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성 고혈압, 정체를 밝혀라
저항성 고혈압, 정체를 밝혀라
  • 임세형 기자
  • 승인 2013.04.08 17: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항성 고혈압(resistant hypertension)이란 이뇨제 등 3가지 또는 그 이상의 혈압강하제를 사용해도 진료실 혈압이 140/90 mmHg(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130/80 mmHg)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저항성 고혈압의 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높은 혈압이 지속되면 표적 장기인 심장이나 신장 등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줘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증, 신부전 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동맥벽 비후, 좌심실 비대, 신장경화증 등이 동반돼 항고혈압제의 반응을 둔화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

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유병률은 남자 33.9%, 여자 27.8%로 조사됐다. 30~50대 남자는 고혈압 유병률이 여자보다 높지만, 60~70대에서는 여자의 유병률이 더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처럼 고혈압 유병률은 매년 정확한 자료가 나오고 있지만 저항성 고혈압에 대한 유병률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도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만 몇 가지 주요 연구들을 통해 추론할 뿐이다. 5년 동안 고혈압 환자를 추적 관찰한 ALLHAT 연구에서 34%의 환자가 평균 2가지 항고혈압제를 먹어도 혈압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결국 연구 완료시점에서 27%의 환자가 3가지 이상의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순환기 관련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중화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내과)는 ACCOMPLISH 연구에서 80% 이상의 환자가 목표 혈압에 도달했지만 환자의 20% 이상이 3가지 이상의 항고혈압 약제를 써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AHA(미국심장협회)는 고혈압 환자 가운데 저항성 고혈압이 20~30%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원가에서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 때 필요한 진단방법과 약물치료법, 2008년 AHA가 발표한 가이드라인, 최근 이슈가 되는 신장신경차단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가성 저항성 고혈압 환자 골라내는 법
- 저항성 고혈압, 이것만은 헷갈리지 말자

2008년 AHA(미국심장협회)는 혈압조절 내성 확인 → 가성 저항성 고혈압 걸러내기 → 식생활 위험인자 확인 및 관리 → 상호작용 약제의 중단 또는 최소화 → 이차성 고혈압 원인의 확인 및 관리 → 약물요법 → 전문의 의뢰 등으로 진단 및 치료과정 알고리듬을 구성해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 과정 중 저항성 고혈압에서 치료 키워드는 ‘진단’이라 할 정도로 저항성 고혈압 환자를 진단해 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저항성고혈압 진단에 끼어드는 바이어스가 다른 질환에 비해 많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원가에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따져봐야 할 몇 가지를 소개한다.

Check 1. 정확한 혈압측정
혈압을 측정할 때 오류를 범해 저항성 고혈압으로 진단내릴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종의 가성 저항성(Pseudo resistance) 고혈압에 속지 말아야 한다는 것. 외래에서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 24시간 혈압측정을 하면 4명 중 1명이 정상 혈압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외래에서만 측정한 혈압만으로 저항성 고혈압으로 진단내리지 말고 가정혈압이나 24시간 측정한 혈압을 참조해 가면 고혈압과 백의 고혈압을 골라낼 수 있다. 또 혈압을 측정할 때 간호사가 측정하거나 혹은 홀로 있는 방에서 스스로 자동혈압계를 가지고 측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양의대 김근호 교수(한양대병원 신장내과)는 “환자의 고혈압을 저항성이라 정의하기 전에 우선 혈압 측정 방법이 정확했고 환자가 복약 준수를 잘 했는지 검토해야 한다”며 “환자가 충분히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측정했는지 혹은 사용한 혈압계의 커프가 너무 작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고혈압을 진단받고 5~10년 지나도록 꾸준히 항고혈압제를 복용하는 비율이 50% 미만이다”며 “백의 고혈압이나 가면 고혈압 환자는 진료실 밖에서 24시간에 걸쳐 혈압을 측정하는 활동혈압측정(ABPM)을 통해 감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eck 2. 위험인자 파악
저항성 고혈압에 영향을 주는 환자의 생활양식이나 질병이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령, 비만, 운동량, 다량의 음주, 과도한 소금섭취,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원발성 알도스테론증, 갈색세포증, 쿠싱증후군, 신동맥협착, 당뇨병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체비만지수(BMI)가 30 이상인 환자는 50% 이상 고혈압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2011년 순환기 관련 춘계학술대회에서 정중화 조선의대 교수(조선대병원 내과)는 “비만이 있을 때 저항성 고혈압이 생기는 기전에 대해 정확한 기전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혈압이 오르는 것은 확실하다”며 “내장비만과 관련된 알도스테론 감수성 증가 등이 연구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Check 3. 환자가 사용하는 약물 파악
환자가 최적 용량의 항고혈압제를 잘 복용하고 있는지 즉 약물 순응도를 파악하고, 약물 처방이 제대로 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저항성 고혈압을 발생시키는 약제에 대해서도 알고 있어야 한다.

혈압조절을 어렵게 하는 가장 대표적인 약물은 NSAIDs이다. AHA는 교감신경흥분제, 각성제, 알코올, 경구용피임제, 사이클로스포린, 에리스로포이에틴 등의 약물과 감초, 마황 등의 천역약제도 혈압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여러 메타분석 결과 NSAIDs는 신장에서 프로스타글라딘 생성을 억제해 평균 동맥압을 5.0 mmHg 가량 증가시키고 ACEI, ARB, 이뇨제, 베타차단제 등의 혈압강화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20% 정도가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을 정도로 원발성 알도스테론증도 의사가 눈여겨봐야할 위험인자다. 따라서 혈압 조절이 쉽지 않을 때는 혈중 알도스테론/레닌 비율을 검사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김 교수는 “심한 고혈압일수록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이 차지하는 빈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저항성 고혈압 환자에서 반드시 이 병을 의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에 대한 선별검사로 흔히 혈청 칼륨을 측정하지만, 원발성 알도스테론증에서 저칼륨혈증 발생이 고혈압보다 더 늦게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을 놓치는 수가 있다”며 “혈장 레닌활성과 혈청 알도스테론 비 및 24시간 요 알도스테론 배설을 함께 측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HA 저항성 고혈압 가이드라인 리뷰
- 수축기혈압, 고령, 비만 등이 협압 조절 힘들게 하는 요인 분석

미국심장협회(AHA)가 지난 2008년 Circulation 2008;117:e510-e526에‘저항성고혈압의 진단·평가와 치료’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AHA는‘3가지 또는 그 이상의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진료실 혈압이 140/90 mmHg(당뇨병이나 만성 신장질환 환자는 130/80mmHg) 이상일 경우’로 저항성 고혈압을 정의했다. 또 진료실에서 측정되는 혈압이 목표치를 달성했으나, 이를 위해 4가지 이상의 항고혈압제가 사용되는 경우도 저항성 고혈압으로 정의했다. AHA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수축기 혈압, 고령, 비만 등을 혈압 조절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들을 알아봤다.

수축기혈압
AHA는 높은 수축기 혈압이 저항성 고혈압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밝표했다. Framingham Heart Study에 따르면 확장기 혈압 목표치(90 mmHg) 달성률이 90%인 반면, 수축기(140 mmHg)는 49%에 불과했다. ALLHAT 연구 역시 수축기와 확장기 조절률이 67% 대 92%로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데이터와 일반적으로 수축기 혈압이 높을 때 저항성 고혈압이 발생하기 쉽다는 내용 등을 바탕으로 수축기 혈압이 높은 것과 저항성 고혈압을 연계시킨 것으로 보인다.

고령
AHA는 고령도 저항성 고혈압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노령이면 수축기 혈압이 상승하고 게다가 치료까지 어려워진다고 AHA는 제시했다. Framingham Heart Study 연구에서는 노령층(75세 초과)과 보다 젊은 연령대(60세 이하)의 수축기 혈압 조절률이 60% 대 4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고혈압은 연령대에 따라 젊은층은 이완기, 중년층은 이완기~수축기, 55세 이상의 노년층은 수축기 혈압 상승에 의해 진행된다.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고혈압 환자가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중 상당수가 단독 수축기 고혈압이다.

비만
비만도 저항성 고혈압의 마커로 꼽혔다. AHA는 비만인 고혈압 환자(BMI > 30)의 혈압 목표치 도달률은 정상범위 (BMI <25)와 비교해 30% 가량 낮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또 비만으로 인한 고혈압일 때 체내 소금 배출의 장애, 교감신경계 및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 활성화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제시했다.

AHA는“비만은 지질이상 인슐린 저항성 등의 원인이 돼 심혈관계질환 위험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서 집중 관리 대상”이라며 “고령, 비만, 모두가 ALLHAT 연구에서 혈압조절을 위해 2가지 이상의 병합요법이 필요한 환자들의 표지자 역할을 했다”고 비만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다한 소금 섭취
AHA는 소금 섭취에도 주목했다. 저항성 고혈압 관련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변으로 배출되는 소금의 양이 1일 10g을 초과했다. 이처럼 과도한 소금 섭취는 혈압을 상승시키고 항고혈압제의 혈압강화 효과를 저해해 저항성 고혈압을 야기한다. 또 높은 소금 섭취량은 체내 수액량과 혈관 경직도를 승가시켜 심장 펌프 기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약물
AHA는 NSAIDs, 교감신경흥분제, 각성제, 알코올, 경구용피임제, 사이클로스포린, 에리스로포이에틴 등의 약물과 감초, 마황 등이 혈압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들 약물은 대부분의 환자에서 혈압강하 저해 부작용이 미미하거나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일부 환자들이 혈압상승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AHA의 설명이다.



신장신경차단술,저항성 고혈압 치료 대안되나?
- 혈압 하강 효과 있지만…장기 데이터 봐야

최근 저항성 고혈압 치료의 대안으로 신장신경차단술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신장과 뇌를 잇는 신장신경을 고주파 충격으로 차단해 혈압을 올리는 교감신경계 작용을 감소시켜 혈압을 떨어뜨리는 치료법이다. 사타구니로 고주파를 발생하는 장치가 연결된 카테터를 넣어 신장 동맥에 그 에너지를 전달해 혈관 외벽에 있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부분마취 후 1시간 이내에 끝나는 간편한 시술이다. 독일과 호주 등 40여 개국에서 이미 수년 전부터 승인을 받아 약 4만1000여명이 시술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지난 3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시술을 시작한 이후 분당서울대병원이 두 번째 시술을 했으며 이후 세브란스병원, 고대구로병원, 을지대병원, 충남대병원, 명지병원 등많은 병원에서 시술하고 있다.

혈압 강하 효과는 있다
지난해 2012년 미국심장학회(ACC)에서 신장신경차단술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고혈압학회장이자 시카고 의대 고혈압센터장인 George Bakris 박사가 미국과 유럽 등 19개 연구기관에서 15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SYMPLICITY HTN-1 연구를 했다. 그 결과 심플리시티 시스템을 통해 시술받은 24명은 시술 후 24개월까지 점진적으로 혈압이 떨어졌다(베이스라인 대비 평균 -33/-15mmHg). 시술 이후에도 혈압이 다시 상승하지 않아 안정기에 접어들어 36개월이 지난 시점에 혈압이 베이스라인(p<.001) 대비 감소했다.

George Bakris 박사는 “시술 후 6개월 후 71%의 환자가 혈압이 떨어졌고, 3년 후에는 100%의 환자가 혈압이 떨어졌다”며 “시술 36개월과 24개월 시점의 차이는 없었다. 즉 심플리시티 시스템의 시술 후 지속적인 안전성이 확인된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국내에도 신장신경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서울의대 최동주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과) “3명의 난치성 고혈압 환자가 이 시술을 받았는데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의 고혈압 약물을 복용했지만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였다”며 “신장신경차단술이 난치성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의대 이해영 교수(서울대병원 내과)도 “제대로 시술이 되면 효과는 있는 것 같다. 평균 20 mmHg 혈압이 떨어진다”며 “서울대병원에서는 13명이 시술했는데 1달 뒤에 15 mmHg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르다
신장신경차단술의 장점이 있이 있지만 저항성 고혈압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들도 많다. 이 수술에 반응하는 환자와 반응하지 않는 환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구별할 방법이 없고 또 시술이 잘 됐는지 안 됐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없다는 점은 문제로 꼽히고 있다.

또 장기적 강압 효과에 대한 추후 연구도 필요하고, 또 엄청나게 비싼 시술 비용도 풀어야 할 문제다. 성균관의대 성지동 교수(삼성서울병원 내과)는 “3개 이상의 약물을 쓰고도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는 별로 없다. 진짜 이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신장이 나쁜 환자일 것이다”며 “그동안 시술된 신장신경차단술이 신장이 나쁜 사람에게 시행된 것이 없어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관동의대 박정배 교수(제일병원 내과)는 3년 데이터가 안전하다고 나왔지만 신장의 교감신경은 쓸모없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환자의 혈압이 떨어졌을 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잘 선별해 시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톨릭의대 임상현 교수(부천성모병원 내과)는 효과적인 시술이지만 저항성 고혈압 환자의 정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야 하고 또 약물을 제대로 병합했는지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