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파라과이'에 한국의료 이식
양국 지원으로 개원한 '산뻬드로 종합병원'
ODA로 진출했지만 또다른 기회 창출 기대

"지구 반대편, 중남미 시장까지 한국의료의 손을 뻗자.”
중남미는 우리에게는 멀리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일단 거리상으로 지구 반대편이다. 우리가 낮이면 그곳은 어두컴컴한 밤이 된다. 비행기를 타더라도 꼬박 2박 3일이 소요된다. 영어문화권이 아니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이식받았던 것처럼, 중남미 시장에도 의료서비스를 이식할 수 있는 기회가 엿보이고 있다. 당장 수익사업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ODA(공적개발원조) 형식으로 지원해 자연스럽게 한국의료에 익숙해지게 만드는 구조다.
이에 KOICA의 지원을 토대로 파라과이에 한국식 병원 개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병원 운영과 경영 교육까지 담당하고 있는 한림대의료원과 함께 중남미, 파라과이 시장에 대해 살펴본다.


중남미에 첫 '한국형 병원' 개원
 






중남미 의료시장은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브라질 등지에서 비만, 성형 등에서 기회가 되고 있다. 의료기기가 전부 수입되는 상황을 보면, 자생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KOTRA 아순시온 무역관에 따르면, 파라과이 의료기기시장의 2011년 수입규모는 2710만 달러이며, 수입규모가 전체 곧 의료기기 시장이다. 국가별 수입 현황은 미국(45%), 중국(11%), 독일(9%), 일본(9%) 등으로 나타났으며, 뒤이어 한국이 46만 달러 (7%)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라과이는 경제 성장세에 따라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신규 병원 건설 프로젝트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정부의 지원에 의해 세워진 '한국형 병원'은 파라과이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공식 지원 요청한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2010년 8월 24일 파라과이 산뻬드로주 산타로사시에서 산뻬드로 종합병원 건립사업을 착공, 지난해 9월 공식 개원했다. 파라과이에서 낙후된 지역 중 하나인 산뻬드로주에 종합병원을 건립, 산뻬드로주를 포함해 꼰셉시온•까닌데유•아맘바이 등 인근 3개주 주민들에 대한 보건의료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8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주요 진료과목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응급의학과 등을 뒀다. 24시간 운영되는 응급 진료 시스템•수술시설•중환자실 등을 갖춰 파라과이 동북부지역의 지역중심병원이자 지역후송병원, 교육수련병원 역할을 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KOICA는 병원 건축•병원 기자재 지원•전문가 파견•관계자 국내초청연수 등을 진행하고, 총 473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다. 한림대의료원은 PMC(Project Management Cosultant) 자격으로 의료장비 선정, 건축관련 자문, 직원연수교육, 병원경영자문, 병원관리매뉴얼 작성 등을 담당하고 있다.

파라과이의 열악한 의료현실
파라과이 의료환경은 여타 개도국과 마찬가지로 열악하기 짝이 없는 수준이다. 우선 의사, 간호사는 물론 약품, 의료장비가 부족하다.

산뻬드로 종합병원 PMC 총괄책임자인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조현찬 교수는 "의사와 간호사가 부족해 주민들은 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라며 "창가에 걸려있는 세탁물, 환자복이나 침대보 없이 누워 있는 환자들의 모습도 아찔한 의료환경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의료장비는 고장나도 수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저 방치하고 있다. 장비 지원을 받더라도 사용법을 모르거나 한번 고장이 나면 운영을 멈추기 일쑤다. 심전도검사(EKG)는 종이가 없어 설치한지 3일만에 사용 중지됐고, 일반혈액검사(CBC)나 전해질검사도 시약이 없어 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다.

교육수준도 형편없다. 아순시온의 의대는 6년제로 연간 300명 이상의 교육을 배출해 내지만, 교육 수준은 천차만별로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수준의 의사를 배출해낸다고 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병원 전반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다. 조 교수는 “월급 체불과 기타 이유로 벌어지는 잦은 직원들의 파업으로 연중 반 이상을 놀고 지내는 경우도 많다”며 “차라리 지원금으로 지역 주민들의 예방접종, 기존 보건소 운영, 환자이송 시스템 개선, 기존 의료기자재 보수가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의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중앙정부가 의료인력, 시설, 장비, 경영관리 등 모든 부분을 관할하지만, 낙하산 병원 인사와 정권마다의 원장 교체도 연속성을 갖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의료비가 전액 무료라는 정치인들의 공약도 문제다. 환자는 병원마다 만원이지만 제대로 의사를 만날 수 없고, 진단장비를 제대로 갖출 수도 없다. 그렇다고 원하는 치료약을 충분히 갖추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일반직원까지 전일 근무제 도입

파라과이 정부는 경제침체 극복을 위해 2006~2015년 10년간 개발전략 및 목표를 설정, 추진하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서비스 확보를 중점 개발전략으로 삼아 아동사망률을 1000명당 40명에서 14명으로, 모성사망률을 10만명당 187명에서 47명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수립했다.
 
우선적으로 의료인력 배치를 위해 '코이카 모델'을 도입했다. 많은 의사들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급여수준을 3배로 높였고, 전일(full time) 근무제로 바꿨다. 파라과이는 모든 의사들의 급여수준은 타직종 대비 낮은 편으로 2~3개 병원을 순회하면서 근무하는 시스템이지만, 한림대의료원의 강력한 제안에 따라 전일제의 인사제도를 갖추게 됐다. 근무 효율뿐만 아니라 사기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이다.
 
조 교수는 "우선적인 운영계획에 파라과이 보건복지부에 전일 근무제를 문서화할 것을 요구했다"며 "채용하는 신규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일반직원까지도 전일 근무제를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아 다른 병원에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병원장 등의 보직자 채용에도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적이고 독립적인 구조를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장비 유지보수 철저, 물품절약 등 의식개혁 △서비스마인드 함양 △위생보건 교육 △부서별 멤버십 향상 △의료장비의 매뉴얼 작성과 효과적인 활용방법 등을 교육했다.

또 우수한 의사들과 참신한 직원들의 근무를 건의하면서 최신 의료장비 보충을 건의했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안전, 병원 질 향과 감염관리, 고객만족 노하우 등에 나선다.
 
조 교수는 "파라과이에 수익을 위한 진출은 매우 제한적이지만, 지원한 장비 대부분 국산이고 진단시약도 진출해 있는데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에도 산파블로(San Pablo) 모자병원의 증축사업이 계획돼 있는 만큼, ODA 사업의 일환으로 또다른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미국이 우리나라에 이식했던 것처럼 한국의료 전체를 개도국, 파라과이에 이식하고, 자연스럽게 교육과 장비 전반에 대해 한국형의료에 대해 익숙해지게 만드는데서 기회가 있다"며 "가까운 나라 뿐만 아니라, 멀리 있더라도 아직 우리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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