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의 한 약국에 원격화상 투약기가 2달 전부터 설치, 운영되고 있는 것이 알려지자 약사들이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의사들 역시 원격진료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원격화상 투약기는 인천광역시 한 약국 내부에 설치돼 ATM과 같은 형식으로 터치화면만 외부에 맞닿아 있도록 설계됐다. 운영시간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4시간이다.

화상투약기로 판매되는 약은 일반약으로 감기약, 멀미약, 피임약 등 50가지 품목에 달한다. 2달간 운영한 결과 평일 야간에는 2~3건, 휴일에는 10여건 정도가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약 구입을 원하면 우선 화상투약기에 설치된 전화로 전화를 걸게 된다. 해당 약국 약사가 화상전화인 스카이프를 통해 상담, 약을 정해주고 약 판매를 승인한다. 환자는 자판기 형태로 결제를 마치면 약을 가져가게 된다. 안전한 약 판매를 위해 약사는 배출구의 약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약사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약사와 공동 개발한 업체가 경기도약사회, 인천시약사회 등에서 사업설명회를 가졌으나 반발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약사는 “카운터 무면허 약사의 자격 논란이 되고 일반약 편의점 판매로 약사들이 위축되는 등의 상황에서, 편의점 판매에 이어 자판기 형태의 일반약 구매를 허용하게 되는 것”이라며 “약사직능에서의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반발했다.

B약사도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약사들을 고용해 이들이 상담하는 구조가 될 것이며, 1약국 1약사 개설 원칙이 어긋날 수 있다"며 “결국 대형 자본주의에 약사들이 순응하게 될 것이며, 인터넷 판매, 전문약 택배 발송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론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다. 심야당번 약국을 이행하지 않거나 홍보 역시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만큼, 약사들의 인식을 높이고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대다수의 약사들이 반대하자 대한약사회 차원으로도 손놓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아무리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일반약이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오남용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며 “대면 약사의 자격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약사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복지부의 확답을 받을 때까지는 누구도 이렇다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혹여 반발하더라도 강제로 사용금지를 요청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약사법에는 ‘대면 조제’의 원칙이 포함돼있지 않으며, '복약지도'도 전문약에 한한 의무규정으로 들어가 있다.

의사들 역시 이번 유권해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약사법 적용이라 하더라도, 만에 하나 허용되면 의료법 역시 유사한 취지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C개원의는 “원격 화상 투약기 비용이 자판기보다는 약간 비싼 1500만원 가량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정도 비용으로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화상으로 상담하고, 처방전은 프린트만 할 수 있게 설계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원격진료의 또다른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D개원의도 “최근 전화 상담도 진료로 인정했던 판례에, 보건복지부의 원격진료 허용 추진 등으로 원격진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분위기었다. 이번 유권해석에 따라 의료계 역시 대처하거나 준비해야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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