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병원(회사)이 운영중인 웹사이트는 '웹접근성'과 관련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 21조를 위반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대상임을 고지합니다. 특별한 사유없이 시정조치 및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지속적, 고의적, 악의적으로 시정조치가 없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및 3000만원 이하의 벌금 강제집행 사유입니다."

최근 100개 병·의원에 때 아닌 '웹접근성'에 대한 경고공문이 날아왔다. 한국웹접근성인증센터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웹접근성 위반 1차 진정대상 병원리스트를 발표, 웹접근성 시정계획서와 대응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보통의 병원들은 물론, 요양병원, 의원, 치과 등 폭넓게 선정됐다. 베스티안서울병원, 프라임병원, 강남고려병원, 연세사랑병원, 강남병원, 기쁨병원, 양병원, 온누리병원, 미즈메디병원, 자생한방병원, 나누리병원, 누네안과병원, 연세바른병원, 웰튼병원, 참요양병원, 미래아이산부인과, 하늘안과의원, 서초푸른내과, 브라이트치과, 명동밝은세상안과 등이다.

센터와 인권위는 이들 병원에 웹접근성을 준수하지 않은 홈페이지 성적표인 'D-'를 부여했다. 위반사항은 대체텍스트, ID중복오류, 속성이름 중복, 태그중첩오류, 이동논리오류, 여는 태그 누락 등으로 조사 대상 대비 합력률이 13.8%에 불과했다.

웹접근성이란, 장애를 가진 사람과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 모두가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구축하는 방식을 말한다. 사이트가 올바르게 설계돼 개발, 편집돼 있을 때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용자들이 정보와 기능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취지다.

지난 2008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서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웹 접근성 제고가 의무화됐다. 올해 4월 11일까지 모든 법인은 물론 모든 의료인이 의무적으로 웹접근성을 대비한 홈페이지를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멀티미디어 콘텐츠에는 장애인을 위한 자막, 원고 또는 수화를 제공해야 한다 △콘텐츠는 색에 관계없이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경고공문을 받았더라도 당장 처벌받을 수 있는 법적인 근거는 없다. 그러나 만약 장애인,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거나 안전행정부가 특별점검에 나선다면 무더기로 행정처분을 받거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 2011년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병원들은 뒤늦게나마 일제히 웹접근성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이 다수 이용하는 병원이라는 특성 상 더욱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민사상으로도 개인·단체들이 웹 접근성 차별에 대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심지어 로펌에서는 장애인이 이용하기 불편한 사이트를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대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당장 처벌할 수 있는 지침은 없지만, 향후 처벌을 강화할 소지가 있다"며 "장애인관련 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얼마든지 단속대상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특히, 병의원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예외는 없다. 장애인과 밀접한 재활기기, 복지용품 등을 소개하는 사이트나 쇼핑몰 등이 주요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우선 웹접근성은 한국정보화진흥원,한국웹접근성인증센터, 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 숙명여대웹연구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장애아동복지연구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한국웹접근성인증평가원 등 8개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인증을 받으려면 100만원에서 3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것을 매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하병원, 기관들이 여럿 있는 병원들이라면 비용 문제가 더욱 커진다. 자본금이 많지 않은 영세한 기업이나 개인의원도 매년 웹접근성 인증에 돈을 쏟기에는 부담일 수 밖에 없다.

보안전문가들은 웹접근성은 인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지적했다. 인증기관의 공신력도 문제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증기관의 공문에 겁을 먹을 필요도 없다. 예시와 같은 시정계획서를 갖추면 된다.

A업체 관계자는 "우리 병원(기업)은 장애인에 차별받지 않도록 개선의 의지가 있으며, 웹접근성을 준수하도록 하겠다는 점검 정도만 갖춰도 된다. 모든 부분까지 면밀히 갖출 필요는 없다"며 "병원, 기업들에 웹접근성과 관련한 영업을 하기 위한 기업들이 늘어나 잘 모르고 비용을 지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업체 관계자는 "현재 홈페이지 관리자나 관리하고 있는 업체에 문의해 웹접근성 점검에 대비하고 있다는 문서 정도를 갖추면 된다"며 "저작권 문제, 시술 전후 사진 등 웹접근성도 강제화가 아니라 걸면 걸리는 사안인 만큼, 굳이 홈페이지를 다시 만들려고 하거나 인증에 불필요한 비용을 쏟을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