 의료법에 많이 묶여있다 보니 쉽게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지 않다"며 "오히려 환자에서의 직접적인 의료가 아닌 웰니스 등에서의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른 기업 대표는 "의료 특유의 경직되고 권위적이며 보수적인 성격으로 인해 아직은 산업 육성은 요원한 길로 보인다"며 "제도 마련과 함께 의료계 내부에서도 관련 산업과 상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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