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 대한암학회 보험위원장...별도 보험기준 적용 등 제안



앞으로 암, 희귀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4대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환자에게는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반면 건강보험 재정은 많이 쓰고 진료현장에서는 심사 강화로 과소진료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개최한 '항암제보장성 강화,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시영 대한암학회 보험위원장(경희의대 교수)이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이날 김 보험위원장은 "항암제 보장성 강화는 앞으로 효과가 주목되는 신약들이 급여화되면서 환자들의 복지를 드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지난 산정특례제도에서도 경험했듯이 몇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보험위원장은 "산정특례로 본인부담률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며 "일반 항암제가 아닌 신약의 경우 모두 본인부담이라 실질적인 환자 부담은 40%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 당시 많은 신약들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환자들의 불만은 더욱 많아졌고, 더불어 보험재정도 나날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보험재정 절감차원에서 정부는 강력한 심사를 실시했고, 현장에서는 삭감 때문에 진료가 어려워질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이번에도 보장성 강화로 급여는 확대될 것이지만 우려되는 상황도 많다는 것. 그는 또 정부 정책이 일반항암제와 고가항암제 및 신약으로 구분해 후자의 경우 환자부담을 100%로 지정한다면, 산정특례 때와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즉 건보 재정은 들어갈대로 들어가고,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은 없으며, 더불어 심사는 더욱 강력하게 진행돼 과소진료가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이러한 점을 고려해 정부에서 4대중증질환 정책을 잘 세워준다면, 보장성 강화로 꾀했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반항암제를 모두 지원하지 않고 산정특례처럼 5% 본인부담을 남겨놓고, 신약이나 고가항암제도 전액 본인부담이 아닌 10~30% 정도의 본인부담을 책정해두자는 정책제안을 내놨다.

이어 △희귀암의 경우 별도 보험기준 적용 △신약 적용할 수 있는 리스크쉐어링 실시 △차등본인부담율 적용 등의 정책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비슷한 건보 재정이 투여돼도 환자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게 되고, 이는 학회에서도, 현장에서도 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같은 정책제언에 대해 많은 이견이 오고 갔으며, 특히 리스크쉐어링에 대해 찬반이 극명히 엇갈렸다.

우선 손영택 약제급여평가위원장(덕성여대 약대 교수)은 "공단의 재정문제로 협상이 결렬되는 희귀난치성 의약품이 많다"면서 "대체약품이 없는 중증환자를 보장해주면서도 재정 불확실성의 나눠서 분담하는 위험분담계약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동의했다. 추후 불확실성 정도에 따라 환급, 할인, 조건부급여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일 울산의대 교수는 "건보 보장성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4대중증질환에만 국한해서 모든 제도들이 도입되는 것은 반대"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희귀중증환자의 경우에는 현행 건보 재정이 아닌 특별 기금을 마련해 틀 밖에서 여러 제도를 도입해볼 것을 제안했다.

반면 배은영 상지대 교수는 "리스크쉐어링은 남용의 우려가 크다"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견지했다.

이어 반대의 입장으로 알려졌던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정책위원은 "현재 내부에서 찬반에 대한 논란이 많다"고 밝히고 "개인적으로는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일부 문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곽명섭 복지부 4대중증질환TF팀장은 "현재 시범사업은 논의 중이지만, 이에 대해 완전히 의사결정된 부분은 없으며, 시범사업을 한 후 사업방향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책토론회는 김 윤 심사평가연구소장이 좌장을 맡고, 손영택 약제급여평가위원장, 박희숙 암질환심의위원장, 김시영 대한암학회 보험위원장, 박준성 혈액학회 보험이사, 울산대 의대 이상일 교수, 상지대 배은영 교수,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 등이 4대중증질환 보장성 중 항암제와 관련해서 의견을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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