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 고령, 여성환자

맞춤치료전략

고혈압은 연령·성별·인종과 더불어 동반질환 여부에 따라서도 유병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이러한 유병특성을 고려한 치료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노인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의 혈압 목표치가 다소 완화되거나, 흑인 고혈압 환자들의 고혈압 경계치가 더 낮아지는 등의 변화다. 여기에 항고혈압제 선택에 있어서도 이러한 유병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동반질환·연령·성별에 따른 고혈압의 치료전략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ADA, 혈압목표치 140/80 mmHg 미만 권고
- RAAS억제제·병용요법 강조돼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은 흔히 동반되는 심혈관 위험인자다. 당뇨병 환자의 70~80% 정도가 심혈관 합병증으로 사망하는데,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가 동반될 때 심혈관사건 위험이 더 높아진다.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서 고혈압의 관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 고혈압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 목표치는 130/80 mmHg 미만으로 권고돼 왔다. 하지만, 올해 초 미국당뇨병학회(ADA)가 가이드라인 업데이트판을 발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40/80 mmHg 미만으로 조절할 것을 주문하고 나서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수축기 혈압 목표치를 완화해 권고한 것으로 이전의 컨센서스와 배치된다.

ADA는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에서 수축기 혈압 130 mmHg 미만 조절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며, 혜택 대비 부작용 증가의 위험이 고려됐다”며 목표치 조정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특히, 유럽심장학회(ESC)가 2012년 발표한 심혈관질환 예방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미 당뇨병 환자의 혈압목표치를 140/80 mmHg 미만으로 조정해 권고한 바 있어 순한기·내분비 학계가 새로운 컨센서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여기에 올해 내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JNC 8차 가이드라인은 어떤 변화를 추구할지도 주목된다.

“과학적 근거 제한적…혜택 대비 위험 고려돼야”
ADA의 이번 조치는 당뇨병 환자에서 적극적인 수축기혈압 조절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라는데 기반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이와 관련해 “무작위·대조군 임상시험(RCT)에서 당뇨병 환자의 혈압을 140/80 mmHg 미만으로 조절시에 관상동맥질환·뇌졸중·신경병증 감소의 혜택이 보고됐지만, 이 보다 더 낮출 경우의 혜택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부작용 배제되면 적극치료…혈압 조절 중요성 변함없어”
ADA는 이러한 논거를 바탕으로 “당뇨병과 고혈압이 동반된 환자의 경우, 수축기 혈압 140 mmHg 미만을 목표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B)”고 권고했다. 다만 “젊은 연령대와 같은 특정 환자그룹에게는 치료로 인한 과도한 부담이 없다면 130 mmHg 미만으로의 조절도 적절하다(C)”고 부연했다. 가이드라인은 이에 대해 “적극치료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면, 130 mmHg 미만의 조절도 괜찮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ADA는 이번 권고안 변경으로 당뇨병 환자에서 혈압조절의 중요성이 퇴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RAAS억제제 우세에 병합요법 강조
ADA 가이드라인은 항고혈압제 요법과 관련해 “140/80mmHg 이상으로 확인된 환자는 생활요법에 더해 즉각적으로 약물치료가 이뤄져야 한다(B)”고 주문했다. 항고혈압제의 선택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나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가운데 하나가 포함된 요법으로 시작한다(C)”며 RAAS억제제의 역할을 강조했다. 특히, 가이드라인은 “혈압조절에는 일반적으로 2가지 이상 약제(최대용량)를 사용하는 병합요법이 필요하다(B)”며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인 당뇨병 환자에서 항고혈압제 병합요법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동반 질환·약물 민감성에 특히 주의해야
- 인지율·치료율 높지만 조절률은 낮아…적극적 관리 필요

노인 환자는 사회의 고령화로 인해 고혈압에서도 주요 타깃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인 고혈압 환자의 대표적인 특징은 수축기 혈압과 백의 고혈압의 높은 빈도, 하루 내 심한 변동성, 적은 야간 혈압 하강으로 정리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진료지침에서 수축기 혈압은 연령증가와 함께 급상승한다며 대부분의 노인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정의하고 있다.

진료지침에서는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이완기혈압 90 mmHg 이하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철호 교수는 “수축기 고혈압이 심혈관질환의 동반과 연관성이 있다는 역학연구가 있고, 동맥경화의 2차적 반응이다”며 노인 환자군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수축기 고혈압에서 백의효과가 경증 고혈압에서 75%, 중등도에서 32%, 중증에서 6%로 나타난다”며 이에 대한 주의도 당부했다.

높은 심부전 발생률, 레닌분비 저하, 신동맥 고혈압으로 인한 이차성 고혈압 등도 노인 고혈압의 특징으로 꼽힌다. 혈관의 탄성도가 감소되고 레닌활성도가 떨어지며 심박출량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치료전략은 젊은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동반질환이 많고, 약물에 대한 민감성이 높으며 다약제 복용 등 노인 환자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진료지침에서는 소량으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약의 용량을 증가시키고, 부작용을 잘 관찰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1차 치료약물은 이뇨제와 칼슘길항제다.

이뇨제는 심혈관 사망 및 심부전 감소에, 칼슘길항제는 뇌혈관질환 예방에서 효과를 보인다. 단 이뇨제는 노인 환자에서 소량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빈뇨, 무기력 등이 나타날 수 있고 기립성 저혈압 위험도도 높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노인 고혈압 관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조절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04년도에 개정, 발표한 ‘우리나라 고혈압 진료지침’에서는 70세 이상에서 전체 고혈압 환자의 조절률은 남성 11.6%, 여성 17.9%, 항고혈압제를 복용했을 때는 각각 28.5%, 40.5%로 조사됐다.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2011년 발표한 ‘노인 고혈압에 대한 전문가 합의문’에서도 “80세 이상 초고령 환자의 경우 인지율과 치료율은 높지만 조절률이 30%로 나타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ACC와 AHA는 “140/90 mmHg를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80세 이상 연령에는 수축기혈압 140~145 mmHg도 용인할 수 있다”며 차별화된 관리를 주장했다.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ACC와 AHA는 “노인 고혈압의 치료전략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조절률이 좋지 않은 원인”이라며 이번 성명서가 전문가 합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지만 2008년에 발표된 HYVET 연구(NEJM 2008;358:1887-1898)는 노인 고혈압 환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전략의 혜택을 대변해주고 있다. 연구에서는 80세 이상 노인 고혈압 환자 3845명을 대상으로 타깃 혈압을 150/80 mmHg로 설정했을 때의 혜택을 평가했다.

1차적으로는 이뇨제인 인다파미드를 투여했고, 필요한 경우 ACE 억제제인 페린도프릴을 추가적으로 투여했다. 2년째 평가에서 조절군은 위약군에 비해 15/6 mmHg 낮았다. 또 뇌졸중 30%, 심혈관 사망 23%, 심부전 64%, 사망률 21%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중증 부작용은 위약군이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여성 고혈압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5가지
- 임신 중 혈압조절 잘하면 출산 문제 없어
- ACEI·ARB 복용은 신생아에 저혈압·신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

여성 고혈압은 크게 경구 피임제를 사용하는 경우와 가임기, 폐경기 세가지로 임상적 특성을 나눌 수 있다. 경구 피임제를 5년 이상 장기 복용한 여성 중 5%에서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임신 중의 고혈압은 모체와 태아 모두에게 위험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폐경기에 들어서면 유병률이 높아져 각 생애주기마다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미국심장협회(AHA)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성 환자들의 궁금증 5가지를 통해 외래진료 시 어떻게 환자를 관리해야 할지 알아본다.

Q 1: 남성과 여성 중 누가 더 고혈압에 걸리기 쉬운지?
A: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은 남성에서 더 흔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 고혈압 환자 중 절반 가까이는 여성으로 성별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다만 일부 여성에서는 고혈압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폐경이 시작되고 65세 이상이 되면 여성 유병률이 남성보다 높다. 정상 혈압을 유지해온 사람도 폐경기가 되면 혈압이 많이 상승할 수 있다.

Q 2: 피임약을 먹으면 고혈압에 걸리나?
A: 피임약 복용이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다수 있다. 과체중이거나 임신 중 고혈압이 있었거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경미한 신질환이 있는 여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흡연자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 따라서 복용 전 반드시 의사와 상의하고, 복용 후에는 매 6개월마다 혈압 체크를 하는 것이 좋다.

Q 3: 혈압이 높은데 임신해도 괜찮은지?
A: 의사가 권고하는대로 혈압을 잘 관리한다면 정상 임신과 건강한 자녀 출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혈압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모체의 신장이나 다른 장기가 나빠질 수 있으며, 자녀의 출생체중 감소와 조산 위험이 있어 임신 중 혈압 관리는 필수다. 특히 ACE 억제제와 ARB 제제는 임신 후에도 계속 복용할 시 신생아에게 저혈압과 중증 신부전, 심한 고칼륨 수치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반드시 의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Q 4: 임신한 뒤 고혈압이 생겼는데 앞으로도 지속되는건지?
A: 간혹 이전까지 고혈압이 없다가 임신 후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증상은 임신성 고혈압(PIH)이라 하며, 대개 출산 후 사라진다. 조사에 따르면 전체 임산부 중 6~8%가 고혈압의 영향을 받으며, 이 중 70%는 첫 임신때 나타난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시 모체와 태아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어 임신 중에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Q 5: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에서 혈압이 높고 요단백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에게 괜찮은지?
A: 임신중독증 증상은 일반적으로 임신 20주 후부터 나타나며 출산 6주 후까지 지속된다. 고혈압과 동반돼 소변에서 단백 성분이 나오는 경우 대개 출산 후에는 사라지는데,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다른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아직 명확하게 임신성 고혈압이나 임신중독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나 진단 혹은 예측하는 방법은 없다. 임신 후에는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안전한 상태인지 확인해야 하고, 운동과 저염식을 습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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