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안정성 기대되나 인센티브는 어려울듯

요양기관 유형별 수가협상 일정이 5개월 앞당겨지면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수가협상 기한을 현행 10월에서 5월로 앞당기는 것을 골자로 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건강보험공단 협상단(단장 한문덕 급여상임이사)과 의협 등 6개 공급자 단체는 5월까지 협상을 완료해야 한다.

오는 14일 김종대 이사장과 각 단체장들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게 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6월말에 내년도 수가 인상률이 최종 결정된다.

협상기한이 조정되면서 양측 모두 기대가 크다.

이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재정 안정성 확보'를 꼽았다. 기존에는 기획재정부에서 임의로 다음해 보험료 인상률을 예측, 국고를 과소 추계하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부의 예산편성 전에 수가가 결정되므로, 예상수입액을 제대로 반영해 국고가 지원될 전망이다.

또한 공급자 단체들은 "재정 안정은 물론, 건보 재정이 보통 연말보다 상반기에 넉넉하므로 높은 인상률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공단 측은 재정 안정은 동의하나, 예년과 달리 공단의 재정이 넉넉지 않다면서 기대를 불식시켰다.

재정 안정이라는 장점과 달리 시기 변화로 진료비 추계는 어려워졌다.

10월 협상에서는 당해 연도 상반기 자료까지 활용할 수 있었지만 5월 협상은 1분기 진료비 적용도 어려워진 것. 즉 2014년도 수가는 2012년도 자료를 통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단 역시 예상 진료비 조정률에 따라 추계가 상당히 달라지는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팀장 신현웅 연구위원)에 연구용역을 맡겼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적정 보상을 위한 시스템을 설계해 협상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연구팀은 공급자 단체와의 간담회를 개최, 모형·지불제도·발전 방향 등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8월말에 최종 완료되지만, 조정률 산출 부분은 올해 협상에 적용하기 위해서 조기에 도출된다. 공단 재정위원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협상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공단은 전향적인 공급자 의견수렴 자세로 변화했지만, 최근 의료계는 물론 국회, 시민단체 등에서 문제 삼고 있는 '저수가'에 대해서는 귀를 닫고 있다.

한만호 급여수가부장은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인상률을 높게 책정하면 유형 내 격차, 즉 기관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공단은 의료이용 및 공급의 양극화(불형평성) 해결을 저수가보다 더 큰 문제로 두고, 종별 차등화 등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저수가가 사실은 저수가가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공단과 공급자가 합의 하에 하나의 연구를 하지 않고, 각각의 연구를 진행하기 때문. 현재 공단은 거시지표에 집중해 총합으로 계산하지만, 공급자는 재료·인건비·운영 등 원가 요인을 분리, 합산하는 방식을 쓴다.

공단은 오히려 수가 동결을 해야 하지만, △협상이 결렬된다는 문제점 △비급여 행위를 늘리는 부작용 발생 등을 이유로 적정한 선에서 인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장은 "수가 협상은 공단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업무 중 하나다. 결렬이 되지 않고 양측에게 모두 수긍할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공급자들과 '소통'을 우위에 두고 잘 풀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6개 공급자 단체들 역시 준비기간은 짧지만 경험 많은 전문가들로 협상단을 구성, 철저히 협상에 임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건정심을 탈퇴했음에도 수가 인상률이 2.4%에 그쳤던 의협은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객관적인 근거 창출을 위해 심평원에도 자료를 요청한 상태다.

더불어 병협은 이계융 상근부회장이 단장을 맡고, 나춘균 보험부회장 등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치협은 지난해에도 참가했던 마경화 부회장이 단장으로 협상을 이끈다. 특히 올해 새 집행부로 꾸려진 약사회와 한의협은 강경파들이 포진함에 따라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이어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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