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무 많고 진료업무 치중…중소병원일수록 심각

전공의는 이 나라 미래 의료의 주역이다.

진료와 교육 그리고 인술 봉사 등을 통해 의료계를 짊어지고 갈 첨병이다.

따라서 전공의의 수련 교육은 우리나라 의료의 백년 대계를 가늠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나 현재의 전공의 수련 교육 내용이나 방법에서 아직도 진료 업무에만 치중되는 등 변화가 거의 없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의료 시장 개방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우수한 인재 양성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려면 이같은 전공의 수련 교육의 개선 작업을 시급히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중소 병원의 수련 교육 개선이 각별히 요구되고 있다.

현장에서 피교육자로 교육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의 조직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얼마전시행한 "전공의 수련 실태 및 의식 조사"를 봐도 전공의 수련 교육에 따른 여러 문제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공의 수련 교육을 전담하는 행정부서를 두고 있지 않은 경우가 12.2%나 되고 지도 전문의를 배정하고 있지 않은 병원도 24.0%나 됐다.

더욱 전공의 수련과 관련해 심각한 것은 전공의들은 수련을 전담하는 전문의 등이 전공의 수련에 대해 22.8%가 관심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것과 전공의 10명 중 8명이현재의 수련 교육을 불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교육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중요한 대목이다.

수련 교육에 대한 불만족 원인으로는 잡무 과다라는 지적이 74.0%에 이르고 현재의 수련 과정이 61.8%가 부적절하다고 평가, 전공의들이 내실 있는 수련 교육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창민 대한전공의협의회 공동대표는 병원별로 전공의 수련 계획서를 작성하고 이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떨어져 실효성에 의문이라고 지적하고 "전공의들이 수련을 할 수 있는 근무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아 전공의들이 진료 업무에만 치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 때문에 질 낮은 수련 교육을 되풀이해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각 진료과의 현실에 맞지 않는 비합리적인 수련 기간, 과다한 근무 시간, 낮은 급여, 근절되지 않는 전공의 폭력 등도 수련 교육의 질 향상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수련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모 대학병원 조차도수련 교육 내용 중 80여%가 환자 진료에만 집중돼 있는 형편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전공의 수련 교육의 현실을 미뤄 짐작할만 하다.

전공의들은 대형병원의 수련 교육보다 중소병원의 수련 교육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수련 교육부 등의 설치로 체계적인 수련 교육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소 병원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불만이 강하다.

수련 교육을 전담하는 전문의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이로인해 교육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환자 진료가 수련 교육의 전부가 되고 있는 실정이 전국 대부분의 수련병원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빚어진 배경에는 병원의 수련 교육 정책 등에 끌려 다니며 제대로 된 수련 교육을 받기 위한 전공의의 입장을 보다 강력하게 어필하지 못한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철 대한의학회 수련 교육 이사는 "전공의 수련 교육은 저수가 의료보험제도의 확대와 비례해 지난 20년동안 질적으로 하향돼 이제는 대학병원급도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더 늦기 전에 개선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공의들은 우선 중소병원이 실질적인 수련 교육을 실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이 향후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미국이 전공의 1인당 연간 교육비로 8천7백만원에서 1억6천2백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는 것을 참고해 보다 확실한지원 방안이 제시돼야 하며 형식에만 그치고 있는 전공의 수련 교육 프로그램의 현실성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작성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 계획이 수립되면 수련 병원의 실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또 각 병원에 전공의 수련교육소위원회를 구성, 전공의가 반드시 참여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당 근무 시간을 80시간으로, 당직을 3일에 1번으로 제한하는 등 전공의 업무를 적정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도 연구 활동을 통한 질 높은 전공의 수련 교육으로 이끄는 방법이며 모호한 전공의 수련 교육에 대한 개념과 목표 설정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련병원 심사를 강화해 수련을 부실하게 하는 병원을 가려내 공개하고 탈락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국방부는 수련 병원 등에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로 입대해도 수련 기간 중 임상 경험이 적어 수술도 못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의료계와 주무당국은 이같은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새겨봐야 할 것이다.

전공의 수련 교육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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