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상충-리베이트쌍벌제
법리적 환경 의료계에 비우호적…법 지키면서 국민 설득해나가야


의료윤리연구회는 지난 6일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과 의료계 현실의 두번째 주제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연구모임을 가졌다.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장인 손영수 제주의대 교수의 강의 후 토론으로 이어진 이날 연구모임에서는 의약품 리베이트쌍벌제의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강의와 토론의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임상현장에서 의사들이 겪는 이해상충의 문제 중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가 바로 의약품 리베이트 쌍벌제다. 리베이트는 통상적으로 판매자가 재화나 용역을 판매한 금액의 일부를 구매자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하는데 이는 판매 촉진을 위한 것으로 금전, 물품 등의 형태로 제공되는 경제적 이익을 일컫는다.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는 제품을 많이 팔 수 있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므로 모두에게 이익이고 또,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영업방식임에도 의약품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의약품 리베이트라고 하면 그 배경과 불법 여부를 떠나 사회적으로 비난의 화살이 먼저 쏟아지는 경향이 있다. 손영수 교수<사진>는 "세계적으로 의사들이 처한 의료 환경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환경 변화의 대응책을 의료윤리적 바탕으로 모색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해 쌍벌제가 입법된 배경은?

이 법은 개정 이유에 대해 의약품 처방이나 의료기기 선택에 있어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형법의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법적 처벌에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의 수수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의 형법과 공정거래법으로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중 공무원 신분인 의사에게는 형법상 뇌물죄, 의료기관 개설자가 아닌 종사자인 경우에는 배임수재죄로 처벌할 수 있었지만 민간 의료기관 개설자는 여기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다. 또 공정거래법은 리베이트 제공을 요구했을 경우 처벌이 가능한 것이어서 대부분의 경우 영업 관행에 따라 이뤄지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강요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법의 한계로 인해 정부는 지난 2010년 2월 의약품 거래 및 약가제도 투명화 방안을 마련, 같은해 4월 28일 의료법, 약사법, 의료기기법에 쌍벌죄를 도입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 입법과정의 무엇이 문제인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국가의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고 통합하게 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다. 바로 국민들이 의료계를 보는 시각 자체가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입법 과정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통합해가기 위한 목적을 가진 과정이기도 한데 특히 민의가 반영된 입법은 정당성과 실효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의료인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료인의 입장 반영이 미흡한 중요한 요인이 된다. 형벌적 규제는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모든 수단과 노력을 다한 뒤 최후 수단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리베이트를 규제하는 무리한 정책을 시행하면서 의사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의사집단은 사회지도층 역할을 상실하면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또, 의회의 전문성 부족과 행정입법 과정에서 공무원들 비롯한 특정 세력에 좌지우지될 위험성이 크다는 것도 입법과정에서의 큰 문제점 중 하나이다. 다수결이라는 단순논리를 내세운 다수의 입법 횡포 역시 문제점인데 리베이트쌍벌제는 우리 사회의 경직된 다수결 논리에 의한 다수의 횡포를 보여준 표본적 입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의약품 리베이트에 담긴 이해상충의 문제는?

진료 현장에서의 다양한 관계인 및 관계기관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를 형사법적 처벌이라는 획일적 규제로 관리하려는 것은 부당하다. 또 개인적·집단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계를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보는 시각도 시정돼야 할 것이다. 쌍벌 규정은 결과적으로 진료와 의학 연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고 전문가 집단의 거센 저항과 반발이 예상되므로 그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법적 규제와 처벌보다는 의학계의 발전과 의료계의 진료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 차원의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의료계는 이의 개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리베이트쌍벌제가 국회에서 통과될 때 출석 국회의원 전원의 찬성으로 통과됐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의료계를 둘러싸고 있는 법리적 환경이 결코 의료계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말고 좀 더 법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형벌적 처벌의 부당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시키되 입법 발의자들을 활용해야 한다. 의사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들을 통해 의사들의 의견을 담아내자는 것이다.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치우치지 말고 법리적 합리적 타당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 법리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문제는 법의 잣대가 아닌 윤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료는 환자와의 신뢰관계가 기본 전제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 의사들의 문제는 의사들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의사단체가 나서서 부도덕한 의사들에 대한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고 이를 알려나가야 한다. 정부가 어느날 갑자기 의사들에게 자율권을 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수가 몇 퍼센트 올리는 것은 오히려 국민 신뢰 상실이라는 더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의사 스스로의 이권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자율적 규제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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