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까지 전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4배까지 늘어 1억 9700만대가 판매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국내 태블릿PC 출하량은 187만대로, 지난해 126만대보다 49.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일 태블릿PC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상한 각종 시장보고서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병원들도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가 폭넓게 활용될 조짐이다. 진료 효율은 물론, 환자 편의를 위한 일종의 '투자' 개념이다. 현재까지 보급된 병원들의 태블릿PC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으며 유용한 점은 무엇인지, 반대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즉각적인 환자확인·업무 효율화에 활용

병원에서 태블릿PC를 가장 먼저 이용한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다. 지난해 언제 어디서든 진료정보시스템에 접속, 각종 의무기록과 환자 교육자료를 활용한다는 취지로 모든 의료진에 430여대의 태블릿PC를 지급했다.

병원측은 실시간으로 환자 정보 확인을 가능하게 하면서 환자 만족도 뒤따랐다고 발표했다. 실제 태블릿PC를 활용한 병실 회진에서 환자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설명의 충분성·의료진 신뢰도·서비스 만족성 등 9개 문항에서 5점 만점 중 4점 이상을 기록했다.

제일병원은 병실에서 진료비 내역을 설명 받고 결제할 수 있도록 모바일 병실결제 솔루션 '병실결제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레스토랑에서 본딴 서비스로, 퇴원 전 환자가 태블릿PC를 통해 병실에서 진료서비스 내역을 꼼꼼히 설명받고 바로 결제할 수 있게 했다.

조선대병원은 태블릿PC를 이용한 간호업무 모바일 솔루션 '스마트 간호'(Smart Nurse)를 도입했다. 환자가 있는 병실에서 투약기록과 혈압·맥박 등 바이탈 사인(Vital sign), 간호정보 조사지 등을 직접 입력해 실수나 오류를 줄이는 것이다.

아예 병상에 태블릿PC를 설치를 대행해주는 업체가 생겨났다. 코오롱 SI업체인 코오롱베니트는 지난해 을지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강동경희대병원 등의 일부 병상에 무상으로 태블릿PC를 보급하면서 큰 화제를 낳았다. 건강정보와 질환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 활용 등의 혜택을 줬다. 시범기간 중 무상으로 도입해주는 대신, 광고사업권을 코오롱이 갖고 영업을 이어가는 형태를 취했다. 이후 태블릿PC 지급을 내과 개원의로 확대해 의료진 대상 업무효율화에 주력하고 있다.

상세한 설명·환자 편의에까지 확대

올초부터는 태블릿PC를 이용한 설명강화가 눈에 띄고 있다. 관절척추 전문병원 힘찬병원은 지난달부터 태블릿 PC를 활용해 수술 상담을 도와주는 '힘찬 스마트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술과 퇴원 전 이미지와 동영상 등으로 수술방법, 수술 후 관리법, 운동법 등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고, 수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목동힘찬병원 이수찬 원장은 "태블릿 PC를 통해 환자와 좀 더 가까이에서 함께 이미지 영상을 보며 설명이 가능해 환자 눈높이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수술 전 보호자들과 환자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수술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설명 강화를 위한 콘텐츠 제공업체도 생겨났다. 헬스웨이브는 애니메이션 기반으로 각종 질환 안내와 치료방법, 수술 및 치료 시 주의사항, 병원생활 등 1700여개의 애니메이션을 구축했다. 서울대병원, 차병원 등에 도입된 상태로, 태블릿PC 활용이 늘어나면 더욱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급기야 병원 자체적으로 전 병상 태블릿PC를 설치한 병원이 생겼다.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11일 환자와 보호자가 언제든지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스마트 병실'을 구축하기 위해 갤럭시노트 10.1 700대를 설치했다. 질환과 입원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했으며, 병동별로 질환에 대한 동영상 정보를 자체 제작했다. 각종 검사 내용과 절차, 약의 효능, 식단 메뉴, 환자 체조, 입원료, 입원생활 안내 등 다양한 정보도 담았다.

'스카이프'앱을 통해 지방 환자나 면회가 쉽지 않은 보호자를 위한 화상면회도 제공된다. 태블릿PC에서 사진을 보고 편의점 내 물건을 선택하면 병실까지 배달해준다. TV시청이나 인터넷 서핑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도 기본으로 이용가능하다.

비용 부담·업무 과부하 등 문제점도 노출

태블릿PC 도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일단 비용 문제다. 별도 수익성을 담보하지 않고, 서비스의 측면으로 도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은 700병상 도입에 7억원이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됐다. 코오롱도 병원 개별의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한 유상계약조건을 내걸고 있다.

A병원 관계자는 "의료장비와 검사장비 구매도 모자른 상황에서 당장 수익과 직결되지 않는 태블릿에는 아무리 스마트병원이 유행한다 하더라도 도입하기 어렵다"며 "갈수록 의료수익은 줄어드는데 투자해야할 부분은 많다"는 볼멘소리를 냈다.

혹시라도 광고사업권을 외부기업에 주면 설치비와 운영비는 회수가 가능하지만, 병원이 엄연한 영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한 대학병원이 광고목적으로 접근하다가는 부작용의 역풍을 맞을 수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비용 문제를 떠나 환자들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직원들의 업무 과부하도 문제다. 이용방법에 대한 문의가 빈번하고 툭하면 작동이 되지 않는다는 호출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실제 도입한 경험이 있는 B병원 관계자는 "환자 편의를 위해서 설치했지만, 오히려 직원들의 업무만 늘어났다"며 "병동 간호사들을 아예 AS 기사인줄 아는 것 같았으며, 전산팀 업무는 마비될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 병원은 태블릿 철수에 이르렀다.

보다 궁극적으로는 노인이 많은 병원의 특성 상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최대한 단순하게 설계하더라도 이 마저도 버겁게 느낄 수 있다는 것. C병원 관계자는 "노인분들은 전화통화만 하고 문자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대다수인데, 태블릿은 이 분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라며 "면회온 보호자들이 게임과 인터넷만 이용하는 일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자들 중 선택적으로 이용하게 하거나, 콘텐츠만 개방해 직접 태블릿을 가져와 활용하게 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s) 형태도 권고됐다. 병원에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병원에는 투자 대비 실익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원장은 "환자 편의를 위해 IT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만큼 지속적으로 환자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환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연구해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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