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 주장




"법적으로 문제 없어, 재정은 건강검진·담뱃값 인상으로 마련"

의료계 물론 시민단체도 회의적, 국민 동의 없이 건보료 사용은 '어불성설'
복지부·기재부 "공공의료 확충이 왜 직영병원 확대냐" 논리적 비약 지적


경영난에 빠진 민간병원들을 인수합병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과 같은 보험자병원으로 전환, 전국에 250여개 정도를 설립하자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23일 공공의료 확대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은 이같은 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확충 방안을 제안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현재 전반적으로 의료공급체계가 왜곡된 상태며, 급여비용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 제시한 4대 중증질환 국가 지원,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 추진, 어르신 임플란트 경감 등 보험자 역할 강화 공약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한 기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해결책으로 보험자병원 확충을 내세우며, "민간병원의 과도한 비용 증가에 대한 견제는 물론, 소비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을 확대하고, 의료수가가 합리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건보 보장성 확대와 질 향상도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보험자병원은 건강보험 관련 각종 시범사업과 연구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적정 수가를 개발하고 있으며, 예방 보건사업, 건강증진사업, 건강관리사업 등 가입자(국민)지원 사업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국가와 지자체 위탁 사업을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보험자병원은 공단의 지사별로 하나씩 갖고, 큰 지사의 경우는 3~4개의 병원을 가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공단 일산병원은 보험자병원의 중앙의료원이 되고, 새롭게 설립할 지역병원들은 직영병원 분원으로 설치하자는 제안이다.

확충 방안으로는 경영난에 빠진 민간병원의 인수합병(M&A)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 이로써 병상의 총량은 늘어나지 않으면서도 망해가는 민간병원이 파산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건보료를 체납 중인 병원에 대해서도 미수납 채권을 인수해 MBS 병원 운영 정상화 후, 상환을 조건으로 채권 인수를 하는 방식도 언급했다.

심평원의 폐업기관 전산자료를 보면 병원이 100여곳, 종합병원 10곳 안팎, 요양병원 20~30여곳이 폐업을 하고 있으며, 매년 60개 병원이 경매에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들 병원을 없애지 말고 보험자가 사들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다만 병상 총량은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신축보다는 민간병원의 인수합병, 기부체납, 운영 위탁, 매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능과 역할을 공공화하자고 강조했다.

이같은 확충 조치는 "법률적으로도 타당하다"면서, 의료법에 의해 건보공단은 병원개설이 가능한 공공기관이며, 건보법에 따라 자산의 관리 운영과 증식이 가능, 의료기관 운영이 공단의 업무로 규정돼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단이 병원을 인수하는 것은 고유의 업무이므로 법률상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이 운영위원장은 "이러한 종합병원은 물론 의원, 노인병원, 요양시설 등 다양하게 운영하고, 운영 효율화를 위해 이들 의료기관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건강검진을 통해 나온 전국민 건강자료 등을 이용해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 이로써 얻은 이익을 제시했다. 또한 향후 담뱃값 인상으로 발생한 세금 중 일부도 보험자병원 확충에 사용하자고 촉구했다.

복지부 "논리적 비약 심각" 지적 - 기재부도 비판

복지부 전병왕 보험정책과장은 "공급자에서 병원 운영을 못한다고 보험자가 대신 운영한다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라며 "보험자는 공급자가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공단이 민간병원을 인수합병한다는 확충 방안에 전적으로 반대하면서, 재정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지적했다.

결국 공단의 직영병원 확충 비용은 모두 건보 재정이며, 이는 국민의 세금이므로 국민적 동의 없이는 함부로 쓸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최근 의료공급의 왜곡으로 공공의료 확충 논의가 있는 것은 맞지만, 이것이 직영병원 확충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며 "근거의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공단 일산병원이 정부 정책 파트너이자 시범사업 기관 등으로 열심히 활동한 것 인정한다"면서 "그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험자병원만 정책자료 제공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견지하면서, "여러 병원에서 얻은 자료들의 기준점이나 체크포인트로 활용되고 있을 뿐 전체를 대변하지는 않는다"며 지난친 공단의 역할 확대를 제한했다.

기재부 역시 공공의료 확충은 동의하지만, 방법론에서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김완섭 기획재정부 사회정책과장은 "직영병원 확충이 과연 공공의료 강화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도 의문"이라며 "민간 의료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 먼저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직영병원을 확충할 때 건보 재정이 많이 들어가며, 이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텐데, 이때 국민의 부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한 "보험자병원 250개, 보험자의원 2000개를 민간병의원 M&A로 하겠다는 발언은 마치 정부가 의료계의 큰 손이 되겠다는 발언"이라며 "경영이 부실한 곳을 인수해 공단이 잘 키워낼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법적 근거 제시에 대해서도 "공단 돈은 공단 것이 아니다"라며 "건보재정이라는 게 가입자의 의사없이 공단의 정관에 의해 이뤄질 수 없다. 건정심이라는 구조에서 합의하는 구조인데, 공단 이사회에서 의결하면 된다는 발상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측에서는 불참했으며, 의료계 측에서는 지영건 차의과학대 교수가 대표로 발언했다.

지 교수는 "폐업한 병원을 무슨 수로 공단이 경영 정상화하겠다는 것인지,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지 의문"이라며 "공단이 의료계 전문 지식도 없이 경영난 생기는 원인이 뭔지는 아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더불어 "공단일산병원 주변 민간병원보다 다소 저렴한 것이지, 적정 수가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면서 "이같은 가격은 정부에서 시설투자를 다 해줘서 충분히 가능한 것"이라고 따졌다.

만약 원가분석 결과 반영한다면 민간병원보다 진료비 더 비싸다고 볼 수 있다고 밝히면서, 주제발표 전반적으로 논리적 비약이 심하고, 건강검진서비스 자료를 이용한다는 발상도 이해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직영병원 확충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요구가 있다면 굳이 공단이 이렇게 나서지 않아도 국가가 알아서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지금 있는 일산병원부터 사회적 편익에 기여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공공의료 확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시민단체들도 공단 직영병원 확충에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자료를 통해 "확대도 좋으나, 중요한 것은 공공의료사업 수행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할 수 있는 수가 개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 국장도 수가 개선이 먼저라는 데 동의하면서, "시민단체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공단 직영병원 확충은 환영할만하나,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 국장은 "지난해 공공의료 확충 토론회에서 공공인력 확보 방안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 정원을 따로 뽑는 안정적 공급 방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인력 확충도 사회적 반대가 심한데,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더욱 이상적이며 더 큰 현실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제하고, 시설 보다는 인력확충에 대한 논의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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