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천식기구(GINA)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천식의 1차 치료제로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경구용 스테로이드 제제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기도에 약물이 직접 전달돼 효과가 높고, 스테로이드의 전신 흡수를 줄여 장기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원가에서는 흡입용 스테로이드보다는 경구용 치료제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국내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사용률은 0.2%로 유럽 23%, 미국 15%, 아시아 개도국 평균 9%에 비해 매우 저조한 편이다.


진료지침과 현실 “달라도 너무 달라”
- 개원가에서 흡입용 스테로이드보다 경구용 치료제 더 많이 사용

무서운 삭감, 현실적 어려움

2003년 울산의대 오연목 교수(호흡기내과)팀이 서울 지역 내과 개원의 710명에게 천식환자 진료를 어떻게 하는지 진료 양상을 조사했다. 오 교수팀은 경증 및 중중의 천식 시나리오에 대한 진단을 위한 검사 종류, 약 처방 내역, 천식 관리를 위한 환자교육 내용, 환자 당 진료 시간, 천식 진료지침에 대한 인지도, 흡입 스테로이드제 사용제한 요인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중 흡입 스테로이드제 사용 제한에 대한 답변이 눈길을 끈다. 응답자들은 경증와 중증의 천식환자에게 각각 경구용 테오필린제를 처방하겠다고 답한 경우가 각각 70.8%와 80.6%였다. 그 다음 많이 처방하겠다고 한 약제는 거담제였고 이후 경구 베타2-항진제가 뒤를 이었다.

개원의들은 왜 흡입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꺼려하는 걸까? 45%의 개원의들이 환자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또 가격이 비싸고 환자가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이외에도 즉각적인 증상 호전이 없거나 보험 급여 문제도 처방을 즐겨하지 않은 이유로 꼽았다.

분당 A&A내과 박소연 원장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 원장은 “흡입 스테로이드제는 꾸준히 써야 하는데 환자는 증상이 좋아지면 스스로 진단해 사용을 중단하고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도 3분의 1 정도 감소한다”며 “흡입 스테로이드제를 중단해 증상이 나빠지면 병원을 방문해 다시 처음부터 치료를 시작하는 등 천식환자를 관리하는데 있어 경구용 치료제가 더 효과적이라 판단될 때가 있다”고 말한다.

흡입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어렵게 하는 문제는 또 있다.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하려면 환자 교육이 필요한데 이에 필요한 시간이 개원의들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개원의들에게 수가도 책정돼 있지 않은 교육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차라리 경구용 치료제를 처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흡입스테로이드제 자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환자에게 교육을 시켜야 하고 또 교육을 해도 제대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자 개원의들이 경구용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천식 분류와 급여 기준도 걸림돌

천식의 중증도 분류도 문제가 되고 있다. 2006년 이후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천식의 조절 상태를 조절, 부분 조절, 조절 안 됨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주간증상, 활동제한, 야간증상과 수면방해, 증상완화제 사용, 폐기능 등 5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되면 ‘조절’로 분류하고, 하나 이상 두 항목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부분조절’, 세 가지 이상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조절 안 됨’으로 분류된다. 조절, 부분 조절, 조절 안 됨으로 가이드라인 변했음에도 국내 보험 급여기준은 바뀌지 않고 경증, 중등증, 중증, 지속성 천식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원의들 입장에서는 혼돈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심평원은 고정용량복합제(FDC) 보험 급여기준을 천식은 중증도 지속성 이상 단계의 천식에 투여했을 때만 인정하고 COPD는 중증 이상(FEV1 값이 예상 정상치의 50% 미만) 투여에서만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기준을 벗어난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하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박 원장은 “환자의 천식 증상으로 경증, 중증을 구분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며 “치료가 잘 되던 환자들이 경증으로 되면 처방을 받지 못해 상태가 나빠지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급여기준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천식 치료 약물제로는 흡입 스테로이드 제제가 쓰이고 있다. 특히 흡입 스테로이드와 지속성 베타2 항진제 병용투여는 단독제제 투여보다 더 효과가 뛰어나다는 에비던스가 나와 있어 천식이 잘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권고되고 있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최병희 이사장도 “GINA 가이드라인이 2006년 천식의 중증도에 관해 새롭게 정의하기 시작했다”며 “흡입 스테로이드 + 지속성 베타2 항진제 복합제제 보험 인정기준도 예전의 중증도 지속성 이상 천식에서 부분 조절 상태의 천식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의 혼란이 계속되자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정부에 과거의 분류기준을 가이드라인에서 사용하는 분류 기준에 맞도록 변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답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의사 교육도 지적돼

흡입 스테로이드제가 효과가 있다는 진료지침이 있음에도 임상에서는 경구용 치료제를 더 많이 처방하는 이유는 의사 교육이 부족해서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2003년 서울 지역 내과 개원의 710명을 대상으로 울산의대 오연목 교수(호흡기내과)팀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그 답을 엿볼 수 있다. 오 교수팀은 응답자 중 35%가 천식 진료지침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혹은 본 적은 있지만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또 제한된 진료 시간 때문에 천식 진료지침을 지킬 수 없다고 답했다. 천식알레르기학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천식의 적정치료를 위해 학회 차원의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 요양기관 적정성평가 실시

오는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천식을 치료하는 병원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실시될 예정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과 같이 천식을 만성질환 평가 대상으로 확대해 일차진료 활성화 정책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적정성 평가를 하는 이유다. 천식-요양기관 적정평가의 산출기준은 △폐기능 검시 실시 환자수 / 천식 환자수(PEFR 포함) △6개월 이내 재방문 환자 수 / 천식 환자수 △ICS 처방 없이 SABA 단독 처방만 있는 환자 수/ 천식 환자수 △ICS or LTRA, SABA 중 연간 하나의 처방이라도 있는 수 / 천식환자수( ICS와 LTRA 차등도, SABA 제외)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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