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회전일(약품대금 지급기한)이 현행보다 상당수 단축될 것으로 보이면서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에 적잖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당장 의약품 공급가가 인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는 의약품 회전일을 90일(3개월)로 규정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현재 의료계·병원계가 일부 문구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차례 심의가 연기된 상태지만 단축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법제화든 자율화든 회전일 단축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의료·병원계는 의료기관이 3개월 내 의약품 대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연 40% 이내 이자를 지불하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최대 폐쇄까지 한다는 내용 등 다소 불리한 내용의 수정과 자율적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몇가지 문제는 있지만 회전일 단축에는 한목소리다.

제약계와 도매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도매업계는 당장 의약품 회전일이 빨라지면 당장 의약품 (공급)가격이 지금보다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행 몇몇 도매업체들은 의약품을 공급하면서 병원들의 결제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감안해 일정의 수수료까지 붙여넣고 있다. 통상 1년 정도의 결제기간인 병원에 월 2억원의 의약품을 납품할 경우 연간 24억원의 비용에 대한 금융부담이 도매업체(혹은 제약업체)에게 전가되는 현실이다. 도매업체들은 이를 보전하기 위해 약값을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은 "결제기일이 연장되면 도매업체들이 관리비명목으로 약값을 올려 병원들이 의약품을 상한가 또는 이에 근접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관행은 건강보험재정과 환자에게는 부담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회전일 단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금융비용(공급자와 수요자의 결제기일 차이로 인한 이자부담)도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매업계 한 대표는 "업체들이 요양기관 결제기일 장기화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과 장기간 자금이 묶여 있는 경우 유동성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단축은 숨통트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제약사들도 결제일이 빨라지면 도매업체에 의약품을 좀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거나 도매마진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제약사 도매 담당 임원은 "도매업체들의 경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현금회전률이 낮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병원들의 의약품 결제기간 길기 때문"이라면서 "결제일이 빨라지면 제약사에 들어오는 회전일도 덩달아 빨라지고 이 경우 공급가를 낮추거나 도매마진을 높일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리베이트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일각에서는 병원들에 약품을 넣으면서 주는 보증과 대금결제를 미루면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리베이트가 아니냐는 주장이 많다. 제약계는 "회전일이 빨라지면 이같은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매업체와 제약사들은 자율와 보다는 의무화를 원하고 있다. 의무화가 되지 않으면 병원들의 우월적 위치상에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약사 도매 담당 임원은 "병원들의 의도적인 결제기한 늦추기는 오랜 관행인 만큼 법제화가 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면서 ""결제기간 의무화와 이에 따른 행정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남윤의원이 복지부 자료를 토대로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종병급 이상의 최근 3년간 의약품 대금 결제기일이 1개월 이내인 곳은 4곳에 불과했으며 48.1%에 해당하는 153개병원(조사대상 318개병원)은 6개월이 넘고 대부분 지방의료원의 의약품 결제기일이 300일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나 회전일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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