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정도 스테로이드 치료 후 폐기능 개선 땐 천식

무우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려워

천식은 기관지가 매우 예민한 상태로 일종의 기관지의 알레르기 염증 반응 때문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 기관지 점막이 부어오르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켜 기관지가 막혀 숨이 차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반복적 호흡곤란과 천명, 기침, 흉부 압박감 등이다. 또 알레르겐 노출 후 일시적인 증상이 발생하거나 계절에 따라 증상이 변하고 또 아토피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주로 천식이 많다. 특히 담배연기나 가스, 강한 냄새, 운동과 같은 비특이적 자극에 의해 증상이 유발되고 밤에 악화되며 적절한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천식과 COPD 감별은 쌍둥이 구별하기?

천식은 이론에서는 진단하기 간단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개원의들의 애를 태우는 골칫덩어리이다. 병력이나 임상증상만으로 쉽게 진단내릴 수 없고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기관지 결핵, 폐암 등 기관지 폐쇄질환이나 성대질환, 기관지확장증, 세기관지염, 폐부종, 심부전, 호산구성 기관지염, 색전증, 정신불안증 등 감별해야 하는 질환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들 중 개원의들이 가장 감별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은 COPD다. 특히 60세 이후 흡연자에게서는 중복되는 증상이 많아 감별 진단이 매우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도 지난 2011년 한국 성인 천식 진료지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두 질환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을 명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천식과 COPD는 기도염증을 포함하는 중요한 만성폐쇄성 기도질환이고, COPD는 완전히 가역적이지 않은 기류 제한을 특징으로 유해한 입자나 기체에 대한 비정상적인 진행성의 폐의 염증반응과 관계있다. 특히 흡연과 같은 유해인자에 노출된 천식환자는 고정된 기류제한과 ‘천식양’의 염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양’의 염증을 함께 보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천식과 COPD를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로 천식이 증상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40세 이상의 흡연가에서 중등도 또는 중증 천식환자는 실제로 기도폐쇄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가역적이고 진행되는 경우가 아닐지라도 기도폐쇄가 고정되고 진행되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COPD 환자 30% 이상에서는 기관지 확장제나 스테로이드제에 가역적인 기도폐쇄를 보이고 천식환자에서와 비슷한 조직학적 소견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분당에서 10년째 천식 클리닉을 운영하는 A&A내과 박소연 원장은 천식과 COPD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 무우 자르듯 정확하게 감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천식이 조절이 안 돼 COPD로 넘어간 사례도 있고 또 발생학적으로 기전이 다른 것들도 있어 힘들다는 것.

박 원장은 “천식과 COPD 환자 구별이 까다로울 때는 폐기능검사를 우선 하고 충분한 천식치료를 해야 한다”며 “2주 동안 스테로이드를 충분히 쓰면서 환자의 폐기능이 기저시점에서 20% 정도 좋아지면 천식이라 진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천식과 COPD 감별 진단 노하우

천식과 COPD를 감별하는데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정확하게 진단해야 하는 것이 의사들의 운명인 것을 어찌하랴!

전문가들은 천식을 진단할 때 가역적 기도폐쇄를 증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이를 위해 1초간 강제 호기량(forced expiratory volume in 1 second; FEV1)과 최고 호기 유속(peak expiratory flow rate; PEFR)을 측정하면 된다. 또 기관지유발시험(bronchial provocation test)도 가역적 기도폐쇄를 알아내는데 중요한 검사라고 강조한다. 또 성별, 인종 및 나이의 차이도 진단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어린아이는 남자에게서 천식환자가 많고, COPD는 나이 많은 흡연자와 경제 수준이 낮은 환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이외에도 천식은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에게 많고, 흑인 아이가 백인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유전적 소인을 기억하는 것도 감별을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COPD나 천식 모두 유전적 소인이 있지만 천식환자는 비염이나 습진, 두드러기 등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동반한다. 또 과거에 병력이 있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에 비해 COPD는 a1-antitrypsin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전문가들은 혈액검사 등의 검사 소견도 감별하는데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천식환자는 혈액검사상 호산구나 총 IgE 등이 증가하고, 객담에서 호산구와 Curshmann’s spirals, Charcot Leyden Crystals, Creola’s bodies 등이 검출 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외에도 폐기능 검사에서 폐확산기능이 천식환자는 정상이거나 증가하지만 COPD 환자는 일반적으로 감소한다고 강조한다.

천식과 COPD를 구별하는 중요한 방법으로 기도 과민반응 검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COPD는 찬공기로 과호흡시키면 반응이 거의 없고, methacholine이나 히스타민으로 유발검사를 하면 정상인보다는 반응이 크게 나타지만 일정량 이상 반응 이후에는 그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천식환자는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 뚜렷한 대비를 보인다.

약물처방에 대한 반응도 천식과 COPD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β-2 항진제는 천식환자에서 기관지 확장 반응이 COPD 환자보다 더욱 잘 나타나고, 항콜린제제는 COPD 환자에서 더 효과적이다. 방사선 소견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해상 흉부컴퓨터단층촬영(HRCT)은 천식과 COPD를 구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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