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락소 스미스클라인 김진호 사장이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앞으로 그의 역할과 기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국내 제약산업에 애착이 많은 대표가 회장으로 왔다는 점에서 업계는 반기고 있다. 김 회장은 1986년 GSK 전신인 한국글락소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장수 경영인이다. 이같은 그의 오랜 경험은 때마침 정부가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빚날 것이란 평가다. 대외적으론 KRPIA가 정부의 정책적 파트너로서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올바른 이정표를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회도 혁신적 신약에 대한 가치도 인정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를 직접 만나 KRPIA 발전 방향 및 다양한 이슈에 대해 생생한 의견을 들어봤다.

Q. 과거에도 회장 제안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아는데 거의 고사했다. 이번에 회장직을 수락하게된 특별한 배경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협력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흔히 10억달러를 10년 동안 투자해야 1개의 신약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 이론은 다른 약에서 실패한 비용을 다 얹은 것이다. 당장 10억달러하고 10년이 있으며 신약을 하나 멋지게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천은 협력이다. R&D에 충분한 경험이 있는 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실패했던 부분을 반복하지 않고, 시간이나 투자규모를 줄일 수 있다. 결국 우리나라 제약계가 글로벌 제약사가 되려면 KRPIA가 도움을 줘야 한다. 그 안에 여러 가지 컨퍼런스들이 있다. 그 중에서 R&D는 이노베이션이니까 여기에 대한 글로벌 소싱이 제대로 되어있는지, 정부가 투자를 했을 때 과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 제약회사는 인프라가 미흡하다. 많은 외국 제약 회사들은 수십 년에 걸쳐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투자한 금액을 빨리 받는 것도 중요하다. 신약이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나와서 빠른 시간 내에 투자해서 그 다음 단계로 또 들어갈 수 있는 이런 부분에 적극 협력하고 도와주고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역할을 하고 싶어서 직책을 수락하게 됐다.

Q. 당장 KRPIA가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그중 핵심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여러 가지 부분이 있는데, 우선 주는 과학정 정보를 얼마만큼 의료계에 전달을 해서 환자에게 이득을 주느냐인데 이 부분에서 걸림돌이 많다. 쌍벌제처럼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잘못되었던 부분 등은 빨리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는 문제다. 국내 제약산업도 pharma 2020 비전을 통해 신약강국을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약가는 따로 보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신약을 개발했는데 해외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면 되겠나?

Q. 리베이트 쌍벌제에 대한 KRPIA의 입장은 무엇인가? 또 최근 의협과 관련 간담회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했나?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쌍벌제 부분은 KRPIA의 회원 및 회장으로서 적극 지원한다. 개인적으로는 결국에는 환자들이 중심이 돼야 하고 중간에서 그것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다. 의협과 한 대화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막히면 안된다는 내용이다. 의협에서도 충분히 알고 동의했다. 일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나아가 달라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 영업사원을 통해 하는 방법도 있지만, 인터넷이나 다른 부분도 강화시켜서라도 정보전달이 멈춰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건 오히려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우리나라는 다른나라에 비해 약가 규제가 굉장히 심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전반적인 의료계의 시스템을 보고 그 안에서 약가를 봐야 된다고 보는데, 지금 나오는 제도 부분이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재정안정화만 보고 진행되는 것 같다. 충분한 대화와 제약계, 학회, 의료계, 특히 환자들의 충분한 발란스를 맞춘 안에서 약가제도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디가 낭비가 되고 있는지, 어디가 부족한 지를 충분히 알고 그 안에서도 조정이 필요한 것이지 단순히 약가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른 부분에 피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OECD의 평균에 비해 처방약의 숫자가 많다든지, 중복된 약이 있다든지 등의 여러 가지 낭비되고 있는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Q. 최근에 한국제약협회가 정부와 정책파트너로서 힘을 잃어버렸다. 반면 KRPIA는 최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정책을 주도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런 시각을 어떻게 보는가? 그리고 한국제약협회와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다국적협회라는 단어가 싫은데, 다국적이라고 부르는 게 조금 잘못된 것 같다. KRPIA는 R&D 중심적인, 리서치 중심인데, 같은 산업에 있으면 협조를 충분히 해야 하고, 같은 목표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같이 지속적으로 협력해 가야하고, 협력하면서 정부에 조언도 해주고 서포트도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제약협회의 부분은 제가 언급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 KRPIA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정부가 가는 방향에 최선을 다해 협력을 할 것이다.

Q. KRPIA의 연구 개발 중심기업들을 회원사로 한다면 국내사의 가입도 가능하다. 향후 협회 이름을 바꿀 의향이 있는가?

있다. 그런데 이름변경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좋은 이름을 제안해 달라. 이름과 목적을 같게 지향하는 목표에 버금가는 이름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연구 개발 기업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겠다.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본다.

Q. 정부가 신약기업에 눈을 떠서 KRPIA 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되어가고 있는가?

준비라기 보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4~5년 사이에 전세계 지각변동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큰 이유는 아시아지역의 경제규모 발전, 인구수요, 그리고 뉴욕의 경제위기 등으로 패러다임이 시프트 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R&D의 조직에서의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고, 많은 부분을 외부에서 많이 맡겨서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인력도 충분히 파트너로 갈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의 오픈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야 빠른 시일 내에 글로벌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임상데이터를 한 것을 일본, 중국 등이 받아주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 처럼 정부도 각국의 식약청 협력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오픈이노베이션 자체도 우리 자체의 해법이 있는데, 이를 서로가 도와서 신흥시장의 필요성에 따라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최근에 공정위 모범계약서가 내부적으로 논란이 많았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자문도 많이 거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입장이 조금 정리가 되었는가? 모범계약서를 쓰기로 했는가?

만약에 개인이 하는 장사라면 모범계약이 필요한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서로 상대성이고 환경이 다르고,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하나의 모범계약으로 하는 것은 갑과 을 모두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회사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WTO협정에 위반되지도 않는다. 공정위도 처음에는 표준계약서라고 했다가, 이를 모두 따라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을 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회사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고 참고하라는 뜻이라는 의미로 모범계약서라고 이름을 낮췄다.

Q. 공정위와 규약심의위와 함께 규약심의위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다. KRPIA도 함께 협의 중인가?

공정위와는 아직 이야기가 진행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약협회가 의협 등과 제약 쪽으로 먼저 공감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단계이다. 우리가 공정위와 함께 처음부터 협의하면 좋겠지만, 공정위가 그렇게 의논하지는 않을 것 같다.

Q. 위험분담제에 대한 논의가 초기이지만 이뤄지고 있다. 제약사들은 표시가격제품에 대해서는 많이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협회 공식입장은 어떤가?

위험분담제는 개별적 회사의 결정이지, 협회의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근본적으로는 혁신에 대한 가치가 충분히 성립된 하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OECD 평균의 43% 수준이라는 약가는 혁신에 대한 가치 인정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선적으로 전반적인 시스템 하에 논의돼야 할 사항이고, 그 안에서의 위험 분담제 자체는 각 회사에서 논의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협회의 추가적인 사업계획은 무엇인가?

pharma 2020에 KRPIA가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다. 오픈랩, 정부와의 협력, 그리고 국내 제약사와 파트너십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계획은 아니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협회의 역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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